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단동에서 본 북한의 현실]② "비싼 외국 담배, 북한에서 판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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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허울뿐인 자력갱생의 구호아래 가짜가 판을 치는 북한의 현실을 취재한 최민석 기자의 중국 단동 현지 취재를 22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비싼 외국 담배, 북한에서 판매되는 이유"를 보내드립니다.

중국 단동(丹東)의 '조중우의교(中朝友誼橋)' 근처에서는 북한에서 나온 크라벤, 크라운, 말보로 등 외국담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담배 외에도 요즘에는 한국산 에쎄(ESSE) 담배까지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 단동의 압록강변에는 한국담배 에쎄를 든 한 중국인이 나타났습니다.

이 중국인은 처음에 기자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에쎄 담배를 꺼내들고 "아주 싸게 주겠으니 한갑 사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냐고 묻자, "한 갑에 중국 돈 5위안, 한보루(10갑)를 사면 45위안까지 줄 수 있다"고 흥정을 붙였습니다.

한국에서 한갑에 2천500원에 팔리는 에쎄가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돈 900원 가량에 아주 싸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 중국인이 파는 에쎄 담배갑에는 'made in Korea'로 원산지가 한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담배 이름의 영문자도 한국의 에쎄와 같고, 타르는 4.5mg으로 요즘 시중에서 제일 잘 팔리는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에쎄 담배갑에는 담배의 해로움을 강조하는 경고문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담배인삼공사(KT&G)의 한 관계자는 수출용 담배에도 똑 같이 경고문이 들어간다며, 가짜 담배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관계자

: 2009년부터 해외에 수출되는 담배에도 경고문구가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2009년 이전에 수출된 제품이라면 경고문구가 없겠지만, 2009년 이후 제품에는 경고문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한국 담배인삼공사는 2009년부터 해외에 수출되는 담배 제품에도 “건강에 해로운 담배,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담뱃갑에 적어 넣고 있습니다.

중국 단동의 한 거주민은 “한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누군가 가짜 에세를 제조해 뿌린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과거에도 일본 담배인 마일드세븐, 세븐스타와 영국담배를 대량 모방해 유포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주민은 “북중 국경지역에 왜 에쎄가 유통되는 지 의심이 된다”면서 “담배 가격도 한국보다 절반 이상 싼 것도 오히려 의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도 “가짜 에쎄 담배 맛도 진짜와 비슷해, 한국 사람들조차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지 못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영국담배와 미국 담배 등을 위조해오던 북한이 최근 들어 한국 담배 위조에도 손을 대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담배공사 관계자는 “이 가짜 에쎄 담배가 북한에서 제작됐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북한이나 중국 등 사법권 밖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관계자

: 외국에서 담배를 위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맞는데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중국보다 더 심한 상황이지 않나요, 처리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지요.

한 대북 전문가는 “고급 담배를 생산하자면 원료에서 기계설비까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인들이 몰래 제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위조 담배는 주력 외화벌이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3년 전 평양을 떠나온 한 탈북자는 “평양 통일거리 시장에는 고양이 담배, 세븐담배, 단힐 등 양담배가 많았다”면서 “한 갑에 1달러가 넘는 외국담배가 어떻게 북한에 그렇게 많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달러부족 국가인 북한에서 외국담배가 대량적으로 유통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뇌물용으로 사용되던 ‘크라벤’, 즉 검은 고양이 담배는 당시 북한돈 2천원에 팔렸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평양에 있을 당시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담배 공장에서 영국담배를 만든다는 애기를 들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렇게 북한에 외국 담배가 많은 이유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담배를 밀수입해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재수출하면서 많이 퍼졌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북한군 해안경비대에서 군복무를 했던 탈북자 김상길(가명)씨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포항에 들어온 외국담배를 중국에 밀수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길 씨의 말입니다.


김상길

: 북한에 제일 많은 게 던힐과 로스만스 입니다. 그건 중앙당 39호실 요원들과 룡성무역 사람들이 유럽에서 현찰을 주고 사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홍콩에서 떠가지고 남포항으로 들어와서는 중국으로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는 군대 제대 후, 영국 담배인 555를 중국에 밀수출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중국돈 수십만 위안을 벌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담배를 건네준 사람들도, 중앙당 39호실 사람들과 노동당 산하 무역기관이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부서인 노동당 39호실과 국방위원회, 정찰총국 등 북한의 권력기관들이 국가차원에서 위조담배를 만들어 중국으로 밀수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