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평양 아파트 붕괴

워싱턴-정아름 junga@rfa.org
2014.12.23
new_const_area_map-700.jpg 평양시 평천 구역의 위성사진. 지난 4월 아파트 붕괴전 찍은 사진과 7월에 촬영한 사진(큰 원).
Photo courtesy of Google Earth

앵커: 2014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4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세번째 시간은 정아름 기자와 함께합니다.

양윤정: 정아름 기자, 안녕하세요.

정아름: 네, 안녕하세요.

양윤정: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정아름: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양윤정: 정아름 기자, 올해 5월에는 평양에서 건설 중이던 23층 아파트가 붕괴 됐었습니다.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도 이 붕괴 소식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정아름: 네 그렇습니다. 5월 13일 북한의 평양직할시 평천구역에서 23층 고층 아파트가 건설 도중 붕괴되는 초대형 사고가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5일이 지난, 5월 18일 처음으로 수 백여명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양 앵커도 언급하셨듯이, 조선중앙통신은 당일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며 공사장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통신은 생존자 구조,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졌고 간부들이 지난 17일 사고현장에서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사과했다고 전했지만,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 경위와 인명피해 규모 등을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양윤정: 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구체적인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은 조금 거리끼는 것이 있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빈곤 등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고층 건물들을 세우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정아름: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 당국의 2012년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에 맞춰 강성대국으로 추진했던 평양 시내 신축 공사들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부실 공사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추진했던 평양 시내 다른 아파트 공사도 대부분 엉터리가 아니냐 이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평양의 대동강 구역과 만경대 구역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자재·건설장비의 부족, 전문성의 결여, 부정부패 등 3대 악재로 부실 시공된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확인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2011년, 당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직접 확인한 ‘아시아프레스’ 측은 건설 현장에 자재는 물론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가 매우 부족했고 건설 공법과 기술도 뒤떨어져 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됐고, 이로 인해 건물이 휘는가 하면 창문의 위치도 제각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사운드:  Ishimaru Jiro: 아주 가까이 찍은 영상을 보면 공사가 아주 엉터리라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건물 자체가 휘어 있고, 창문틀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창문의 위치가 층마다 달라요. ‘이런 건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느낄 정도로 현장 가까이에서 보면 건설 자체가 엉터리입니다.

당시 건설 현장에 동원된 인력 중에는 북한 무역성 산하 대외건설지도국의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학생과 군인, 돌격대 청년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그렇군요. 또 건설 자재와 중장비가 부족해 건설 공법과 기술이 뒤떨어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던데, 북한 당국이 앞장서 하는 이런 건설에 왜 건설 자재들이 부족한 것이죠?

네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 사회의 부정 부패도 또 드러났는데요. 사실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와 철근 등 건축 자재를 간부들이 장마당에 내다 팔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부정부패로 정작 아파트에는 자재가 충분히 쓰이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인데요. 지로 대푭니다.
사운드:  Ishimaru Jiro: 현지 기자도 지적했는데요,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니까 시멘트와 철근 자재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강도가 약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콘크리트를 만들어도 시멘트의 양을 줄이고 흙과 물을 늘리면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죠.

결국은 안그래도 자원이 부족한 북한에서 부정부패로 인해 이름만 거창한 강성대국의 건설 공사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는 겁니다.

양윤정: 아파트 붕괴는 또 다른 뉴스들을 낳았죠? 북한 당국이 이번 평양 아파트 붕괴 된지 한 2개월만에 남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었죠?

북측은 두 달여 가까이 지난 후 7월 9일에 군부대 건설 업체인 ‘붉은별 건설총국’을 내세워 남측의 민간 구조단체인 ‘한국구조연합회’에 재난구호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요청 당시 아파트 사고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이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북측은 특히 방역활동에 초점을 맞춰 소독기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통일부는 “북측의 구조작업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면서 한국구조연합회 구조단의 방북을 유보했습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북한이 이미 주변 정리라든지 이런 것이 다 끝났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 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온 ‘붉은별 건설총국’이라는 단체는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한 번도 이런 단체가 우리한테 초청장을 보내거나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확인도 필요하고 이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번 구조는 통일부의 불허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뭐 사실은 북한 당국이 평양 아파트 붕괴를 빌미도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한 거 같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가끔은 국제 사회에 지원 요청을 하는 것 보면, 참 억지스러울 때가 있네요. 이같은 지원을 영국 민간 단체에 까지 했다구요.

네, 영국의 민간 단체 쉘터 박스는 북한이 남측 민간기구에 지원 요청을 한 비슷한 시기인 7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 아파트 붕괴에 대해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 역시,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가 자신들의 지원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는데요. 쉘터박스는 자신의 기구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재난 지원을 하는 단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쉘터박스는 올해 초에도 북한이 지난해 홍수로 입은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 약 30만 달러 상당의 임시거처용 텐트 약 450개 및 구호 물품을 분배했습니다.

쉘터 박스 담당자: 미화로 30만여 달러 상당의 텐트, 담요, 그리고 휴대용 취사기구 등이 포함됩니다

이렇듯, 국제사회도 지원의 이유와 자신들의 지원 동기가 부합해야 도와주는 것이니, 무턱대고 무조건 돕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북한이 잘 알아야겠습니다.

양윤정: 네, 한편 북한도 사실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죠? 최근까지도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에 대한 책임자들을 숙청하고 강등시켰다는 데 어떻습니까?

예, 지난 5월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과 관련해서 대략 20여명이 숙청됐습니다. 이 아파트의 건설을 담당했던 게 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이었는데, 그곳의 관련 자들이 숙청이 된 것으로 알려졌구요.

지난 5월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했던 북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두 계급 강등된 것으로 18일 확인됐습니다. 최부일이 아파트 사고 이후 지난 7월 정전협정 61주년 중앙보고대회를 끝으로 한동안 공개활동을 벌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부일의 강등은 아파트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로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이례적으로 사고 소식을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하며 '감독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자로 최부일 등 5명의 간부를 언급했었습니다.

양윤정: 그렇군요. 북한이 표방하고 있는 표면적인 강성대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평양 아파트붕괴 사건,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아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정아름: 네, 감사합니다.

양윤정: 자유아시아방송의 2014년 10대 뉴스 3편 ‘평양 아파트 붕괴’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고립 탈피 전방위 외교’ 편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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