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2012,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2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김진국입니다.
<박정우> 안녕하세요, 박정우 입니다.
<김진국> 2012년 북한과 관련한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10대 뉴스, 어느새 마지막인 10편입니다. 먼저 오늘 주제부터 살펴보고 자세한 얘기 나누겠습니다.
<김진국> 10대 뉴스의 마지막, 열 번 째 뉴스는 201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영국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북한입니다. 제 30회 하계 올림픽이 지난 7월 27일 개막해서 8월 12일까지 17일간 열렸습니다. 그야말로 지구촌 최대의 축제가 열린 만큼, 전 세계의 시선이 영국의 수도, 런던에 집중됐습니다.
<박정우> 북한의 올림픽 출전이 특별히 주목됐던 이유는 북한이 새로운 국가 최고 지도자가 등장한 이후 첫 국제무대에 섰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김진국> 그렇죠, 북한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올릴 것인가 뿐만 아니라, 선수단이 올림픽의 개최지인 런던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도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박정우> 성적을 먼저 살펴 보면, 그야 말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진국> 북한 노동신문이 북한 선수들의 성과에 대해 '민족의 자랑'이라고 보도했을 만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죠?
<박정우>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 우선 순위로 종합 20위를 기록했습니다. 올림픽 참가국이 205개국이었는데, 20위를 했으니, 북한이 상위 10%의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진국> 여자 유도의 안금애, 남자역도 김은국, 엄윤철, 여자역도 림정심 선수가 올림픽 시상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역도의 량춘화 그리고 남자 레슬링의 양경일 선수가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저도 북한 선수의 금메달 확정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CUT) 기자 현장음: “런던 현지 시각으로 29일 오후 4시 20분입니다. 북한 유도의 희망 안금애 선수가 결승에서 맞붙은 쿠바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 지었습니다.” (기자) 김은국 선수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메달 한번 만져보고 싶어요 (김은국) 네 (기자)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런던에서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김은국).. (기자) 런던 시내 구경도 하고 그러면 좋겠네요 (김은국) 다른 선수들 응원하겠습니다.
<박정우> 김 기자도 함께 흥분한 듯한 목소리인데요, 김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김진국>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금메달을 확정 지었을 때입니다. 안금애 선수가 유도 경기장에서 예선전,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까지 한 단계씩 오르며 대결을 할 때 취재하랴, 응원하랴, 현장분위기를 전하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리고 북한 여자 축구 선수단이 미국과 8강 진출을 위해 맞붙었던 경기를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함께 관전했던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CUT) (기자) 이정도 날씨가 런던의 평소 날씨라는거죠? (탈북자 1) 비가 올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런던의 보통 날씨입니다. (탈북자2) 해성이, 이모부, 기남 아저씨,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 한 15명 될거야 (기자) 맨체스터에서 3명 기다린다고 했으니 한 20명 되겠네요. (탈북자1) 탈북자가 북한 선수를 응원하는 것도 처음이고 올림픽 경기장을 가는 것도 처음이고 여러모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면 당황하고 난감하겠네요
<박정우> 가장 가까이서 본 북한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김진국> 처음 경기 시작할 때 제가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선수들의 표정이 무겁고 신중했고, 긴장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회 초반부터 연일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면서 선수들도 여유를 가지고 전체 북한 선수들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첫 번째 동메달을 여자역도 림정심 선수가 딸 때만 해도 제가 취재진으로 다가가면 ‘오지 마라’ ‘질문받지 않겠다.’라고 했고요. 남자 유도에서 엄윤철 선수가 북한의 두 번째 금메달을 딴 이후부터는 제 질문에도 답하고 또, 자원봉사단과 함께 사진도 찍는 등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2012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박정우> 북한이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비결은 뭐라고 평가됩니까?
<김진국> 북한이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잘해봤자 은메달 하나 정도에 그치겠다는 것이 대회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의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역도에서만 금메달 3개를 땄고 여자 유도에서 종주국인 일본 선수를 예선전에서 일방적인 우세로 꺾고 승승장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자 올림픽 경기를 취재하던 다른 나라 기자들도 도대체 어떻게 훈련한 것이냐며 제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선수들은 경쟁자의 경기 모습을 미리 입수해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며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취득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북한 선수들과의 경쟁을 앞두고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김진국> 탁구 남북대결에서 한국의 기대주였던 주세혁 선수가 북한의 김혁봉 선수에 패한 후 한국 남자 탁구 대표단의 유남규 감독을 만났는데 역시, 전력분석이 어려웠다고 패인을 분석했습니다.
<박정우> 북한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30회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좋은 성적을 올려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정작 세계 언론이 놀란 북한 선수단의 모습은 좋은 성적이 아닌 다른 데 있었다죠?
<김진국> 북한이 런던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선전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메달 수상자들의 소감마다 등장하는 최고지도자를 향한 일관된 칭송은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올림픽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전문가의 반응이었습니다.
<김진국> 북한에 첫 금메달을 안긴 안금애 선수나 역도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엄윤철 선수, 그리고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은국 선수, 그리고 북한의 마지막 네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 역도의 림정심 선수까지 한결 같이 모든 은공이 지도자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CUT) (안금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 금메달로써 기쁨 드렸다고 생각하니까” (엄윤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금메달을 쟁취하게 된 것입니다.” (김은국)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기께서 우리 체육 전사들을 고무도 해 주시고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게 바로 (신기록 작성의) 비밀입니다.” (림정심) “김정은 지도자 동지를 기쁘게 했다”
<김진국> 이렇게 기자의 질문이 무엇이든 같은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박정우> 북한과 가까운 나라인 중국기자도 북한 금메달 수상자의 발언은 목소리만 다르지 한 사람이 얘기하는 듯했다고 웃었다면서요?
<김진국> 청취자분께도 익숙한 언론사일텐데요, 중국의 신화통신 기자와 만났는데, 북한 선수들이 최고 지도자의 따스한 보살핌 덕분에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서 중국 선수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영국을 대표하는 언론이죠, 로이터 통신의 기자는 북한 선수들의 일관된 지도자 칭송이 북한 사회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하더군요
(CUT) (Reuters, William James) 지도자에 모든 공을 돌리는 선수들은 웃지 않고 진지한 모습입니다. 외부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북한인들만의 독특한 관점이 존재하나 봅니다.
<박정우> 북한 선수의 반복되는 수상 소감이 젊은 지도자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했던 국제사회에 실망을 줬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김진국> 국제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의 나지브 나라얀(Rajiv Narayan) 북한 담당 조사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금메달 수상자들이 자유롭게 스스로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고 정치적 발언만 반복하면서 세계와 더욱 멀어지고 고립되는 상황을 자초했다는거죠
(CUT) 나지브 나라얀: 스위스 유학을 했던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가 되면 북한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올림픽의 선수들 발언만 봐도 변한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정우> 결과적으로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는 거네요.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2016년 브라질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는데, 이 대회에 참가할 북한의 젊은이, 북한 대표선수단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됩니다.
<김진국> 자유아시아방송의 ‘2012 10대뉴스10편 ‘런던 올림픽의 북한 금메달 빛과 그림자’ 편을 마칩니다. 2012년의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한 RFA 10대 뉴스는 여기까지 입니다.
<박정우> 내년에는 평화와 희망과 성장과 화합이 가득한 10대 뉴스를 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인사 드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