북, 경제 교류 재개는 신중… 세관도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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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육로와 하늘길을 열어 중국, 러시아와 인적교류를 재개한 가운데, 아직 경제 교류에 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단둥의 무역업자와 북한 주재원 등에 따르면 아직 북∙중 간 경제 교류에 관한 지시나 움직임은 없으며, 실제 단둥 세관에서도 특별한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북한에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며, 전면적인 국경 개방까지는 인적교류로 시작해 조금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간 경제 교류 재개 움직임은 '아직'

[대북소식통] 실질적으로 북∙중 간 (경제 교류에 관해) 움직이는 정황은 그렇지 않다, 단둥에 있는 북한 주재원들도 “자신들도 궁금한데, 본국으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은 바가 없다”고 합니다.

북한과 오랫동안 무역을 해 온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

이 무역업자는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계속 연변에 머물다 최근 북∙중 간 인적교류가 재개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둥을 다시 찾았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소식통은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무역업자가 약 열흘간 현지 상황을 둘러봤는데, 당장 경제 교류는 재개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국경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대북소식통] 이 무역업자가 연변에 있다가 단둥에 왔는데, 당장에 뭐가 있을 것 같지 않대요. 며칠 더 있어 보고 다시 연변으로 가야겠다고… 이런 마당에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인터넷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 살펴본 중국 단둥 세관에도 특별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적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월 초부터 8월 25일까지 중국 단둥 세관을 살펴본 결과, 드나드는 차량이 늘어났다거나 적재된 화물량이 늘어나는 등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텅 비어있는 주차장의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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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중국 단둥 세관의 모습. 왼쪽부터 지난 8월 2일, 8월 24일, 8월 25일 모두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 Planet Labs

또 단둥에 거주한 북한 주재원들도 자세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언제든 지시가 내려오면 본인들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전승절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중국, 러시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와 유학생 등을 송환하는 등 인적 교류를 재개했습니다.

또 북한의 고려항공은 지난 22일, 코로나 대유행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을 시작했으며, 25일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비행기를 보내 현지에 머물던 북한 주민을 귀환시켰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도 지난 23일, 북한이 ‘제한적 국경개방’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면적인 국경 개방으로 전환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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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려항공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속 중인 북한인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고려항공 카운터에서 북한 사람들이 평양행 노선에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희주/YNA)

“북, 국경 개방 범위 순차적으로 넓히는 중”

북한이 인적교류를 재개하면서도 경제 교류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경 개방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라고 해석합니다.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의 안경수 센터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본격적인 국경 개방에 앞서 소수의 외부 인사를 정치 행사에 초청하는 것으로 시작해 인적 교류, 경제 교류로 이어지는 ‘개방 연습’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경수] 북한은 이런 식으로 국경 개방 범위를 조금씩 넓히는 거죠. 개방을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국제대회나 국제행사 등을 통해 계속 국경 개방 준비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 센터장은 아직 북한 내에서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에서 전면적인 국경 개방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경수] 북한도 코로나 소식을 확인하며 긴장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코로나 3년을 경험했기 때문에 쉽사리 전면적인 유동량이나 이동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코로나에 대해 갖고 있던 경험이 결국, 북한의 국경 개방, 물적∙인적 개방 속도, 정책 등을 가를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실장도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도 ‘위드코로나(코로나와 공존)’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체계의 취약성 때문에 본격적인 국경개방을 주저하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정성장] 중국의 경우 위드코로나로 가면서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코로나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나마 중국은 나름대로 약도 있고, 보건의료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북한에서 일어난다고 했을 때 '북한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를 북한이 아직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답답할 정도로 북한이 국경 개방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지난 23일 러시아 매체와 한 회견에서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로 촉발된 세계적 보건 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삶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국경이 개방된다면 매우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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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 세관을 통과하고 있는 북한 화물 트럭. 번호판에 ‘평북’이라고 쓰여 있다. / RFA photo

북한 환율 이미 정상화 … 경제 교류 멀지 않다는 관측도

하지만 경제 교류도 결국, 시간문제일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미 북한 환율이 정상화됐다며, 이는 어느 정도 경제 교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전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북한 돈 8천 원 전후를 유지하다,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급락해 2022년 초에는 달러당 북한 돈 4천700원 선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8천400원으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중국 위안화도 코로나 기간 환율이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요즘은 위안화 당 북한 돈 1천25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정은이] 일단 환율이 정상화됐습니다. 이 의미는 어느 정도 물밑에서 (교류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보면 콩기름, 밀가루, 설탕 등 가격이 많이 내려갔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서서히 (경제 교류를) 늘리고 있다는 말이니까. 인적 교류가 시작되면 관광이 시작될 것이고, 이미 북∙중 무역 양도 더 많아졌습니다 . 코로나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고 있고….

실제로 한국 통일부도 지난 23일, 북한의 대중교역이 코로나 이전의 85%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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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3년 6개월 만에 러 블라디보스토크 운항 재개 (차희주)
현지 시각으로 25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가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 연구위원은 육로와 하늘길이 열렸다는 건 인적 교류, 즉 외국인 관광의 정상화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제 교류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지난 7월 북·중 국경을 방문한 정성장 연구실장은 “신의주에서 과거에 못 보던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며, “북한이 서서히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도 경제 교류는 인적 교류에 비해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갑작스럽게 경제 교류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7개월간 굳게 닫혀 있던 북∙중 국경이 최근 한 달 사이 외부 인사 초청과 육로 통행, 항공 운항 재개 등으로 인적교류를 시작한 가운데, 언제쯤 본격적인 경제 교류와 함께 전면 개방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