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청소년 통일기원 국토대행진]④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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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반도의 남쪽 끝, 땅끝마을에서 북한에 가장 가까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대장정에 오른 대원 외국어 고등학교의 '2 for 1' 학생들과 탈북 대학생들. 몇 시간씩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쉼 없이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니,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 턱없이 부족해만 보입니다. 오늘은 남북청소년 통일기원 국토대행진의 마지막 날. 고성에 있는 통일동산으로 갑니다.

예랑: 저 모자 완전히 유행했어요. 저거 안 사준다고 떼써서 명성산 갈 때 쓰고 갔어요. 신혼부부들이 저런 베개를 9개씩 해가요. 이불 세 채랑 베개 9개를 해가야 잘 산다고 해요. 우표, 아 정말. 여긴 백승 담배가 없네. 담배 장사 엄청 많이 했는데. 백승담배라고 군대들이 백전백승하라고 백승담배가 있었어요. 제 고향이 해령인데 거기에서만 제조해요. 전국의 군인들한테 주거든요.

[북위 38.35˚.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있는 통일동산은 북녘 땅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151개의 계단을 올라 통일동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일 먼저 북한주민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눈에 띕니다. 모두들 반가워하는 눈치인데요.]

기훈(예명): 야, 천 원짜리도 있네.

예랑: 몰랐어?

기훈: 저 있을 때는 없었어요. 기폭상이네. 와 비싼 건데.

예진: 뭔데요?

기훈: 김정일, 김일성 사진 있는 거요.

영순: 아, 이거 트렁크, 북한에서 아주 유명한 상표입니다.

예진: 만경봉이네요.

영순: 이거 말고 묘향산이라고 있어요. 그거 나온 뒤에 나온 게 만경봉이죠. 처음에 나온 상표인데 지금도 이런 모양이에요. 그래도 부자들만 이런 걸 들고 다녔죠. 그런데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전시실을 나와 2층, 바깥으로 나가보면 금강산과 해금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붑니다.]

희정(가명): 제가 2000년에 나와서 10년째거든요. 강화에서 한 번 보고 이번이 두 번째에요. 느낌이 묘해요. 이렇게 보면 걸어서도 한 시간이면 갈 거린데 많이 에둘러 가야 한다는 게.

[활발했던 평소보다 조금 더 차분해진 희정씨. 북한전략센터에서 마련한 이번 국토대행진 행사의 진행요원으로 참가한 희정씨는 이 곳 통일전망대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보입니다. 그리고 예랑씨는 통일동산에 와서 표정이 더 밝아 보였는데요.]

예랑: 어떻게 보면 이 공간에서만큼은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같은 탈북자끼리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들,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친해가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가보지 못한 곳도 가보고 하니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조금은 쭈뼛거렸던 대원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도 깊은 생각을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현: 사실 처음 봐서 어색한 면도 있었지만 활동하면서 친해져서 좋고요. 북한 분들하고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1박하면서 편안한 걸 느꼈고 놀 땐 어떻게 노는지도 잘 알 수 있었고 같이 통일전망대에 오니까 감회가 달라요. 민지: 좀 더 의미를 갖고 보게 되니까 바뀐 것도 좀 더 많고, 예전에는 멋도 모르고 봤는데, 북한 언니들이 저기 건너서부터 북한이라고 하고 망원경으로 보여주고 해서 느낌이 새로웠어요, 첫날밤에 게임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친해지는 계기가 돼서 말도 편하게 했고 여행이 해남을 온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승희:2박 3일 먹고 자다 보니까 한 끼 먹으면서 친해지는 것보다 더 많이 친해졌고, 북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뭔가 우리랑 다를 것이다. 그런데 같이 있다 보니까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거, 그래서 친근감을 느끼고,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탈북한 뒤 중국에 머물렀던 예랑씨도 가보지 못했던 남쪽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이번 국토대행진이 남달랐습니다.]

예랑: 남한에 4년 됐어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이번 기회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녹차밭은 정말 좋았어요. 중국보다 더 좋은 차가 있었구나.

(파도소리)

아이들: 와, 바다다.

김광인 소장: 어허, 추울 텐데.

[파도 부서지는 소리 잘 들리시나요? 국토대행진의 마지막 경유지는 바로 강원도 화진포 해수욕장입니다. 아직은 좀 물이 찬 편이지만,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우리의 남북 청소년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합니다. 우리들이 함께 한 차문화체험과 이야기 한마당, 불놀이, 물놀이, 그리고 끊임없이 나눈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첫 장이 될 것입니다. 통일로 나아가는 길, 이렇게 '우리'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는 것이 아닐까요? 국토대행진을 함께 한 학생들에게 2010년의 여름은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