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 진단] 건축과 건설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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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 CM 건축사사무소 온정권 대표(왼쪽)와 한국 건축시공기술사 협회 이재석 교수.
무영 CM 건축사사무소 온정권 대표(왼쪽)와 한국 건축시공기술사 협회 이재석 교수.

RFA 봄맞이 특집, 북한의 건설사업 진단.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2/12)’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23일에 착공한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은 단 1년만에 완공해냈다며 외관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만을 놓고 보면 2025년까지 평양에 살림집 5만세대를 공급하겠다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남한의 건축.건설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해 진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북한건축과 CM” 입니다. 진행에는 이진서 기자입니다.

기자: 남한의 'CM 분야'의 전문가 두 분을 모시고 북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온정권 대표: 네, 안녕하십니까?

이재석 교수: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각자 자기 소개부터 해주시죠.

온정권 대표: 저는 '무영CM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온정권 입니다.

이재석 교수: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 건축시공 기술사 협회' 전임교수 이재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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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에 보도된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모습. 남쪽에서 평양 중심 쪽으로 촬영된 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쳐

기자: 먼저 온정권 대표께서 북한 청취자들에게 CM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온정권 대표: 네, CM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건설관리' 또는 '건설사업관리'로 바꿔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굳이 영어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따서 CM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 선진국에서 도입된 건설관리분야의 전문기법이기 때문입니다.

CM은 1990년대 초반에 국내로 도입되었는데요. 이후에 우리 대한민국의 건설수준을 국제적 표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뿐만 아니라 건설산업의 국제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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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착공식에서 선보인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조감도. /조선중앙통신 캡쳐

기자: 국제적 표준에 맞춘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데요. 이재석 교수께서 보충 설명을 좀 더 해주시겠습니까?

이재석 교수: 네, 최대한 북한 주민들께서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되도록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떠올리면서 들어보세요. 누군가가 건물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수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건축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위치 조건 그 다음 그 땅의 토질이 파악돼야 하고 땅에 대한 사용 권리를 확보하고 나면 설계 전문가와 함께 여러 가지 도면을 만들어 최종안을 결정해야 하겠죠. 그 다음으로 시공을 맡아 건물을 세워줄 회사를 정하고 나면 공사기간 내내 도면 대로 공사를 하는지 감독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나면 하자가 없어야 하겠지만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보수하고 관리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일도 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건물의 주인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건축주를 대리 하는 전문가인 CM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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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착공식 현장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쳐

기자: 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입시켜 생각해 볼 때 착공에서 완공까지 북한에도 CM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우리가 말하는 CM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온정권 대표: 네, 그렇죠. 물론 북한에도 공무원이긴 하지만 건축.건설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며 김정은의 선대로부터 대규모 살림집 건설의 경험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서 기획과 완공에 이르는 과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정립해 두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건설사업의 발주자가 지향하는 목표가 사용자의 목표와 일치하는지 그리고 발주자와 사업 참여자 상호간에 대등한 계약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 등을 비교해 보면 북한의 대규모 건설 사업을 외견상 완성시킬 때까지 투입된 관리 조직이 어떤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말하는 CM과는 같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CM의 본질적인 역할은 대규모 건설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사를 의뢰한 사람과 함께 첫째, 비용을 절감하고 둘째, 공사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셋째, 결과물의 품질을 최대한 향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따라서 이 셋 중에서 결과물의 ‘품질 향상’을 희생시키면서 ‘비용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환경에서는 CM 즉 건설사업관리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에 착공한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을 단 1년만에 완공해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내마감 자재 공급 문제와 교통 그리고 설비시설의 미비로 입주자에게 입사증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상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건설 사업에는 CM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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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보통강 강안지구 경루동 다락식살림집 착공식에서 소개된 조감도. /조선중앙통신 캡쳐

기자: 건설의 국제적 추세고 기준에 부합되는 건축물을 지으려면 CM 도입이 돼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북한의 건설 현실 어떤 것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이재석 교수: 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CM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먼저 경직된 북한 체제가 어느 정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즉 건설사업의 기획에서는 시민의 요구와 욕구를 파악하고 설계나 시공 등 단계마다 관린 전문가의 지혜와 기술을 모아 합리성이 있는지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서 품질이나 비용, 시간에 대한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 목표에 대해 관련자가 모두 납득한 후 합의를 해서 계약을 하고 계약적 책임을 지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관리하며 확인 검증해 가는 것이 CM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 온정권 대표님, 한국에서는 CM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온정권 대표: 1990년 무렵에도 대한민국의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 이미 많은 건설사업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만큼 건설 사업들이 대형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과거의 관리 방식으로는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 이 세 가지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대한민국은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이 되는 과정에서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던 건설사업 수행 체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CM이 그것인데요.

이때부터 우리나라도 종합적인 건설사업 관리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고 국제간 건설사업 개방에 대비한 표준화된 건설관리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CM이 정착되기까지 특별히 어려웠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도 대규모 건설사업에서 결국 국제표준에 맞춘 CM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재석 교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석 교수: 그렇습니다. 주체와 자력갱생의 구호 아래 철저히 문을 닫아 건 북한도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게 되는 날이 있을 것으로 저는 기대하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때 북한 땅은 북한에서 많은 경험을 한 각 분야의 실무자와 대한민국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한 희망과 노력으로 꿈틀거릴 겁니다. 바로 그 순간 경험과 지식을 통합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합리적인 관리를 통해 무리 없이 목표를 달성해 가는 건설사업 관리 체계로 국토와 삶의 터를 개발해 가는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날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건설사업을 기획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CM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나름 건설사업 관리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고 대규모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에는 외부 세계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온정권 대표는 어떻게 보십니까?

온정권 대표: 지금까지 북한에서 진행된 대형 건설사업의 성과를 북한 당국이 아무리 화려한 사진으로 홍보한다 하더라도 CM 전문가의 시각으로 평가하자면 결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최고 존엄이 참석한 가운데 착수된 대형 건설 사업들이 CM의 검증 과정이 필요로 하는 절대공기를 무시하고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비판과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2월12일,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은 “공기를 맞추는데 급급하지 말고 건설계획 전체를 바라보라.”고 주문한 것 같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지금까지의 건설 사업이 추구한 목표는 정치적 성과의 집중돼있다 보니 북한 스스로도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과 같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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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통강 강안지구 경루동 다락식살림집 현장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쳐

기자: 이 시간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이재석 교수 그리고 온정권 대표 순으로 정리를 해주시죠.

이재석 교수: 네,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의 되풀이가 되지도 모르겠으나 도시나 건축물은 시민의 생활 편의와 행복을 위한 틀이며 도구 입니다. 시민의 욕구와 희망을 건설 사업에 담아서 각종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영관리 하는 것이 CM입니다. 과학적이고 무리가 없는 건설관리 사업을 실천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온정권 대표: 세계 선진국들이 건설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CM이라는 관리 체계를 짧은 시간에 북한 주민들에게 이해 시켜드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먼저 들어 두셨다면 언젠가 남북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국토 개발을 논의 하는 자리가 만들어 지는 날 훨씬 쉽게 소통하면서 훌륭한 결과를 향해 나아갈 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온정권 :네, 고생하셨습니다.

이재석 :네, 고맙습니다.

RFA 봄맞이 특집, 북한의 건설사업 진단 오늘은 “북한건축과 CM”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무영CM 건축사 사무소’의 온정권 대표 한국 건축시공 기술사 협회 이재석 교수 진행에는 이진서 기자였습니다.

진행: 이진서 기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