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 전략센터와 함께 한 남북청소년 통일기원 국토대행진을 통해 처음 만난 남과 북의 청소년들은 하루가 지나고 이제는 눈만 맞춰도 웃음이 나올 만큼 친해졌습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몇몇 친구들은 버스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집니다. 아침 8시, 해남생태문화 학교를 떠나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바로 보성 녹차밭입니다.
최영기: 다 내리셨어요? 저는 보향다원 바깥주인 최영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최영기(보향다원): 이 곳 보향다원은 작은 차밭입니다. 7천 평(2만3천여제곱미터)밖에 안 되지만 작고 알찬 농업경영체계를 지향합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온통 초록색인 녹차밭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에 금세 빠져듭니다. 자, 그럼 녹차에 대해 조금 더 들어볼까요?
최영기: 지금 여기 뾰족이 올라온 게 창이라고 하고, 양 쪽 두 잎은 기라고 해요. 1창 2기를 한 잎씩 따시고 생으로 먹어도 참 좋습니다. 차로 우려마시면 차가 60%가 지용성이에요. 20%밖에 흡수를 못하는데 날로 먹으면 100% 흡수하니까 너무 많이 드시진 마시고 두 세 잎 따서 드시면 입안이 향긋해질 겁니다. 한 오천년 정도 됐죠. 이 차가 암을 예방하고 소화도 돕고 차의 주성분인 카테킨이 암 예방하고 비타민, 삼에 있는 사포닌까지 들어있어요. 차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어요.
차나무의 잎을 말려 솥에 볶는 것처럼 덖거나 찌거나 발효시켜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녹차는 중국과 인도에서 마시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시아 각 지역으로 전파됐고요. 일본이 세계적인 녹차생산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이 곳 보성녹차의 우수성도 이미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처음 맛 본 생 녹찻잎이 어땠을까요?
학생 1: 써요. 그런데 향이 좋아요. 향이 진하고 좋아요.
학생 2: 씁쓸한데.
학생 3: 향기롭고 엄청 써요.
이예진: 평소 녹차 좀 마셨어요?
학생 3: 중국에 있을 때 많이 마셨는데 한국에 와서는 커피를 많이 마셨어요.
최우정(보향다원): 다 찻잔 하나씩 오른 손에 드시고 왼 손은 내밀고 두 번째 마디를 찻잔에 올려놓습니다. 엄지손은 잔을 받치세요. 손가락이 찻잔 위로 안 올라갑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감싸주세요.

이번엔 뜨거운 물에 제대로 우려서 먹는 녹차를 맛 볼 차례. 녹차를 마시는 데에도 우리 조상들이 마시던 전통적인 예법이 있습니다. 앉는 자세부터, 손으로 찻잔을 잡는 법, 그리고 녹차를 따르는 법까지. 저도 이번 기회에 전통 차예절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학생 4: 뜨거워, 뜨거워.
학생 5: 향이 너무 좋아서 계속 마시게 되네요.
특히 금 성분이 함유돼 있어 항산화와 면역력 강화 등 금과 녹차의 좋은 효능이 결합된 금녹차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저도 그래서 10잔은 마신 것 같은데요. 오늘의 목적지인 강원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 남짓. 중간 중간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하는 친구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어진: (탈북한) 언니들이랑 있다 보니 통일이 이뤄진 것 같더라고요.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고 삶은 나누니까 이게 통일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고 1학년 때부터 친해진 언니들과 3학년인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있고 오늘도 언니 따라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남한학생들보다 북한 학생들과 더 많이 연락해요. 보면 북한 학생들끼리만 어울려 다니고 남한학생들과 교류가 없어요. 그런데 남한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들끼리 학교생활을 하거든요. 남한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쉽게 마음을 연다고 생각하고, 먼저 전화해서 ‘밥 같이 먹어요.’ 하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가더라고요. 통일에 대한 신념이나 목표는 아직 크게 갖고 있지 않은데 우선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언니 오빠들과 만나고 인간적인 교감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싱싱한 회로 배를 채운 뒤 숙소에 도착해 한 방에 묵게 된 어진씨를 만났습니다. 긴 머리에 다소곳한 모습이었던 21살 어진씨는 다부진 생각을 가진 소녀였습니다.
어진: 어제 발표하면서 (북한 전략센터) 대표님도 말씀하셨지만 지리적인 통합보다 함께 어울리고 문화든, 스포츠든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통일이 아니라 말이죠. 저는 나중에 정치인이 되고 싶거든요. 왜 되고 싶냐 하면 정치인의 특권이 정책을 세우고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요. 효과가 크잖아요. 지금은 작게 남과 북의 학생들이 문화적인 통합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인의 위치에서 정책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시행하는 위치도 영향력이 클 것 같아요.
통일된 뒤 어진씨의 활약을 기대해 볼까요? 어진씨는 특히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도 더 깊어지고, 할 일도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어진: 저는 북에서 온 친구들과 남쪽의 끝을 봤으니까 나중에 평양도 구경하고 싶고요. 백두산도 가보고 싶고 남쪽여행이든 북쪽여행을 자유스럽게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들의 국토대행진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함께 여행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다음 시간에는 남녘땅의 가장 북쪽, 통일전망대로 향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