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정은과 북한의 앞날⑤] "남북관계 근본적인 변화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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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3대 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김정은 시대의 남북관계를 살펴봅니다.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데 이어 10일 열린 당창건 65돌 기념 열병식에서는 권력 승계자로서 처음으로 군부대의 신고를 받게 했습니다.

군부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후계자 김정은은 사실상 북한 내 2인자가 됐습니다.

이런 북한의 후계세습을 지켜본 한국 국민들은 어떤 반응일까요.

반민주적이고 봉건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후계세습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서울시청 앞거리에서 한 시민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민

: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일의 핏줄이 차세대 북한 지도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자체가 권력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독재자니까요. 다만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북한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을 것 같은데,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핏줄을 차세대 인물로 내세웠다는 자체가 정말 어이없는 일이죠.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김정은 권력세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입니다.

천해성

: 저희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만, 공식적인 입장이나 평가를 할 단계는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계구도를 공식화한 지금, 북한의 대외적인 상황은 최악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핵무기 실험으로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올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남북관계까지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의 말입니다.

캠벨

: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조건으로 우선 남북관계의 진전을 꼽고 이에 더해 북한이 2005년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명확하고 가시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선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한이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식량문제입니다.

북한은 해마다 100만 톤가량의 식량을 외부에서 지원받아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 중 한국이 최소 30만 톤은 보내줘야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몇 년째 한국에서 식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입니다.


김용현

: 뭔가 성과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북관계에서 뭔가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 주민 생활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올 여름 북한의 거듭되는 큰물 피해에도 한국 정부가 대규모 쌀 지원을 중단한 것은 무엇보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한국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섭니다.

한국 국민들은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북한은 이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모두가 한국이 꾸며낸 조작극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주성하 씨의 얘깁니다.

주성하

: 북한의 사과는 받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고 인정했을 경우 남북관계는 당장 회복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내외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후계 작업이 계속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후계작업도 실패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특히 기대했던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민심 이반을 우려해 대남도발 등 불안한 정국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안찬일

: 내적 동원에서 보면 70년대 김정일 후계체제 때는 주민들에게 뭔가 줄 수 있는 유산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 김정은 체제에서는 이미 경제파탄이나 정치파탄이 일어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 동원화나 인민 동원화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앞으로 강경 노선을 쓰면서 후계체제에 따르도록 하는 공포적인 분위기 조성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일까.

김정은 후계 작업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가서야 남북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후계자 권력이양이 끝나더라도 대남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는 한, 더더욱 변화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 세습승계 자체가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본질적인 변화나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이 처한 환경이나 김정은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남한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세적인 대남 접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안정적인 후계 작업을 위해서 막대한 통치자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최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3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그리고 관광객 신변안전보장제도 마련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북한은 지난달 남측 어선 대승호 송환을 시작으로 이산가족 상봉 합의, 군사실무회담 개최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성에서 열렸던 남북 적십자실무접촉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시켜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는 그것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응하겠지만, 금강산 관광은 북한 당국이 책임자 처벌 등 사과하지 않는 한 아마 당분간 어려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다음 달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활용해 또 한 차례 평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의 눈이 한반도에 쏠려 있는 시점을 이용해 핵문제, 평화협정, 긴장완화와 관련한 회담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