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다음은
기자 : 북한이 3년째 코로나 상황을 겪고 있는데요. 국경 봉쇄, 무역 중단, 계속되는 대북제재와 같은 여건 속에 북한의 현 경제 상황이 코로나 시작 때와 비교해 어떻다고 평가하시나요?
뱁슨 전 고문 :전 북한 경제가 2021년, 2020년에 비해 더 악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표 중 하나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승인한 예산인데 이전 년도에 비해 지출 예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북한 스스로 예측했습니다. 코로나를 극복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코로나가 여전히 큰 제약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실은 코로나가 극복되지 않았고, 방역을 위해 국경봉쇄에 여전히 엄격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부 교역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론 여전히 시장에서 소비재 공급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쌀과 감자 수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 러시아에 일부 국경을 열긴 했지만 여전히 국경 봉쇄는 북한 경제를 계속 악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자 : 코로나 때문에 언제까지나 국경을 닫아 놓을 순 없을텐데요. 북한이 어떤 상황이 되면 국경을 다시 열 것이라고 보시나요?
뱁슨 전 고문 :글쎄요.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제약이 있습니다. 또 코로나 우려 때문에 개방이 더 어렵습니다. 김 총비서가 내년에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대립적인 접근 방식에서 전환해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를 위한 대화에 참여할 의향을 가지고 협상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것이 국경개방을 위한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북한이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낼 때 한국과 미국이 이에 대응할 의지를 보일 전략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북한은 최근 몇 달 동안 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면서 미사일이나 군대에 계속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일반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자원을 빼내 이런 곳에 투입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인 백신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은 왜 계속 백신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까요?
뱁슨 전 고문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한 백신의 인도적 지원을 왜 꺼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는 코로나 초기에 북한이 화이자나 모더나 같이 더 효과적인 백신에 훨씬 더 관심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러시아나 중국산 백신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하는 임상 상황으로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백신을 받을 의향이 생겼고, 현재 백신을 받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코백스 대신 이들로부터 백신을 지원 받으면서 국제사회에 중국,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여전히 한국, 미국과 협력하길 원치 않고, 단기적 필요를 충족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기자 : 식량 얘기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북한은 언제나 식량이 부족했지만 특히나 코로나 장기화로 더 사정이 안좋아진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뱁슨 전 고문 :대략 2016년까지 식량 사정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비료와 약간의 식량을 수입해야 했지만 시장제도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고 있었죠. 그들은 식량 경제(food economy)에서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었는데 2017년과 2018년 시행된 제재와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모두 무너졌습니다. 식량 사정이 매우 악화됐습니다. 식품 가격이 올랐고 농작물 수확 이후로도 가격이 여전히 높습니다. 국가 자체의 수급상황과 다른 나라에서 소비재를 충분히 수입하지 못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지난 봄 중국에서 비료를 수입하지 못했습니다. 또 올해초 연료로 쓰일 디젤유 등을 들여오지 못하면서 농기계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올 여름 날씨 문제도 있었죠. 전 북한의 식량 안보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 북한은 이러한 경제상황 악화와 식량 부족에도 오히려 미사일 시험을 늘렸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행위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뱁슨 전 고문 :북한은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제재회피와 사이버 공격에 거의 완전히 의존하고 있죠. 북한은 각종 제품을 은밀하게 국내로 가져오는 방법을 찾는 데 매우 창의적입니다. 우리는 이를 봐왔죠. 북한과 중국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유류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엔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재회피를 통해 최소한 필요한 유류를 사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는 약화됐습니다. 이렇게 일부 국가들의 느슨한 제재 이행으로 북한은 계속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또 이 때문에 제재가 원래 목표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무역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제재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전 북한이 어떻게 지난 6개월 간 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사일 발사에는 연료가 필요하고, 국내에서는 그만큼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북한이 어떻게 계속 미사일 시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큰 의문입니다.
기자 : 제재회피를 말씀하셨는데 미국은 최근 북한의 불법 무기프로그램이나 암호화폐의 자금세탁 관련자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작동한다고 보시나요?
뱁슨 전 고문 :제 개인적인 생각엔 제재가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이 이미 가지고 있는 대북제재에서 더 추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죠. 별 영향력이 없습니다. 또 이러한 제재 이행을 돕지 않으려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서 대화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재완화 등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북한과 핵·미사일 협상을 시작하는 거죠. 지난 6~8개월 간 매우 비생산적인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실질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소영 기자였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