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이 800여 대의 차량과 최소 4천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하면서 대규모 열병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오는 7월의 전승절 70주년과 9월의 정권 수립 75주년에 맞춰 두 차례의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더 크게 열병식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한미일 간 군사협력 강화에 맞서 북한도 핵무력 증산 지속을 재공표한 가운데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과 한국에 과시할 만한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차량 700~800대, 병력 최대 8천 명 운집… 실제는 더 많을 수도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15일에 촬영한 북한 평양의 열병식 훈련장.
위성사진에 따르면 평양 사동구역의 미림 비행장과 승마장 위쪽의 열병식 훈련장에 많은 차량과 병력이 운집해 있습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오와 열을 맞춘 대규모 행렬은 약 30개가 관측되고, 1~2줄 정도의 소규모 행렬도 20여 개에 달하는데, 각자 훈련장 곳곳에 흩어져 행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월의 열병식 훈련 동향을 분석해 보니 5월 말부터 보이지 않던 차량과 병력이 지난 6월 10일부터 다시 훈련장에 모이기 시작했고, 그 다음 날인 11일부터 본격적인 행진 연습이 시작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에 따르면 열병식 훈련장에 주차된 차량과 트럭 등은 약 700~800대 정도로 추정됩니다.
또 병력 규모는 각 대열을 적게는 약 50명에서 많게는 300명으로 추산했을 때 산발적으로 흩어진 인원을 모두 합하면 최소 4천 명에서 8천 명이 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정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에 보지 못했던 대규모 열병식 훈련 모습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오는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과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을 앞두고 열병식 훈련에 한창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열병식 준비 기간이 한두 달 정도임을 고려하면, 전승절에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현재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한다고 보면, 7.27 정전협정기념일(북한의 전승절)이고요. 지금 준비할 시기가 맞습니다. 준비 기간이 보통 한두 달 정도 되는데, 현재 미림비행장에 저 정도 병력이 모여있다면, 전승절 열병식 외에는 딱히 저렇게 병력이 모여있을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조 선임 연구위원은 “미림비행장 외에도 각지에서 따로 열병식 준비가 이뤄진다”며 실제 참여하는 병력은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조한범] 열병식 훈련을 미림 비행장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각지에서 따로 열병식을 준비합니다. 미림 비행장에 있는 병력이 다가 아니에요. 열병식 준비를 지휘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기록영화를 보면, 각 부대에서도 지휘하곤 합니다. 앞으로 (전승절까지) 한 달 내지 한 달 보름 정도면 열병식을 준비하는 데 크게 부족한 시간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성 발사 실패로 더 큰 '과시형 열병식' 가능성
한반도 전문가인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 전문기자는 (20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이미 ‘전승절 70주년’과 ‘정권 수립일 75주년’을 큰 행사로 치를 것을 예고했기 때문에 두 번 모두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지난달 정찰위성 로켓 발사가 실패한 데다 경제를 비롯한 북한 내부 문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번 열병식은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마키노 기자는 분석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번에 열렸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위성이 떨어진 것에 대해 "큰 실수를 했다"라거나, "여러 가지를 개혁해야 한다"거나 등 너무 내정 문제에 서두르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을 단결시키려는 노림수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점점 고조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달 31일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에 대해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며 간부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간과할 수 없는 결함 중에 가장 엄중한 것은 지난 5월 31일 우주개발 부문에서 중대한 전략적 사업인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것”이라며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진 간부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부 문제는 물론 국제 정세를 ‘심각히’ 여기는 속내를 드러내며,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압박감을 나타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조한범] 위성은 실패했지만,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국방력 강화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자신 있는 국방력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고요. 위성 발사에 실패했기 때문에 더 규모 있게 치를 가능성도 있는 거죠.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제 정세의 악화 원인을 미국과 한국에 돌리고 자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핵무력 증산을 지속할 것도 재공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열병식에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에 과시할 만한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국민들의 단결심을 고조시키려 할 때 ‘무엇을 보여줄까’를 생각하면 새로 개발했거나 한미에 대해서 “북한이 압도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는 무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전술핵무기 등이 자신에게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다시 보여주려고 하겠죠. 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호’ 등도 이미 나와 있으니까, 이것을 좀 더 개량한 세련된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북한으로서는 전승절 전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이를 자축하는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에 대해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심각한 경제난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야심 차게 공언한 정찰위성 로켓 발사가 실패한 데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으로 국제 정세마저 꼬여버린 북한.
올해 하반기에도 기본적인 대외∙대내 기조 유지와 핵무력 증강 노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곧 북한이 선보일 대규모 열병식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