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특집] ① '세계사의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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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이 G20,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11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맞이해 세 차례의 특집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세계사의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의 위상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 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국제 시장의 주가와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미국 금융기관의 달러화 회수로 달러 가치가 급등합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각국의 수출은 급감합니다.

이 같은 배경하에서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이 2008년 11월 워싱턴에 모입니다. 국제 금융위기의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게 바로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배경입니다.

그다음 회의는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렸고, 같은 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회의에서는 각국이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합니다. 2009년 9월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 오늘 저는 가슴 벅차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국운이 활짝 열리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음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 이어 한국은 이번에 제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G20의 'G'는 그룹(Group)의 약자로 '모임'을 뜻합니다. '주요 20개국 모임'으로 번역되는 G20은 기존의 선진국 중심의 G7과 신흥 12개국, 그리고 유럽연합이 회원입니다.

이들의 국내총생산, 그러니까 GDP를 모두 합하면 전 세계 총 GDP의 85%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20개 나라의 정상들이 세계 경제의 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드는 최상위 협의체에서 그 의장 역할을 이번에 한국이 맡는 겁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는 ‘유엔 가입 19년 만에 지구촌의 좌장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외교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경제를 규율하는 운영 그룹에 진입하게 된 것이며, 규칙 준수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도약한 것’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 이제 우리의 생각도 변방적 사고에서 중심적 사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국제 사회에서 이에 걸맞은 우리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이제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하는 노력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도약한 한국이 국가 역량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역할과 의무를 부과받은 것’이라고 한국 정부는 해석합니다.

이 같은 역할과 의무는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이번 G20 정상회의의 캐치프레이즈, 그러니까 표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입니다.

사공일

: 2008년 11월 제1차 G20 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죠. 그 이후 4차례에 걸쳐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만, 당시엔 주로 당면한 세계적 금융 위기의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그래서 금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의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하는 데 있어서 지역 간, 국가 간, 계층 간 모두 다 함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또 그렇게 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그런 캐치프레이즈를 택했습니다.

‘다 함께 성장하자’는 말은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이루자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 협력체제의 구축과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그리고 국제금융규제 개혁 등 지난 회의의 합의 사항을 점검하고 보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의장국이자 주최국인 대한민국은 개발 의제와 세계 금융 안전망의 확보 등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제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는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골고루 모여 있는 G20 회의에서 한국은 이상적인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은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서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중간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의 최병일 원장은 설명합니다.

최병일

: 정말 정부와 민간 분야가 혼연일치가 돼서 준비를 많이 해왔고, 또 한국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의제에 대해서 준비를 해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좀 다르게 말하면 한국은 ‘어니스트 브로커(honest broker)’다, 그러니까 한국이 사심없는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사이에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만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20세기 후반의 전쟁으로부터 1인당 GDP 2만 불 국가가 됐다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외국이 어떤 문제를 던졌을 때, 이걸 우리 나름대로 극복한 한국식 경험이 있고, 또 우리만의 좌절이 있습니다. 이걸 통해서 지구 상에 존재하는 192개 UN 국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사심없는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이런 걸 적절히 활용하면 서울 정상회의는 대성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60년 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돼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한국이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며 원조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경제 개발과 외환 위기의 극복, 그리고 금융 위기의 탈출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이 이젠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를 이끌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8일 라디오 연설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촌의 번영과 안정에 기여하는 세계사의 당당한 주체가 될 것입니다. 특별히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주요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첫 회의이자 아시아 국가에서도 처음입니다. 국제사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목표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기적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 이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