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특집⑧]런던의 탈북자유민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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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자 2만명 시대’ 기획 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정착 상황을 전해드린 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는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상황을 살펴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오늘과 내일은 유럽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 런던을 찾아 이들이 새 삶의 터전을 일구는 현장을 취재한 전수일 기자의 보도를 전해 드립니다. 이 시간에는 런던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이주 배경과 정착 현실에 대해 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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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까지 북한 출신으로 영국 땅에 있는 난민의 수는 1,500여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난민 승인을 받아 거주하고 있는 진짜 탈북자의 수는 300여 명이라는 것이 영국 내 탈북자 단체와 한인사회 단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사진은 런던 한인의 날 행사. RFA PHOTO/전수일

탈북자들이 영국에 망명을 시작한 것은 6년전.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시작해 2009년까지 북조선인민공화국 출신으로 영국 땅에 있는 난민의 수를 1,500여명으로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난민 승인을 받아 거주하고 있는 진짜 탈북자의 수는 300여 명이라는 것이 영국 내 탈북자 단체와 한인사회 단체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유엔 자료와 실제 탈북자 수가 다른 것은 유엔 자료의 난민에는 영국을 떠난 난민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조선족 중국인들이 탈북자로 위장해 난민 신청 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입니다. 하지만 300여명의 이 진짜 탈북자들도 북한을 탈출해 곧 바로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한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한국에 정착해 한국 국적자가 됐다가 다시 영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난민 아닌 난민들입니다.

역사적으로 북한과 언어와 문화가 같은 한국을 떠나 말이나 생활 관습이 전혀 다른 영국이란 서양 나라에 재정착하려는 탈북자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2007년 영국에 정착해 탈북자들의 단체인 재영조선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주일씨는 취업과 자녀 교육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주일: 한국가서 취업하려해도 취업이 잘 안되고 취업을 일단 해도 그 수입으로 집세내고 가스세 내기도 힘들고 한국 경쟁사회에서 자녀 교육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 아이들처럼 영어학원이니 무슨 무슨 학원을 보내고 싶지만 능력은 안되지요. 아이들도 어릴 때는 모르지만 커 가면서 학급 아이들이 누구는 무슨 학원 다니는데 너는 무슨 학원다니냐 물으면 자녀들이 돈 없어서 못 간다는 걸 알면 상처를 받고. 이런 한국사회에서의 상대적인 빈곤감 때문에 탈북자들이 해외로 나오는 비율이 높아지는 거죠.

한국에서 탈북자들이 일자리 얻기가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영국에서 취업이 더 쉬운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탈북자들로서는 영국인 직장은 그림의 떡이고 한인사회의 직장도 영어를 구사하는 곳은 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도 한국에서 처럼 ‘쓰리 디(3D)’라고 불리는 직종, 다시말해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직종 외에 별반 없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재영한인회 부회장 재유럽경제인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국 협의회 회장으로 지역 내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김 훈 씨입니다.

김훈: 취업 이전에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입니다. 남한에서 오신 분들은 영어 교육이 어느정도 돼 있는데 탈북자유민들의 경우는 한국에서 왔든 중국에서 왔든 아니면 제3국을 통해 왔든 언어(영어)가 안 된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한인동포 업체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4-5년전에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영국에 들어 올 때도 역시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건축 현장이나 요식업-식당에서 일하든가 수퍼- 식품점에서 일하지 않으면 달리 일 할 데가 없었습니다. 탈북자유민들도 마찬가지로 거기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축현장이든 식료품점이든 식당이든 탈북자들은 ‘쓰리 디’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한국보다 짧으면서도 노임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김주일 씨입니다.

김주일: 여기 한인업체에서 주는 급여는 한국돈으로 월 2백에서 2백4십만원 정도입니다. 한국의 식당에서 탈북자들이 일하면 월 백에서 백2십만원 정도 받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받는 급여가 따블입니다. 두배가 된다는 말입니다. 미국돈으로 2천 달러가 넘습니다.

하지만 2만 5천여명의 한인들과 탈북자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한인타운 뉴몰든(NEW MOLDEN) 지역에서 생활하는데 이 정도의 소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김 훈 회장의 설명입니다.

김훈: 일거리가 한인사회에서 나오니 한인사회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그분들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뉴몰든 한인타운의 집세가 다른 지역보다 좀 비쌉니다. 그러니 지출폭이 더 큰 것이죠. [3인 내지 4인 탈북자유민 가족이 정부의 지원 없이 본인 스스로 집을 얻어 한 달 살려면 얼마정도의 수입이 필요할까요?] 3, 4인 가족이라면 최소한 부부 방 하나, 애들 방 하나, 거실 하나가 되는 집이어야 하는데요, 그러면 적어도 1,300-1,400파운드는 듭니다. [천3,4백파운드라면 한국돈으로는 얼마정도 됩니까?] 2백5십만원 정도입니다. 미국돈으로 치면 2천5백달러 정도가 된다는 얘깁니다. 영국에서는 집세와 공공요금이 가장 비쌉니다. 이것이 영국에서 살기 어려운 점입니다.

난민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영국을 떠나지 않은 일부 불법체류 탈북자들은 건축현장이든 식당이든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려 애씁니다. 영국정부로부터 난민 정착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일하지 않고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난민으로 인정받아 망명이 허가되고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탈북자들은 오히려 직장 구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김훈: 난민 지위를 받은 분들은 영국 정부로부터 정착 지원금과 같은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지원금 수령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규 일자리를 잡을 수 없습니다. 정규적인 일자리를 잡으면 정부의 지원금이 감축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정과 비슷하네요.] 네. 그건 어느나라나 똑 같습니다. 정식 취업을 해도 문제는 언어나 문화 장벽으로 직장에서 받는 보수가 정부의 지원금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취업하기보다는 지원금 받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죠.

영국은 난민 지원정착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국가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북자를 포함한 모든 합법적 난민은 정부로부터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망명을 신청하고 판정을 기다리는 예비 난민도 같은 혜택을 받습니다.

남편과 열 살짜리 딸 하나와 함께 살고 있는 탈북 여성 김 씨 입니다.

김 씨: 아이들에게 주는 도움이 많습니다. 아이들 간식비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줍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에게는 일과 아이 양육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을 안 해도 정부에서 집세도 내주고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줍니다.

그 혜택 중에서도 영국의 무상 교육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김 씨는 제일 좋다고 합니다. 딸의 미래에 모든 희망과 꿈을 지향하고 있다는 김 씨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김 씨 옆에서 BBC방송 어린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소학교 2학년의 현주도 학교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한국말과 영어 둘 다 잘 합니다.

[친구들 많아?] 네, 다섯명이요. [학교에는 조선사람들 있어?] 네, 나 까지 4명이요. [여기 영국아이들은 친절해? KIND해?] 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 뭐가 제일 재미있어? WHAT KIND OF SUBJECT YOU ARE MOST INTERESTED IN?] ENGLISH. LITERACY. I LIKE MAKING UP STORIES.

김 씨 부부는 모두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한인 언론사에서, 그리고 자신은 텃 밭에서. 지방정부에서 주민들에게 소액의 사용료를 받고 대여하는 텃밭에 각가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김 씨는 조만간 이웃 탈북자 친구와 함께 청소대행업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 온 탈북자들이 모두 김 씨 가족처럼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 장벽과 생소한 사회 생활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영국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다고 김주일 씨는 말합니다.

김주일: 2천7년, 8년에 많이 왔는데요 난민 비자를 받은 사람도 한국에 귀국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의 생활 정보를 얻지 못해 정착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례가 많습니다. 한인사회에 모두 모여 사는 게 아니라 여기 난민 지위를 받으면 정부가 보조하는 주택 사정에 따라 각 지방에 분산을 시킵니다. [한국과 비슷하네요] 네. 그러면 사는 지역에서 한인은 물론 중국인이나 일본인 같은 아시아인도 보기 힘들어요. 스트레스가 큽니다. 음식 문화도 문제고 지역 특성에 관한 정보도 얻기 어렵고 통.번역 서비스가 없으면 말도 안 통하고요. 그런 것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윔블던에서 100여명의 한인과 탈북자 신자를 목회하고 있는 김은혁 목사 역시 탈북자들이 한인사회와 교류하고 동화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은혁 목사: 생소한 것도 있고 제가 보기엔 문화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안 섞이는 것 같아요. 북한 공산주의 폐쇄된 체제에 있다 보니 여기에서 적응하는데 한인과는 다른 것 같아요. 생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그런데 이분들이 한인사회에 와서 같이 합류를 하면 좋겠는데 그게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나름대로 이유도 있겠지만 힘들더라도 한인사회나 영국사회에 어울리려는 노력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 끼리는 친교를 잘 하고 잘 모이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삶의 터전을 일구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30년전 맨손으로 영국 와서 자립에 성공한 한인 이민들처럼 탈북난민들 역시 영국사회 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국협의회의 김 훈 회장은 말합니다.

김훈: 탈북자유민들 뿐만 아니라 이곳 식당에 요리사로 오신 한국 분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식당의 요리사로 오신 분들도 처음에는 언어나 문화적으로 소통이 안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6-8년동안 열심히 일해 무역회사나 주류사회에서 크게 활동하시던 분들을 제외하고는 한인 동포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영주권을 받고 식당을 차려 한인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탈북자유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북자유민들도 본인들이 노력만 한다면 그리고 처음의 어려움을 극복만 한다면 그분들과 다를 게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영국사회 정착 성공의 여부는 탈북자이든 한인이든 가릴 것 없이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 된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적자생존의 승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자 2만명 시대’ 기획 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정착 상황을 전수일 기자의 현지 취재로 전해드렸습니다. 내일은 런던 정착 탈북자들의 삶의 현장을 탐방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