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특집⑤] 성공적인 남한 정착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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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기위해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탈북자 2만 명 시대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한국 사회의 탈북자 관련 제도와 정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탈북자와 시민단체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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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동작관악적십자봉사관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사랑의 제빵교실'에서 강덕기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왼쪽),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 세번째) 등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 사회가 탈북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든 건 1960년대부터입니다. 한국 정부는 1962년 ‘국가 유공자 및 월남 귀순자 특별 원호법’을 제정해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를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법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한국 사회는 탈북자를 국가 유공자와 동등하게 인식했고, 그에 상당하는 대우를 해줬습니다.

이 법은 1978년 ‘월남 귀순용사 특별 보상법’으로 교체됩니다. 탈북자만을 위한 법률이 처음 나온 겁니다. 이때부터 정착 지원도 확대됩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보상금 말고도 귀순 당시 갖고 온 정보나 휴대한 장비의 유형에 따라 “상당액의 뭉칫돈이 특별 보상금으로 지급되곤 했다”고 당시 남한에 넘어온 탈북자들은 설명합니다.

남북 간 이념 대결이 치열한 상황에서 북한을 버리고 남한 사회를 선택한 이들에게 한국 정부는 좋은 대우를 해줬던 겁니다. 1970년대 초반부터 남북관계 실무를 담당했던 송영대 통일원 전 차관입니다.

송영대: 그 당시에는 귀순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컸을 뿐만 아니라, 귀순자를 통해서 북한 사회가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상이 됐지요. 또 그분들을 통해서 당시 북한에서 돌아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우리에게 큰 정보적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관점에서 우리 정부는 그분들에게 특별한 보상, 지원, 원호를 해주었고, 이를 위한 법적 바탕이 ‘특별 원호법’이나 ‘특별 보상법’이었습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부는 탈북자가 국군이나 공무원으로 일하고자 할 경우, 귀순 전의 계급에 상당한 자리에 임용했습니다.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귀순자와 그의 처, 그리고 자녀에게도 직장을 알선해 주고, 교육과 의료, 양로와 양육 보호를 해 줬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1993년까지 지속됐고, 이때까지 640여 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3년부터 탈북자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1993년 6월 ‘귀순 북한동포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주무부처가 ‘국가보훈처’에서 ‘보건사회부’로 바뀌고, 정착 지원금이 하향 조정됐으며, 본인에게만 취업 알선의 혜택을 줬고, 양육과 양호 혜택은 없어졌습니다.

‘귀순 용사’라고 부르며 탈북자를 영웅으로 대접하던 과거와는 달리, 한국 사회는 이때부터 난민 구호와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탈북자를 보기 시작한 겁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이수정 교수입니다.

이수정: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 경제가 붕괴하면서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 정립됐고, (북한과) 체제 경쟁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또 북한의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탈북자의 숫자가 많아집니다. 이렇게 되자 남한 정부가 이전의 귀순자에 대한 지원 수준을 유지하려면 경제적으로 부담되기도 했고, 그래서 탈북자를 일종의 생활 보호 대상의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1990년대 후반 북한에 기근이 발생하면서 탈북자의 규모는 더 커집니다.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탈북자를 대하던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탈북자에 대한 지원 제도를 바꾸게 됩니다. 그래서 1997년에 현행법인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법은 탈북자를 미래의 통일 한국을 이루는 데 기여할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 간주합니다. 탈북자를 그저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던 이전의 ‘귀순 북한동포 보호법’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해석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에서 사회문화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탈북자 정착지원 정책을 총괄했던 고경빈 씨입니다.

고경빈: 탈북자의 의지와 배경, 능력 등을 감안해서, 이들을 국가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의 자산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 그러니까 자립과 자활을 뒷받침해 주면서,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남북 간 체제의 차이를 뛰어넘는 노력을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자, 이런 취지에서 (주무부서가) 통일부로 넘어옵니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법이 제정되면서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통일부로 넘어옵니다.

탈북자들이 미래의 남북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법은 탈북자의 ‘자립과 자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착 지원금의 지급 방식도 바꿉니다.

이전에는 1인 가족을 기준으로 정착 지원금이 3,600만 원, 그러니까 미화로 3만 달러가량이었지만, 2005년부터는 기본 정착금이 2,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대신 취업과 자격증 취득 등에 대한 장려금을 주게 됩니다. ‘노력하는 만큼 받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고경빈 전 사회문화국장입니다.

고경빈: 전체적인 정착금의 규모는 똑같아요. 그 안에서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부분은 조금 축소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취업의 단계를 밟을 때마다 지급하는 돈의 비율을 높인 것이죠.

기자: 장려금의 비율이 높아져서 ‘자립과 자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군요?

고경빈: 네, 그런 거죠. 그러니까 전체 정착금의 규모에는 지금까지 큰 변동이 없습니다. ‘자립과 자활’에 초점을 맞춘 탈북자 정착 지원법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탈북자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법은 네 차례, 그리고 시행령은 여섯 차례에 걸쳐서 개정됐는데, 대표적인 개정 사례는 이른바 ‘10년 조항’입니다.

2007년 남한 정부는 중국 등에서 10년 이상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를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만들어 시행합니다. 이 조항 때문에 생계지원비나 의료보험 같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탈북자가 속출하자, 이를 시정하라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2009년 1월 정부는 다시 개정안을 만들어 해외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불편부당한 일을 시정해달라는 탈북자의 요구가 없었다면 정부는 개정안을 낼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박상학: 피해자 중 12명과 함께 통일부에서 2007년 7월부터 두 달 동안 단식 농성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땀과 시련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다시 찾은 건데요. 이후에 입법을 통해 (문제가 됐던) 조항이 없어졌지요. 지금은 모든 탈북자들이 10년이 됐건, 그 이상이 됐건, 똑같이 정상적인 정착 지원과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자구 노력은 시민단체의 도움이 합쳐져 더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 이른바 ‘10년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나왔을 때에도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이 조항이 시행된 이후에도 학술 토론이나 정책 제안 등을 통해 정부에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해 지난 5월에는 탈북자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의 연합체인 ‘북한이탈주민정책모니터연대’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회원들은 모두 7년 이상 탈북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단체의 김영자 대표는 탈북자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없다면,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은 탁상공론에 머물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김영자: 민간단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져도 탈북 동포를 사회에 정착시키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반영돼야 하는 것이고요. 정부도 어떤 정책을 입안할 때는 민간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한국 사회가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별로 변화했고, 그 변화는 탈북자에 대한 새로운 지원 정책으로 나타났습니다.

1962년 ‘귀순자 특별 원호법’을 시작으로 탈북자와 관련한 법과 정책은 이제 반세기의 역사를 갖게 됐지만, 한국 사회의 탈북자 지원 정책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탈북자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을 위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과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정부가 상호작용하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MC: 탈북자 2만 명 시대 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 돕기’ 편을 들으셨습니다. 내일은 ‘스스로 돕는 탈북 사회’ 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