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정은과 북한의 앞날⑥] 미북관계 개선과 핵협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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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3대 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시간으로 김정은 시대의 미북 관계와 핵협상 진전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9월 28일 새벽, 미국 시간으로는 27일 오후 워싱턴의 일과시간에 맞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호칭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그의 아들인 대장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을 공식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은 매우 신중했습니다. 당시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있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으며 아직 이러한 북한의 권력 세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8일 개최됐던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북한 김정일 정권의 후계자로 등장했고 곧이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꼭 닮은 그의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를 '새로운 지도부'로 지칭하며 처음 언급한 미국 관리도 캠벨 차관보였습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는 과거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ampbell

: (We need to see a very clear signal that this new leadership or some structure in North Korea accepts the very clear commitments that North Korea made in 2005 to denuclearization)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 혹은 북한 내 어떤 지도체제라도 지난 2005년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받아들이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이길 원합니다.

캠벨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과는 별도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는 남북한의 관계개선, 즉 천안함 사건 이후 더욱 경색된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핵폐기 의무를 지키겠다는 진정성을 행동으로 먼저 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권력을 누가 잡든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폐기와 관련해 북한이 보이는 성의 있는 행동에는 언제든 그에 상응한 반응, 즉 대화를 통해 미북관계 개선 등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김정은의 등장으로 북한 지도부에 변화가 있다 해도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현재 미국의 이러한 대북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부소장의 말입니다.

Straub

: 북한의 정책이 바뀌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됐다고 해서 오바마 행정부가 기본적인 대북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입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계승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이 당장 핵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 작고 조만간 미북관계 개선이라든지 6자회담의 진전 가능성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도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는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완화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조치가 없는 한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Cha

: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will also not be likely to return to the Six-Party Talks without some resolution of the attack on the Cheonan.

30년 넘게 한국 정부의 외교관리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초빙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이호진 전 핀란드 주재 대사도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접근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식화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호진

: 한미 양국이 내세운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과 이른바 ‘대화를 위한 대화, 협상을 위한 협상’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호진 전 대사는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조금 더 자리를 잡은 후에나 북한이 핵 협상에 나설 여유가 생길 것이며 단기적으론 여전히 건재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히려 추가 도발을 감행해 이를 북한내부 체제 단속과 김정은 업적 쌓기에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사는 북한은 결코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경제 재건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결국 북한은 핵폐기 문제와 관련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호진

: 순조로운 권력이양을 위해서, 또 주민들의 불만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핵문제와 관련된 진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첫 번째 수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 박사도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은이 2012년 북한을 이른바 ‘강성대국’으로 만들기 원한다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자본을 유치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Sigal

: (Kim Jong Un, if he is going to preside over a more prosperous society, that's what his father wants for him, he's prepared to do somethings for that.) 김정은이 보다 번영된 북한 사회를 통치하길 원하고 또 그것이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바라는 일이라면, 김정은은 북한을 번영시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합니다.

시걸 박사는 특히 최근 북한이 핵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은 권력 이양기에 있는 북한의 상황을 이용해 북한이 핵물질을 추가로 생산하는 것을 막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핵 관련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igal

: (Now it's time to go sit down and see if we can do anything to stop the nuclear program and reverse it.) 지금이야말로 미국은 협상에 나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또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시걸 박사는 미국은 불확실한 김정은 후계 지도부보다는 여전히 건재한 김정일 위원장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면서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까지 포기할지는 미지수지만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협상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2일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측은 북한의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통한 지역 안정을 위해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수개월 내에 북한 측과 접촉에 나설 것이라면서 조심스럽게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이 과연 핵 폐기와 관련한 전향적인 모습을 내보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