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자 2만명 시대’ 기획 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유럽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 런던을 찾아 일주일 간 이들의 삶의 현장을 취재한 전수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영국박물관 내 한국인 오영찬 큐레이터: 자, 여기가 한국실입니다. 이 박물관이 언제 생겼다고 했죠? 1759년에 생겼는데 한국실이 만들어 진 것은 여기를 보면 2000년이라고 돼 있어요. 올해로 꼭 10년째 되는 것이에요…
8월 12일 목요일 아침 런던 도심에 있는 브리티시 뮤지움(The British Museum) 영국박물관 안입니다. 일곱살에서 열살 안팎의 올망졸망한 아이들 아홉명이 박물관 뒤쪽에 있는 한국실에서 학예연구관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런던에 정착한 300여명의 탈북자들의 단체인 재영조선인협회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세계 문명의 역사를 배우도록 마련한 현장학습입니다.
오 큐레이터: 여기 박물관 유물 중에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것이 고려시대 때의 나전칠기함입니다…
하루 평균 만 5천명의 세계 관람객들이 찾는다는 이 박물관에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동의 아시리아,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권의 고대 문명과 역사를 보여주는 8백만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것들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 갖고도 모자랄 정도로 박물관이 큽니다. 그래서 이 날 아이들은 2시간의 제한된 일정으로 한국실과 그 옆에 있는 중국관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전시관을 중심으로 둘러 보고 있습니다.
오 큐레이터: 이때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내장을 다 꺼내. 내장을 다 꺼낸 다음 방부처리를 한 다음에 이렇게 미라를 만들어요. 이건 미라를 넣는 관이에요. 어른-말 잘 안듣는 사람 이렇게 된다. 어린이- 이렇게 돼? 왜? 어른-죽으면 그렇게 돼.
한 시간 쯤 지나면서부터 아이들은 전시물 구경보다는 밥 생각이 앞서는지 보호자로 따라온 어른들에게 칭얼댑니다.
어린이들: 배고파 나. 나도 배고파. 아침 먹었잖아? 그래도 배고파…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박물관을 나온 시각이 12시. 한인 식당에 미리 주문했다는 점심 도시락 차가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박물관 앞 휴계 광장에 앉아 떡, 불고기, 닭구이 등으로 채워진 벤또를 비우는데 열중합니다.
점심식사 어린이들 사운드: 뭐가 맛있어? 치킨? 두부. 치킨 맛있어. 어린이들 대화 Are you still starving? Are you hungry?
이제 밥을 먹었으니까 힘나지? 네. 그럼 박물관에 들어가서 또 2시간 동안 보자? 아이들- 노!노!...나 갈래요..”
점심 끝낸 자리를 정리하는데 우리 일행이 식사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나이 지긋한 박물관 경비원 한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AND I NOTICED THE CHILDREN WERE TAKING THE FOOD OUT AND GIVING IT TO THE ADULTS, AND THEY WENT AROUND AND GET ALL THE ADULTS FIRST BOX OF FOOD, SECOND BOX OF FOOD,..
이 경비원은 아이들이 식사 전 건네 받은 벤또(도시락)를 어른들에게 먼저 드린 뒤에 자신들의 것을 챙기는 것을 보고 너무 흐뭇해 말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요즘 세대에 그렇게 어른들을 배려하는 아이들을 영국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두 시간의 박물관 견학으로 아이들이 세계 문명을 다 배운 건 아니지만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장 한국전통음악 공연 사운드)
8월 14일 토요일, 런던 남서쪽에 있는 한인 밀집 지역 ‘뉴몰든(NEW MOLDEN)’ 인근의 ‘페어필드’ 공원(FAIRFIELD RECREATION GROUNDS)입니다. 매년 8.15 광복절을 기해 런던의 한인사회가 벌이는 코리안 페스티벌, 즉 한인축제가 진행 중입니다. 축구장 한 개 반 만한 넓은 잔디밭 행사장 한 복판에서는 한인들과 영국 주민들이 천막아래 마련된 객석에 앉아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왼쪽 가장자리 20미터 가량되는 긴 천막아래 줄지어 있는 간이 식당에서는 불고기와 갈비 굽는 냄새가 식욕을 돋굽니다. 공연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모여 있습니다.
행사장 여기저기에 구경을 나왔거나 한인동포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탈북동포들이 보입니다. 또 간이식당 앞 잔디 한쪽에서는 탈북동포 남성과 여성들 10여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탈북자:-여기 오신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한 2년 됐습니다. -여기 작년에도 오셨습니까? 작년에는 못왔습니다. 제가 지방에 있는데요, 오늘 페스티벌에 초청받고 지방에서 올라 왔습니다. -지방이라면 런던에서 먼 곳인가요. 네. 중부지방입니다. -오늘 보니까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탈북자유민들도 많이 보입니다. 한국인들도 많구요. 먹거리도 많고. 직접 와 보니 어떻습니까? 저희끼리 보다는 모든 한인들이 모인 곳이 함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마당에 함께 모일 수 있는 것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일 년에 한번 정도 만나 그동안 못 만나 본 사람도 보고. 저희 탈북민들도 평소에는 자주 못 만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인사도 하고 살아 온 얘기도 하고. -한인들과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자리나 계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죠? 당연하죠. 저희는 영국 사회에 기반이 없는 상황이지만 한인 교민들은 미리 와서 모두 자리를 잡은 분들이니 저희가 한국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죠. 이런 기회에 감사를 표시할 수도 있구요.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먹거리가 풍성한 간이 식당 천막 앞에는 한인들은 물론 현지 영국인 주민들이 북적입니다. 열개 정도 되는 천막 식당에서는 즉석에서 만든 한국 음식들이 쉴 새없이 팔리고 있습니다. 갈비, 잡채, 군만두, 불고기, 떡볶기, 김밥, 국수, 떡… 없는 게 거의 없습니다. 식당 앞 야외 식탁에서 먹고 있는 외국인들, 무엇이 제일 맛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RESIDENTS: WHAT ARE YOU EATING NOW? I’M EATING KALBI. VERY NICE. HOW ABOUT YOU? JAPCHAE. DO YOU LIKE IT? YEST. PRETTY GOOD.
영국인 젊은이는 갈비가 최고라고 하고 그 옆에 있는 미국인 친구는 잡채와 군 만두라고 합니다. 행사장 중앙 잔디에 세워진 공연장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이 불려지고 있습니다.
(노래 사운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한국에서 초청된 성악가 임준식 씨입니다. 노래가 끝난 뒤 성악가에게 코리안 축제에 참여한 한인들 특히 탈북동포들에게 타향인 영국에서 ‘나의 살던 고향’ 노래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임준식: 탈북자 여러분들은 사실 탈북을 하신 게 아니고 이제 진짜 고향으로 돌아오신것이라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고향은 북쪽이지만 통일이 된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이제 고향은 푸근하게 품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탈북자라는 이질감을 갖지 마시고 당당히 우리 교민들이 활동하고 계시는 이 사회안에 흡수가 되셨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사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대금 공연 사운드)
탈북동포 봉사자들이 한인 봉사자들과 어울려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의자를 옮기고 있습니다. 이날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페어필드 공원은 영국 땅이 아니라 고향 땅 같은 느낌입니다.
8월 15일 일요일, 뉴몰든에서 가까운 윔블던에 있는 한인 장로교회입니다.
(찬송가 사운드)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 근심 무거운 짐…”
한인 타운에 살고 있는 탈북자 대부분이 한인 교회에 나갑니다. 재영조선인협회의 김주일 씨도 다른 탈북자 대여섯 가족과 함께 이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2005년 북한을 탈출하기 전만해도 종교를 몰랐던 인민군 장교 김 씨는 탈출 후 중국에서 비정부기구 단체의 도움을 받으면서 기독교를 알게됐고 2007년 런던에 정착한 이래 이 교회 집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성경봉독 소리)
여름 막바지 휴가철 모국에 여행 간 신자들이 많아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60여명. 대부분 한인들인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 탈북자 가족들도 찬송가를 꺼내 찬송하고 기도를 드립니다. 김주일 씨의 부인은 인도자가 성경을 봉독하자 두꺼운 성경책을 펴 구절 구절 형광펜으로 줄 치며 열심히 따라 읽고 있습니다.
(목사의 설교 소리)
목사님의 오늘 설교 주제는 ‘믿음의 사람들.’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것은 핸드폰 (손전화)가 아니라 믿음의 기도라고 역설하는 설교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옆에 주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김 씨는 손에서 떨어진 것도 모르고 계속 졸고 있습니다. 밤 늦게까지 직장 일하고 탈북자 단체 일까지 챙기느라 그는 늘 잠이 부족합니다.
(친교시간 사운드)
하지만 예배가 끝나고 지하 소강당에서 열리는 교인들의 친교시간, 김 씨는 다시 활발해 집니다.
교회 목사님이 김주일 집사에게 텃밭 채소 재배가 잘 되고 있는 지 묻습니다.
어른들이 친교실에 모여 영국 차와 과자를 즐기며 지난 한 주일 있었던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옆방에서 뛰어 놀고 있습니다.
(자동차 소음)
오후 예배와 친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 이웃 탈북자 가족도 함께 탔습니다. 텃밭에서 따 온 오이 호박 깻잎으로 만든 무침과 고깃국이 올라있는 푸짐한 저녁상이 생각 나는 귀가 길. 아이들이 신나게 노래를 시작합니다.
//…힘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거듭나면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자 2만명 시대’ 기획 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유럽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 런던을 찾아 이들의 삶의 현장을 취재한 전수일 기자의 보도를 전해 드렸습니다. 내일은 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을 현지 취재로 알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