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학생 한반도 역사문화 탐방] 선비의 고장 안동

안동-노재완 nohjw@rfa.org
2010.11.02
MC: 탈북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북한전략센터가 올해 기획한 한반도 역사문화 탐방. 올해 마지막 순서로 선비 문화의 고장, 안동을 찾아갔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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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탈북 대학생들이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해 전교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RFA PHOTO/노재완
현장을 노재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0월 30일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안동 역사ㆍ문화 탐방을 가기 위해 모인 탈북 대학생 20 여 명이 버스에 오릅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얘깁니다.

김광인: 전통 문화 익히기 탐방 행사가 이번 안동 탐방을 끝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 문화를 주도했던 안동의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둘러봄으로써 우리 선조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 탈북 청년 학생들이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날은 토요일인데다가 단풍철을 맞아 단풍 구경하러 가는 나들이객들까지 몰려 고속도로는 온통 차들로 붐볐습니다. 평소 서울에서 3시간가량 걸리던 안동길이지만, 4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이제 같이 움직일게요.)

막힌 길을 뚫고 도착한 곳은 조선의 대학자, 퇴계의 얼이 서려있는 도산서원.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 선생이 몸소 거처 하면서 학문연구와 인격을 수양한 곳입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 서원의 정취를 느껴봅니다.

최윤철: 예전에 공부를 여기서 했다니 공부는 잘 됐겠네요. 기자: 네, 서원 앞엔 이렇게 호수도 있고요.. 최윤철: 그러니까. 선비들이 좋은 곳에서 공부했네요.

참가자들은 퇴계 이황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에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역사를 일상생활에서 접하니 퇴계의 정신까지 마음속에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해질 무렵까지 도산서원을 돌아본 이들은 안동 하회마을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회마을 앞에 도착할 무렵, 해는 완전히 지고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마을 전체가 어둠 속에 휩싸여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차가운 밤공기에서도 오랜 역사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풍산 류 씨 집성촌인 하회마을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6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마을입니다.

하회마을 주민의 얘깁니다.

주민: 풍산 류 씨 일가, 류성룡 선생의 후손들이 여기에 있는 겁니다. 타성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 한마디로 류 씨 마을이네요. 주민: 네, 그렇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보존이 잘 된 옛날 집들입니다.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내며 이순신 등을 등용시켜 국난을 극복한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유학자입니다.

이 마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입니다. 하회탈이 높은 예술적 가치로 유명해지면서 1964년 국보로 지정됐고, 그 문화를 간직한 하회마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최근 세계 유명인사가 대거 방문하면서 세계적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찾은데 이어,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도 2005년에 다녀갔다고 마을 주민들은 자랑합니다. 세계적인 명소답게 하회마을 전체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한옥 64동, 초가 62동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하회마을은 관광객들이 숙박하며 고택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주민: 교육차원에서 아이들 데리고 많이 옵니다. 와 본 사람들은 참 좋다고 해요. 백오십년, 이백년 된 집에서 하룻밤 자 봤다는게 좋은 경험이잖아요.

실제로 이날 숙박한 집집마다 가족 단위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났습니다. 먼 여행에 쌓인 피곤함도 잊은 채 탈북 대학생들은 밤늦게 까지 얘기꽃을 피웠습니다.

(현장음)

추억 만들기로 즐겁게 하루 밤을 지낸 이들은 하회마을의 고요한 아침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강원철: 고향에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에는 이런 단층집들이 많거든요. 굴뚝에서 연기도 나고 정겨운 것 같습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싸고 있어 마치 물에 뜬 연꽃 형상의 명당입니다. 하회라는 이름도 ‘강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는 뜻입니다.

강 건너편에는 80m 높이의 층암절벽인 부용대가 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강 건너로 보이는 한옥과 초가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어 마치 초대형 병풍을 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낙동강변에는 솔밭이 잘 조성돼 있습니다. 하회마을에는 남북 방향으로 큰 길이 있는데, 이 길을 경계로 위쪽을 북촌, 아래쪽을 남촌이라고 부릅니다.

이명진: 조선시대에도 골목이 넓었네요.

최윤철: 달구지 2개는 다녀야 하잖아요.

남촌에는 류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과 북촌에는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 '화경당'이 이 마을의 자랑입니다. 마을 나루터 앞에는 그네타기, 널뛰기, 투호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마련돼 있습니다.

참가자들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네를 타봅니다. 그네를 탄 성춘향처럼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현장음)

민속놀이를 체험한 이들은 인근 안동 전통음식점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이번 1박 2일 일정의 안동 역사ㆍ문화 탐방을 모두 마쳤습니다. 탐방을 마친 탈북자들은 저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임경희: 안동 처음 와 봤는데요. 사람들도 좋은 것 같고요. 정말 재밌게 보냈습니다.

박선영: 그냥 새로워요.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진짜 오래된 집들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고요.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이들은 피곤한 나머지 대부분 잠에 들었습니다.

그 동안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닫았던 탈북 청소년들. 이번 탐방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임을 몸소 체험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경상북도 안동에서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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