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와 북한] ① '최고 지도자'에 도전장

중동의 나라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10일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절대적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맞서며 젊은이들과 지식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이란 국민의 시위는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09.06.22
iran_protest-305.jpg 1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Mousavi) 전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 PHOTO/STR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수백에서 수천 명의 국민이 10일 넘게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자 국민이 부정 선거란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한 시위는 이란의 수도뿐만 아니라 각 지방 도시와 농촌, 해외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총을 발사하며 폭력을 휘둘러 시위대를 진압했고 지난 20일 하루에만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평화적 시위에 참가했던 16세 소녀가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 국민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정책을 없애며,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운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지지했지만 예상을 깨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로 재선되자 부정 선거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이란 국민의 행동이 부정선거에 대한 시위 차원을 넘어 개혁을 추구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난날 미국을 적이라고 부르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핵개발로 민족주의를 자극해 강력한 권력을 유지했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위상이 실추되는 등 정책적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란 국민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도 이란과 북한의 정책에서 반미와 핵개발 등 비슷한 점이 많다며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Larry Niksch: 북한은 이란의 사태를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99%가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모를 겁니다. 북한은 반정부 시위로 이란의 정권이나, 이란의 핵개발 정책, 이란의 반미 정책 등이 바뀌기를 원치 않습니다.


무사비 후보를 지지하며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의 핵심 동력은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대학생들과 지식인, 전문직 종사자입니다. 또 시위는 도시의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인 여성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외신 기자들을 쫓아내고 언론매체와 개인의 휴대전화 사용까지 통제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불복 시위를 통제하려 했지만 시위대는 인터넷을 이용한 휴대전화와 문자편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위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닉시 박사는 이란 국민이 휴대전화와 이를 이용한 문자 편지, 인터넷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더 큰 힘을 얻었지만 북한은 이런 활동이 통제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란과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란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라 할 수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선거에 아무런 부정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국민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최고지도자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진보센터의 앤드루 그러토 선임 연구원은 이란 국민이 대통령 선거를 부정 선거로 확신하고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도력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과 이란의 정치 구조는 다르지만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국민의 외침은 북한에 전달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에 나선 국민에 강경 진압으로 대응한 이란 정부에 대해 “이란 정부는 자국민에 대한 폭력과 부당행위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서방국도 이란의 부정 선거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중동 전역에 개혁 요구를 번지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란도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과 개혁 의지가 반영된 모습이 바로 지금의 반정부 시위라는 설명입니다.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바로 북한도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란의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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