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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보는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김정은의 전격 등장으로 본격화한 북한의 3대 세습이 과연 북한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 그 특성상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김정은의 북한이 어디를 향할지 가늠할 수 있는 몇가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북한에서 내부 통제가 강화되고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북한 당국의 본보기식 처형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지난 5일 한국 국회의 윤상현 의원은 정보기관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어도 22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1970~1992년 사이에 23명을 공개 처형했고 2009년에 7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추정보다 훨씬 큰 수치입니다. 결국 3대세습에 나선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체제안정을 위해 공개 처형의 빈도를 크게 늘렸다는 분석입니다.
3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조성은 간접적인 본보기식 처형뿐 아니라 직접적인 단속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대표자회 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세습체제 비판 여론을 ‘유언비어 유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에 대해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서 ‘아비 잘 둬서 좋겠다’’그깟 놈이 뭘 알아’라는 냉소적인 비아냥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북한 당국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겁니다.
유례없는 3대 세습 아래 주민들에 대한 통제 역시 유례없이 강한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장마당 등을 통한 개인 이윤이라는 ‘자본주의의 단 맛’을 본 주민들이 많은 데다 외부 세계의 소식도 과거에 비해 북한 내부에 훨씬 광범위하게 전달되고 있어 통제해야할 대상이 훨씬 광범위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장마당 경제를 활성화하는 파격적인 조치로 능력을 인정받으려 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쓸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연이어 들고 나온 ‘과거 회귀 정책’은 ‘김정은 호’의 목적지가 이런 기대섞인 희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제임스 퍼슨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으로 3대세습을 준비하면서 개인주의와 장마당을 통한 개인의 이윤 추구 등 공산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철저히 없애려 시도하는 등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제임스 피어슨: 북한이 최근 들어 도입한 정책은 배급체계를 재확립하고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 기능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등 대체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 간 이뤄져온 북한 사회의 조그만 변화도 김정은 체제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내부 통제 강화와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노동력 동원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퍼슨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북한이 경제개발의 새로운 구호로 내건 ‘제2의 천리마 운동’이 주민 동원의 일환이라고 분석합니다.
제임스 피어슨: 북한이 20세기 중반에 도입했던 노력동원인 천리마운동을 최근들어 다시 들고 나온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1950년대 중반에 외부 세계의 원조가 급감하자 내부의 자원과 대중을 총동원해 경제건설에 나선 경험이 있는 북한이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노력 동원과 생산성 향상 독려, 그리고 중국의 지원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김정은을 주축으로 한 북한의 3대세습 권력이 외부 자본이나 기술없이 오로지 주민들의 맨 주먹에만 의존해 경제건설에 나설 경우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한 반면 그 성과는 매우 회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이같은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가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과 강제 북송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탈북자 지원단체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지에서 탈북자를 구출해온 한국의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이번 기회에 북한의 권력세습과 인권탄압 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베드로: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고 감시도 더 강화되고 있는 데요 북한의 3대 권력세습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이 북한주민들에게 ‘이대론 안 된다’는 자의식을 갖게 해주는 새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루마니아의 국립 보위부 기록 연구 위원회(CNSAS) 드라고스 페트레스쿠 위원은 지적합니다.
드라고스 페트레스쿠: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세스쿠가 셋째 아들 니쿠에게 권력을 넘기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자 루마니아 국민 사이에서 독재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퍼져나갔습니다. 이대론 희망이 없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페트레스쿠 위원은1980년대 중반 차우세스쿠 부자의 권력 세습 움직임이 가뜩이나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던 루마니아 국민들 사이에서 반정부 의식이 번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드라고스 페트레스쿠: 차우세스쿠 권력의 첨병이었던 비밀 경찰의 사찰 기록을 보면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소위 반정부 세력에 대한 사찰이 단순한 불평과 불만보다는 시위 등 실제 반정부 활동에 대한 감시, 관찰이 대폭 늘어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인인 엘레나를 제1부수상에, 그리고 친인척 수십명을 국가 요직에 앉힌 뒤 자신의 절대권력을 셋째아들에게 넘겨주려던 차우세스쿠의 헛된 망상은 결국 체제 단축의 계기가 됩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사상 유례없는 3대 세습왕조, 북한이 자발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풀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체제 종말을 앞당김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정우입니다.
MC: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RFA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 오늘 네 번째 순서로 김정은 시대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다뤘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남북관계 어디로…' 편이 방송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