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 식량난의 거짓과 진실] ④ 국제사회 우롱하는 '구걸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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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해마다 3월이 되면 심각한 식량난을 겪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3월 달에 들어서도 식량난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식량가격 하락과 외화 환율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급하게 국제사회에 식량원조를 요청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면에 깔린 북한당국의 의도를 문성휘 기자가 분석합니다.

최근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비밀접촉과정에서 한국정부에 대북 식량지원을 대규모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정부소식통은 9일 연합뉴스에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말하지만) 진정성은 보이지 않고 우리 측에 자꾸 쌀을 달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킨 북한이 식량지원을 위해 염치도 체면도 무릅쓰면서 정상회담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북한당국이 꾸준히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해 오긴 했지만 올해처럼 다급하게 구걸하듯 요청한 사례도 드물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3월 9일을 기준으로 함경북도 회령시 장마당과 혜산농민시장에서 식량(입쌀)가격은 한 키로에 1천500원, 중국인민폐 대 북한 돈 환율은 380 : 1입니다. 1월 달 정점을 찍었던 식량가격 3천300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하락했습니다.

일부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어오는 가정세대들이 여전히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북한 내부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지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이후 지금처럼 3월에 들어서도 식량난이 불거지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보기 드물게 식량사정이 호전되었는데도 북한의 외교당국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창피를 무릎쓰고 식량지원을 간청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우선은 군량미가 전년에 비해 줄어든데 원인이 있겠고 또 내년도엔 강성대국을 선포해야하니깐 최소한 주민들에게 정상적인 식량배급정도는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런 소식들을 바탕으로 두 가지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우선은 주민들의 식량생산 내지 보유량과는 무관하게 지난해 북한당국이 김정은의 치적을 내세우느라 군량미 수집을 보류하다나니 충분한 군량미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군인들과 간부계층에 공급할 식량이 바닥나면 그 때에는 김정일 체제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지난 2일 평양에 도착한 러시아 ‘21세기관현악단’을 데려오기 위해 특별기까지 띄웠습니다. 여기에 든 기름 값만 국제 유가로 환산하면 10만 달러 이상이고 이 돈이면 북한에서 120톤 이상의 식량을 살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평양시 10만 세대살림집건설’과 희천공작기계공장 현대화, 혜산청년광산 현대화사업에도 거액의 외화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군인들조차 먹여 살릴 능력이 없다고 보기엔 너무도 사치한 행보입니다.

다음으로는 북한당국이 강성대국완성을 선포할 2012년을 위해 지금부터 식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주민들에게 최소한 내년 1년 동안 배급이라도 제대로 공급하기위해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북한이 식량지원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을 의심하는 대북소식통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올해 80만 톤의 식량 원조를 끌어들이라고 지시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식량외교를 국제사회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예년과 같은 식량난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그 보다는 우선 북한당국이 지난해 알곡생산량과 그에 따른 부족분을 투명하게 밝혀야 국제사회의 지원도 원활하게 이끌어 낼 것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