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정은과 북한의 앞날②] 근본적인 개방·개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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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3대 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 체제에서는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일단 이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김정은 시대의 개방·개혁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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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국가의 일부 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열린 평양 국제상품전람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지난달 북한에서 개최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 북한 주민이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등 경제 발전에 관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줄 알았지만 정작 '당 대표자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후계 체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당 대표자회'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암시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 주민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경제문제가 외면된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새로운 지도자란 의미에서 '김 위원장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와 함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는 게 북한 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 중심의 정책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연구원입니다.

김광진: 그렇게 기대하기는 어렵죠. 이번 김정은의 출현을 볼 때 할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을 입으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죠. 공식적으로 임명된 자리를 봐도 군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구축하고 군에 의존해서 통치하겠다는 거죠. 또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혈족, 친척 등을 중심으로 형성하지 않았습니까? 과거의 전통과 뿌리를 지키고 계승하겠다는 표현이거든요. 큰 정책변화나 개혁·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김정은의 권력이 약하고 결정권이 크지 않아 주변 인물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당 대표자회'에서 급부상한 리영호, 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인물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정통성과 뿌리를 지키고 충성을 과시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개혁·개방과 같은 정책 변화를 조언하는 사람은 없어 경제에 관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가주대학(USC)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David Kang) 교수도 김정은 체제에서 당장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의 생활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강 교수는 김정은이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없는데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정치와 군에 집중한 인사개편을 강행하면서도 경제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David Kang: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살아 있고, 김정은의 후계체제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에는 개혁·개방이 힘들 겁니다. 중국도 북한에게 개혁·개방을 조언했지만, 김정은 시대에서 그것을 따를지도 확실치 않고요. 북한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북한의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존 들루리 박사는 북한 당국이 경제 개혁에 관해서는 미진한 느낌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들루리 박사는 북한이 당장 경제 개혁을 할 생각이 없고 시장경제를 향한 계획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당 대표자회'가 끝난 직후 다시 북한 주민의 외화 사용을 통제하며 이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티븐 해거드(Stephane Haggard)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 주민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Staphane Haggard: 개혁·개방이 무엇입니까?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지 않고, 주민의 사유권을 인정하면서 무역과 서비스 등 시장 경제를 허용하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경제 전략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서 개혁·개방의 희망을 가져보지만 현재 어떠한 변화의 징후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북한 주민의 생활은 개선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식량난과 화폐개혁의 실패로 피폐해진 주민 경제. 이같이 열악한 북한의 경제 상황이 부분적인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북 관계의 개선과 북-중 관계를 통해 외화와 자원의 유입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광진: 김정은이 너무 어린데다 김정일이 살아 있고, 주변의 군부 세력과 혁명 1세대의 후손들이 포진해 정책을 제어하고 조언을 하기 때문에 권력을 장악할 때까지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지만 필요한 자원이나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를 이끌어갈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개방이 아니면 북한 주민의 경제적 개선과 삶의 질의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북한 주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등 경제 전략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는 것조차 어려운 북한의 경제상황에서 김정은의 후계 작업은 북한 주민의 높은 반감과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후계 체제에 바라는 주민의 바람과 기대는 먹는 것만큼은 걱정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체제가 북한 주민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탈북자, 북한 주민의 하나 된 목소리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MC: 북한의 3대 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RFA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 오늘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전망해봤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될까?>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