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 여행에 동참해봤는데요. 남한 대원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과 탈북 대학생들이 함께 하는 통일기원 국토대행진.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에서 남한의 최북단 통일동산까지, 지금 떠납니다.
김지훈(가명): 빨리 와서 소원 빌어라.
이진호(가명):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김지훈: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이진호: 108배 해야지 108배.
아침 일찌감치 피곤한 얼굴로 모였던 45명의 아이들. 버스 안에서 6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이 나 떠듭니다. 이곳은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두륜산에 있는 대흥사. 그야말로 녹색이 우거져 장마로 눅눅한 기운 속에서도 상쾌한 호흡이 느껴집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차 문화 때문에 여기에 왔는데, 서울에서 (아이들이) 이론적으로 강의를 좀 들었고, 내일 보성 차밭에 가게 되는데 대흥사도 한국의 다성이라는 초의선사가 주석했던 곳이에요. 문화재 관람의 의미와 함께 차문화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서 데려온 거죠.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조선의 승려들을 이끌고 평양성을 탈환한 서산대사의 승탑과 입던 옷 등이 모셔져 있는데다 이번 국토대행진을 주최한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의 말대로 조선시대 다도, 그러니까 차 마시는 예법을 꽃피운 초의선사가 계셨던 곳이어서 호국과 차 문화의 성지로 불립니다.
(차 내리는 소리)
최훈: 저기 섬에 가보고 싶지 않냐?
변영석(가명): 잘 안보여요. 날씨가 흐려서.
이호남: 파도치는 게 보이잖아.
이수빈: 땅끝 마을. 더 갈 수가 없다고 하잖아요. 끝에서 끝으로.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마을.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동 유원진과는 한반도에서 가장 긴 사선으로 이어져, 극남과 극북을 이루는 곳입니다. 장마철이라 내내 흐린 하늘이지만, 모두들 눈을 찡그리며 망원경으로 멀리 고향 땅을 내다봅니다.
김광인 소장: 지금이 출정식입니다. 제일 남쪽 땅에서 출발해서 내일 모레, 남조선에서 제일 북동쪽 통일전망대까지 갑니다. 원래 걸어가야 하는데 조금 피곤하기 때문에 버스로 갑니다. 통일의 꿈 없는 사람 있습니까? 없죠. 통일의 꿈을 안고 다 같이 갑시다. 일동: 가자, 가자, 가자!
그리고 저녁 6시가 돼서야 숙소인 해남생태문화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박영순: 저는 숭실대 4학년 사회복지학과 박영순입니다.
김희영: 인하대 입학준비생 33살 김희영입니다. 저 결혼했어요.
이예진: 정말요? 오늘은 왜 같이 안 오셨어요?
김희영: 일해야 되니까요. 버스기사에요.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대학을 밀어주니까 가려고 하는 거죠. 누구 소개로 만났어요.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한 달도 안 돼 일을 했는데 누구 만날 시간도 없으니까 친구들이 소개를 해줬는데 대부분이 집도 있고 돈도 있고 그랬지만, 다 이기적이었어요. 이 사람은 그게 아닌 거예요. 일 안해도 좋으니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래서 참 솔직히 여기 와서 나를 이해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잖아요. 한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함께 전라도식 맛깔스러운 저녁을 마치고 방에서 잠깐 쉬는 사이, 옆방에서 누군가 튕기는 기타 소리에 희영씨의 귀가 활짝 열립니다.
김희영: 제 고향에 있을 때는 그랬어요. 기타 치는 게 저 같은 경우도 배우고 싶었는데, 여유가 안 되니까 못 배우는 거죠.
이예진: 여유 있는 사람들은 유행처럼 기타를 치는군요.
김희영: 네 유행처럼 기타, 하모니카는 다 불 줄 알죠. 바람 바람 바람 하고 홍도야 울지 마라, 사랑의 미로. 아, 진짜 좋아요. 여기에서 유행했다 하면 거기에도 다 들어가요. 남한 노래가 아니라 대북공작대가 남한에 부르는 노래라고 했어요. 모르는 채로 불렀어요. 단속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사랑의 미로, 바람 바람 바람, 독도는 우리 땅은 웅얼거리기만 했어요. 중국 가서 마지막까지 알게 됐죠. 대부분 중국에서 알게 되요. 북한에서는 남한 노래 아는 거 많아요. 노래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까지 퍼졌고. 제가 있을 때는 노래만 퍼졌죠. TV 있는 집들은 중국에서 가져 온 건데 남한 방송이 잡히면 보는 거예요. 야밤에 채널 바꿔가면서 미국방송도 듣고, 남한방송도 듣고 했죠. 신고하면 온 식구 다 추방가야죠. 보상받는 것도 없으면서도 신고를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강당에서 '남북청소년들의 이야기 한마당'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남북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통일된 뒤에 달라진 한반도의 모습,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남북 청소년 통일기원 국토대행진, 다음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
자유아시아 방송 이예진이었습니다.
0:00 / 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