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FA 봄맞이 특집, 북한의 건설사업 진단
북한의 건설사업 진단평양에 5만세대 살림집 건설과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등 북한에서는 대규모 건설사업이 진행 중 입니다. 북한의 보도만을 놓고 보면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남한의 건축.건설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공개된 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해 진단해 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건축물의 특징과 실내장식” 입니다. 진행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기자: 이 시간 함께해주실 남한의 건축 전문가 두 분 나와 계십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차상욱 대표: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강순덕 교수: 네 안녕하세요?
기자: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해주시죠.
강순덕 교수: 반갑습니다. 저는 동의과학 대학교 실내건축학과에 있는 강순덕 입니다.
차상욱 대표: 네, 저는 북한에 무척 관심이 많은 건축사 입니다.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대표 차상욱 입니다.

기자: 북한 매체가 공개한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의 외부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셨을텐데요. 차상욱 대표는 건축설계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차상욱 대표: 일단, 품질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건설속도 측면에서는 이번에도 놀라움을 전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1만세대 살림집을 365일로 나눠보면 하루에 약 27세대 이상을 지어냈다는 계산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형성계획’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형성계획’은 건물의 배치나 건물의 형태 디자인을 북한식으로 표현하는 말인데요. 큰 틀에서는 1980년대 후반 평양 북부에 조성된 ‘광복거리’의 느낌을 많이 지니고 있으면서 부분적으로는 2015년에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특징도 지니고 있습니다. ‘은하 아파트’라고 불리는 초고층 살림집 한동을 상징탑처럼 건설지구의 초입에 세워두는 계획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착공한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의 형성안에서도 초고층 살림집 한동을 두드러지게 세워놓은 것을 볼 때 이제 북한의 대규모 살림집 배치 계획에서 상징탑 하나를 우뚝 세워놓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기자: 강순덕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순덕 교수: 네, 제가 보기에는 사실은 건축 분야에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형태를 보면 그 건물의 내부에서 행해지는 여러가지 기능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의미합니다. 특히 '송신.송화지구 살림집'의 내부 모습은 아직 공개된 것이 없어서 정확하게 검증할 수는 없습니다만 살림집 건물을 굉장히 화려하고 과감한 형태 안에 구현한 것을 보면 아마도 각 층, 각 세대의 평면 형태가 매우 다양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홍보된 자료들을 확대해서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역동적인 형태와 다채로운 입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기능과 무관한 단순한 장식적 요소로 사용된 것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습니다.
기자: 화려하면서 과감하다 또 장식적 요소로 사용됐다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순덕 교수: '송신.송화지구'에서 표현된 건물의 형태를 분류해 보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확인됩니다. 첫째는 52층에서 83층으로 규모를 늘려 지은 매우 높은 초고층 상징탑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저층에 원반형의 봉사시설을 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방사선형으로 살림집 건물 5개를 배치한 유형입니다.
이와 같은 형태는 살림집 건물의 형태에 따라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건물의 입면에 장식적인 막을 붙이고, 옥상 부분을 둥근 지붕 형태로 장식한 유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살림집 건물의 형태를 배의 돛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옥상의 지붕 형태도 하늘로 뻗어 오르는 듯한 인상을 주도록 계획한 유형입니다.
세 번째는 건물의 평면 형태를 원의 일부인 ‘호’의 모습으로 계획하고 수직으로 올라갈수록 일부가 높아지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건물동의 사이사이에 배치된 가늘고 높은 살림집의 형태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 조선중앙 TV는 태양절 행사의 일환으로 내부 공사까지 마감하라는 지도자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차 대표님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1년만에 완공된 살림집에 입주해서 생활이 가능하겠습니까?
차상욱 대표: 네, 최고 지도자가 입주 대상자 가운데 상징적인 계층을 골라 입사증을 나눠주는 행사는 북한에서 대단히 중요한 뉴스가 됩니다. 따라서 2개동 정도는 행사를 위해서 내부마감과 주방가식장(싱크대& 찬장) 그리고 가구와 조명까지 이미 다 갖추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세대가 입주할 수 있게 마감공사가 완료되는데 까지는 자재 조달의 문제 등으로 상당기간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전망됩니다.
기자: 그렇다면, 지금까지 소개된 사례들을 통해 평양의 1만세대 살림집 내부 모습을 예측해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강순덕 교수님은 새로 지어진 북한의 살림집 내부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보십니까?
강순덕 교수: 보통 주거의 내부 모습을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북한건축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허락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미래과학자거리’의 고층 살림집 내부의 수준을 보면 외부 형태가 주는 역동적인 인상에 비하면 내부의 모습은 다소 소박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저희처럼 개인이 선택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들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국가에서 입주 대상자를 골라 형식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살림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조성된 ‘송신.송화지구’ 뿐만 아니라 내년 쯤에 보게 될 ‘화성지구 살림집’의 내부 모습도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담백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실내 공간을 소박하고 담백한 모습일 것이라고 하셨는데 차상욱 대표님께서 보충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차상욱 대표: 우선, 실내조명의 숫자가 많지 않고, 조명을 연출하는 방식이 단조로우며 거실에서 '장식벽'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또 주방 가식장과 조리대의 품질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화장실과 욕실에 사용되는 위생금구와 도기 등 마감 자재의 품질은 남한 사람들의 안목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금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감 상태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닥재인데요. 시공상태가 좋지 않아 울렁거리는 모습을 통해 쉽게 낮은 품질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어찌보면 홍보용 사진에서 조차 값싼 비날론 장판으로 마감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느니 자연스럽게 그런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기자: 소박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요. 강순덕 교수님은 북한이 홍보하는 살림집 외의 다른 용도 건축물 내부는 어떻다고 보셨습니까?
강순덕 교수: 살림집과 일반 건축물의 실내건축은 당연히 달라야 할 것이고요. 하지만 북한의 경우 정치적 상징성이 필요한 공간의 인상과 봉사시설 등의 인상은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사용하는 자재의 품질이나 공사의 마감 상태도 살림집에 비하면 우수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요. 북한 설계자가 다룰 수 있는 자재의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 그런 차이를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나타내어야 하는 공간에서는 북한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목 질감의 자재가 주로 사용되거나 백색계통의 벽면과 바닥을 연출할 때는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수입 석재가 어김없이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봉사시설과 상업시설 그리고 영유아 시설의 자료를 보면 그 용도와 상관없이 실내 건축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공간에서 연출되는 색상이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언제부턴가 평양 시내의 건축물 외관을 표현하고 있는 파스텔톤의 색상, 즉 겨자색이랄지 연분홍색 또는 박하색과 같은 보통 잘 사용하지 않는 과감한 색상들이 실내공간의 벽과 천정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건축물 특히 평양은 소비에트 건축의 영향을 받은 도시라는 평가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과감하고 도드라진 색상의 선택이 그런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은데 차상욱 대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차상욱 대표: 저도 기자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오래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 드리면 북한이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는 색상들의 원천은 분명히 러시아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아시다시피 겨울이 길어서 오랫동안 눈이 내리고 해가 뜨는 시간도 짧아집니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흑백의 무채색이 지배하는 자연을 오랫동안 보며 지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지어놓은 건물들은 용도가 무엇이건 간에 대단히 화려한 색상으로 외부를 칠하는 전통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겨울에 이런 건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생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니까요.
북한이 러시아 교외의 건물들처럼 분홍색과 녹색과 주황색까지 건물 외부에 과감하게 칠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확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자: 말씀 나누다 보니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강순덕 교수 그리고 차상욱 대표 순서로 정리를 해주시죠.
강순덕 교수: 남북이 너무 오래 분단된 상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평범하게 사는 공간 마저 너무 달라져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디 닫혀 있는 북한이 문을 열어서 더 좋은 삶을 위한 공간을 우리와 함께 꾸며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차상욱 대표: 건설사업의 완성은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건설사업의 결과물인 건축물에 들어가 살거나 이용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북한이 완성했다고 홍보하는 1만세대 살림집 모두에 북한 주민들이 다 입주하는 모습을 저는 빨리 보고 싶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차상욱 대표: 네, 고맙습니다.
강순덕 교수: 네, 고맙습니다.
RFA 봄맞이 특집, 북한의 건설사업 진단 오늘은“북한 건축물의 특징과 실내장식”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부산 동의과학 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강순덕 교수,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 진행에는 이진서 기자였습니다.
진행 이진서 기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