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미 정착 탈북자들 "북 가족• 고향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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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말처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한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미국은 추석 명절이 없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또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소박하게 나마 추석을 쇠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차은지 인턴기자가 미국의 추석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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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앞둔 20일 한가족이 환하게 웃으며 고향을 향해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동부지방에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 주 애난데일에 있는 한 떡집. 추석을 맞아 송편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일주일 전부터 미리 떡을 주문하는 한인들도 많아 요즘은 각 떡집마다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쁩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송편을 빚었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보니 떡집에서 송편을 사 먹는 한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자가 찾아간 떡집도 밀려오는 주문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애난데일 떡집: 저희는 송편 주문이 많아요. 거의다 완성된 완제품을 사가시고 떡가루 주문은 별로 없어요. 추석은 한국에서는 보통 여자들이 앉아서 송편을 빚고 음식을 장만하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대부분 생활이 바쁘니까 송편을 빚는다거나 그러진 않고 그냥 식구들이 모여서 저녁 같이 먹고 그러면서 송편을 먹는거 같아요. 근데 한국에서는 추석때 송편만 먹는데 미국은 틀린게 그냥 송편뿐만 아니라 그냥 한국 대표적인 떡을 여러가지를 많이 드세요.

한국에서는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아가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데 온 가족이 분주하지만 미국에서는 이처럼 직접 음식을 준비하기 보다 상점에서 사다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음식을 준비하진 않지만 추석날 만큼은 송편을 먹으며 머나 먼 고향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미국 생활 6년차에 접어든 한인 주부 최선문 씨. 선문 씨는 추석 날에 가까운 어른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저녁에는 친척 어른 댁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아무리 바쁜 미국 생활이지만 추석 인사를 통해 소박하게나마 추석 명절을 함께 기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최선문 씨: 평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 어른을 찾아가 선물을 드리면서 추석 명절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고요, 또 저녁에는 친척집에 모여 함께 만두를 빚으며 저녁 한 끼 할까 합니다. 미국에는 특별히 추석 명절이 없지만 그래도 추석을 완전히 잊은 건 아니잖아요. 비록 고향에서 명절을 함께 쇠지는 못하지만 여기서 조촐하게나마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거든요.

이처럼 미국에서 지내는 추석 명절은 한국에서 보내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성묘나 차례를 지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한인들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저녁식사를 하며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분주한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한인들의 친목 집단인 한인회가 그 곳인데요, 미국 워싱턴 내 한인회에서는 명절인데도 혹시 외롭고 쓸쓸히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특별히 한인들을 위해 추석잔치, 노인잔치 등을 엽니다. 또 미국 주류사회에 추석에 관한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갖기도 합니다. 워싱턴 한인회 관계자 육종호 씨의 설명입니다.

한인회 관계자: 한국에서는 제사도 지내고 차례도 지내고 준비를 많이 하는데 이쪽에서 보면은 한국에서 있었던 것 보다는 열기가 덜 한 것 같지만 또 추석하고 명절이 오면 한국을 기억을 하고 생각을 하거든요 고향생각도 하고. 어떤 분들은 여기서 차례를 지내는 분들도 있고 또 차례를 못 지내는 분도 있고 한데 그쪽하고 이쪽하고 느끼는 감정은 어쨌든 고향 생각을 많이 하는 그리고 단체에서 추석 잔치도 하고 노인들을 위해서 노인잔치도 하고 있어요. 추석 기분도 이렇게 내고 또 고향 생각도 하고 이런 의미에서 코러스 행사를 하죠.

한국에서도 추석 명절을 맞아 거리와 재래시장에서는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채소나 고기 값이 크게 올라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과 손길은 변함없이 분주합니다.

올해 한국의 추석 명절은 3일. 하지만 추석이 있는 주에 추가로 휴가를 받고 주말까지 합치면 최장 9일까지 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각 지방마다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걸려있고 음식재료와 추석선물을 판매하는 상점의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또 텔레비전에서는 각 방송사마다 제작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고 인기있는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어 추석 연휴는 더 즐거워집니다.

고향을 찾기 위해 수 천만 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다 보니 도로마다 차가 꽉꽉 막히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로 마음은 벌써 고향땅에 가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추석 명절의 풍경. 그렇게 한국의 명절 분위기는 무르익어 갑니다.

<중간 브릿지 music~~>

미국에 정착한 가명의 탈북자 정준혁씨(가명)도 추석 명절이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일터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입니다.

명절의 기쁨을 함께 나눌 가족이 북한에 있고, 또 북한의 가족이 고생하고 있을 생각만 하면 오히려 명절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만 듭니다. 가뜩이나 식량난으로 어려운 때에 최근에는 북한에 큰 수해까지 닥쳐 추석 명절이나 제대로 보내고 있을지걱정입니다.

2008년 미국에 정착한 또 다른 가명을 쓰는 탈북자 이금자씨(가명)도 미국에서 추석을 맞았습니다.

북한에 있었을 때는 조상님의 묘도 찾아가고 차례도 지냈지만 여기서는 여느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조촐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오히려 돌아가신 부모님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슬픈 추석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이금자 씨: 미국에서의 추석은 아직까지 쇠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전에 우리 어머니랑 조상님들은 어디에 가 있든지간에 그 날 추석엔 그날 밤엔 밥상을 차려놓고 절도 하고 인사도 하고 그러던데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는 하지 못했어요. 그냥 그날은 돌아가신 부모님들 추억하면서 그때 그 어린 시절들 지난적에 부모가 살아계셨을 때일들 회상하면서 마음속으로 슬픈 마음만 가지고 기억만 하고 추억하는 시간으로 보냅니다.

금자 씨가 전하는 북한의 추석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생일에 밀려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북한 주민들도 추석날 조상의 묘를 돌보고 차례도 지냅니다. 며칠 간 연휴인 한국과 달리 북한의 추석은 단 하루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갖고 조상의 묘를 찾아가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추석이 외롭지만은 않습니다. 이들을 돕고 있는 단체 관계자나 직장 동료, 또 탈북자끼리 오붓하게 추석 명절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정준혁씨도 북한이나 한국에 있을 때의 추석과 같지 않지만 풍요로운 곳에서 자유를 누리며 추석 명절을 기념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또 하루 빨리 북한의 있는 가족과 만나 명절 때마다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게 미국 내 탈북자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일컫는 추석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또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말처럼 추석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인데요. 남과 북이 분단된 세월 동안 추석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추석의 의미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국이나 북한이나 그리고 이곳 미국이나 다 똑같습니다.

가족이 더 생각나는 추석. 밝은 보름달을 보며 북한의 청취자께서 어떤 소원을 빌고 계신가요?

북한도 한국도 미국도 추석 명절을 맞아 몸과 마음이 풍요로우면 좋겠고, 언젠가는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 그리고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가족과 함께 추석 명절을 보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RFA 자유아시방송 차은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