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보는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② “껍데기 보다는 알맹이가 먼저”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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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인이 보는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② “껍데기 보다는 알맹이가 먼저” 평양 여명거리 아파트의 내부 모습. 사진에서는 장판이 다소 들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연합뉴스

기자: RFA 봄맞이 특집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북한 건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가 화상 간담회에 참여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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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기자: 북한에 직접 가서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것이 전부일 텐데요. 북한 건축의 문제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옥종호 교수님.

옥종호 교수: 어떤 것이 문제인가? 하는 것보다 어떤 것이 문제가 없냐라고 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건축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그런 삶을 담는 그릇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거든요. 얼마나 아름다우냐, 기능적으로 좋은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전한가 입니다. 그런데 제가 접해본 사진으로 볼 때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 않다 하는 것이 저의 직관적 느낌입니다. 그리고 건설이라고 하는 것은 그에 필요한 이론을 습득한 사람이 오랜 기간의 경험을 가지고 건설이란 행위를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뤄지는 많은 건설 행위는 전문가가 아닌 군인들이 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과연 그럴 때 북한에도 건축 기준이 있을 것인데 그 구조적인 안전기준이라든가 또는 내용연수에 대한 고려라든가 그런 것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어떤 것이 문제가 없는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북한의 건축을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기준으로 이해하려면 문제가 있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데요. 차상욱 대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차상욱 대표: 북한 건축물의 공사과정을 따라가면서 해부해 보고 싶은데요. 북한 건축은 대부분 조적조(적체구조)라고 하는 벽돌이나 블록을 쌓아 올리는 방식하고 그 다음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섞어서 지어 왔고 짓고 있습니다. 일부 공장시설을 제외하고는 철골 구조나 첨단공법을 사용한 사례는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철근 콘크리트 공법에서 특별한 기술발전을 이뤄냈어야 맞는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그렇게 된 원인에는 인력만으로 밀어붙이는 속도전이 단단히 한몫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미래과학자 거리와 여명거리에 이어서 최근 평양종합병원 공사에서도 속도전의 기치아래 우리의 기준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 안에 골조공사를 끝낸 것이 북한의 자랑거리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보면 오히려 그 점이 북한 건축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왜냐하면 마치 뼈대 안에 암 덩어리를 심어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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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여명거리 3천 세대 주택에 대한 골조공사를 마친 모습. /연합뉴스


기자: 북한이 대단위 토목건설을 통해 예전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나 그런 측면도 있지 않나요? 이종석 사장께서 답변을 해주시면 합니다.

이종석 사장: 최근에 와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김정은이라는 최고 지도자의 건축에 대한 어떤 욕망과 기대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평양에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의 수준은 겉으로만 봐선 유럽의 어느 도시 못지 않은 그런 수준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용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 수준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기껏해야 옛날에 시멘트 몰타를 하고 페인트 칠하는 정도가 다였다면 최근에는 그래도 뭔가 타일을 붙인다든가 밖에서 볼 때 빤짝빤짝 보이게 하기 위해서 금속 판넬을 수입해다가 붙인다든가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건축산업을 보면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그것은 뭐냐 하면 사회주의 경제에서 국가가 주도를 하다 보니까 그런 욕구나 이런 부분들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충분한 양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되질 안는 겁니다. 이런 부분들이 지금 건축산업의 근본적인 문제 내지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모든 것이 완성된 모습만 보게 되는데요. 마감공사는 어떻습니까? 옥 교수님.

옥종호 교수: 네, 건축 공사의 공정은 크게 골조와 마감으로 구분이 됩니다. 그런데 마감 같은 경우도 내부마감과 외부마감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마감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감용 자재에 따라 달라지게 돼있어요. 그리고 마감용 자재라는 것은 결국 그 나라의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한 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금 우리 이 대표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은 경제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 지금 북한 같은 경우는 소비재 생산이라든가 공공재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만 다양한 생필품 등 건설로 보면 마감재의 생산에 대한 수준이 과연 마감공사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 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죠.

왜냐하면 북한 건축물의 외부 마감은 벽돌 위에 시멘트 몰타를 바르고 그 위에 도장 즉 페인트를 칠하는 수준으로 종료하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삶을 담는 그릇으로 적합한 마감인가? 또 내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부도 우리가 내부를 못 들어가봤으니까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진을 보게 되면 창문이라든가 또는 문의 품질이 지극히 열악한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건축을 논한다는 자체가 대단히 좀 죄송스럽고 남한에서 바라보는 건축의 그런 시각으로 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회의적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 청취자들은 현장에 직접 와보지도 않고 사진만을 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나 하면서 불편해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차상욱 대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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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명거리 내 상점 내부 모습. /연합뉴스


차상욱: 저희가 사진으로 확인한다고 했을 때 그 사진이 그저 떠도는 사진이 아니라 북한에서 홍보하기 위해서 발간하는 책자들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평가를 해보면 그렇습니다. 북한의 건축산업의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골조 공사에 필요한 자재의 단계만큼이나 실내 공간에 활용돼야 하는 자재의 품질이나 수요도 굉장히 적습니다. 우리의 경우 실내공간을 구성하는 자재의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왜 그렇게 많으냐 하면 개인의 취향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 때문에 발달한 건축산업의 단면이 그런 결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홍보하는 매체가 소개하는 살림집 내부 즉 여명거리, 미래과학자 거리에 있는 살림집 내부나 기타 영유아원, 병원, 학교 등의 홍보성 건축물의 내부 모습은 북한의 생산자재가 단조롭기 때문에 그 느낌이 다 비슷비슷하게 와 닿습니다. 또한 자재의 색상도 어떤 소비자의 구미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기 때문에 빨강, 노랑, 파랑 등 아주 강렬한 색으로 만들어진 자재들을 남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공간의 기능과 맞지 않게 꾸며진 사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보기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편리한 시설인데요. 설비에 대해 이종석 사장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이종석 사장: 건축에서 설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껍데기만 예쁘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요. 그래서 좋은 건축물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당연한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건물이 충분한 공급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전기나 가스, 급배수 시설이 원활해야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받게 되는데 평양같이 고층으로 잘 지어진 아파트를 봐도 그렇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그런 경우도 생긴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층까지 물을 고압력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그런 배관이 공급이 되지 않다 보니까 꼭대기 층에서 물을 쓸 수 없는 겁니다. 이것 말고도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완공이 된다면 사용자들의 행복한 삶은 보장 받을 수 없는 거죠.

기자: 전반적으로 북한의 건축상황이 좋게 들리지 않는데요. 옥종호 교수께서 보충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옥종호 교수: 네, 거창하게 설비라고 하는 말로 정리하기 보다는 그냥 편안하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조명 즉 빛이 있어야 밤에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평양에 초고층 아파트를 많이 지었는데요. 예를 들어 24층 건물이라고 할 때 그것을 사람이 걸어서 올라간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필요하겠죠? 그리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어야 하고 여름에는 냉방이 돼야 하고 그 다음 화장실이 각층마다 있는데 수세식으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을 내리면 배관을 통해 하수 처리가 돼야 하고 또 고층까지 상수도가 올라가야 하는 것이 건물이라고 하는 것의 상식인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참, 뭐라고 설명 드리기가 어려운데 북한주민 분들이 불편을 감내하면서 그저 국가가 주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그냥 살고 있다는 모습으로 밖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래서 빨리 남북이 교류해서 남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좀 개선하고 그런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이번에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인데요. 북한 건축이 재난방재에 대한 부분은 충분한 고려가 됐다고 보십니까? 이종석 사장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이종석 사장: 저는 오늘 남한의 건축사로서 북한 건축을 놓고 마치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건축인으로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우리가 건축을 함에 있어서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우선 남한에서는 건축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사람들의 생명이나 재산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되기 때문에 국가도 법적으로 각종 재난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척 까다로운 규제를 합니다.

화재 또는 홍수, 지진에 대한 피해 등에 대한 것에 대해 건축물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더라고 우선 안전한 건축물이 설계되지 않고서는 국가가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관련 산업과 설비가 고도화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은 더 높고, 더 크고, 더 빨리 건축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사람의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건설과정에서도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건설환경과 충분한 공사기간을 확보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거주 하는 사람들이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공사도 할 수 있고 그런 겁니다.

기자: 오늘의 주제가 북한 건축의 문제와 해결방안이다 보니 많은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서두에도 잠시 언급을 했지만 사진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말을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차상욱 대표께서 마무리를 해주시죠.

차상욱: 네, 가보지 않고 어떻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을 북한 주민들이 하신다면 굉장히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건축 전문가들입니다. 건축 전문가는 빈 땅에 세워질 3차원 공간을 만드는 기술자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종이 위에 우리의 지식을 가지고 사람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을 도면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일을 시작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이 곧 미래의 3차원 공간을 제공하는 특화된 기술자들인데 이미 만들어져 있는 북한의 건축물을 보면 꺼꾸로 사진 몇 장만 보고도 입체적인 해부가 가능한 사람들이라고 믿어 주시면 됩니다.

우리는 남한에서 굉장히 다양한 건축설계 경험, 시공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사용자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충실히 하는 과정에서 북한 우리 동포들도 이와 같은 시설을 누려야 하는데 왜 그쪽에서부터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비참한가 하는 것 때문에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편리와 안전을 바로 북한주민 여러분께도 빨리 제공해 드리고 싶은데 이것이 체제라는 것에 가로막혀서 그것을 해드리고자 하는 의지조차 전달이 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RFA 봄맞이 특집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오늘은 북한 건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서울과학기술대학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 편으로 북한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떤 건축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방송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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