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집방송 자본주의 사회의 노숙자와 북한의 꽃제비 첫 번째 시간입니다.
제작 진행에 유고은 인턴기자입니다.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 방송이 '갈수록 암담해지는 자본주의 사회현실'이라는 영상을 방영했습니다. 내용은 서방의 여러 나라에서 집 없는 사람들이 성행한다는 것 입니다. 이런 방송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은 '경쟁이 심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잘못하다가는 저렇게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구나.' 혹은 '부자와 거지의 차이가 저렇게 심하구나' '과연, 정말 저럴까?'라고 생각하며 궁금하셨을 텐데요. RFA 특집방송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노숙자들은 북한 노숙자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 실상을 파헤쳐 봅니다.
1부에서는 집이 없는 노숙자와 북한에 있는 꽃제비들의 전반적인 실상에 대해 전해 드리고 2부에서는 노숙자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과 꽃제비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방송합니다.
북한에선 노숙자들을 흔히 '꽃제비', '청제비', '노제비'라고 부르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이 없어 거리나 보호소, 버려진 건물 등에서 잠을 자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 하는 노숙자들을 '홈리스'라고 부릅니다. 홈은 영어로 '집'을 뜻하고 리스는 '~가 없다.' 말 그대로 '집이 없는 사람이다.' 라는 뜻입니다. 노숙자 즉 '홈리스'들과 북한의 '꽃제비'들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요?
미국의 홈리스(Homeless)
방금 들으신 소리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 이는 길거리에서 한 노숙자가 구걸을 하는 소리입니다.. 미국은 이런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미국 도시주택 개발부는 매년 집이 없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 있는 노숙자들이 몇 명이 있는지 조사하려면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조사하는 기간 동안 노숙자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해서 결과적으로 봤을 때 통계수치가 더 부정확해집니다. 따라서 1월 중 하루를 정해 그 날 딱 하루, 미국의 노숙자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합니다.
이렇게 조사한 지난 2012년도 보고서(2012 Annual Homeless Assessment Report)에 따르면 2012년 1월 하루 미국의 노숙자 수는 약 63만 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2년 미국 인구 추정치 3억 천2백 (78)만 명과 비교하면 약 0.2%. 다시 말해 1000명 중 2명은 홈리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홈리스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미국에 있는 홈리스들은 정부로부터 음식을 살 돈을 지원 받기도 하고 여러 민간단체들이 제공하는 무료 배식을 받기도 합니다. 노숙자 줄이기 전국연합단체(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의 난 로만(Nan Roman) 사무총장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난 로만: 식사를 지원하는 제도는 많이 있습니다.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트럭이 돌아다니며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수 많은 교회나 종교단체에서 무료 배식을 하기도 하고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임시 보호소에서도 하루에 한 두 끼 정도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에서 운영하는 스냅(SNAP)제도, 여성과 아이들만을 위한 윅(WIC)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지원 한다는 점이 북한의 배급제도와 매우 비슷하죠. 이 중 스냅 이라는 정부 제도를 살펴보면, 스냅(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이라는 말은 영양 보충 지원 제도라는 영어를 줄인 말입니다. 이 제도는 노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모든 가정을 위해 생겨났습니다. 노숙자들은 매달 이 제도를 통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돈을 현금카드로 지급 받습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제공하는 이 현금카드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은행에 저축한 돈이 미화 2,000 달러가 넘어서는 안되고 매년 버는 수입이 약 만4천 달러 이하여야 합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통일부가 2012년에 발표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한 명의 네 달치 월급이 약 500달러입니다. 그러니깐 개성공단에서 9년을 조금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 이지만 미국에서 1년에 이만큼의 돈을 벌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축에 속하는 겁니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2008년도에 이 제도를 통해 개인당 평균 100달러, 가족당 227달러의 돈이 지원됐습니다.
이 영양보충 제도 외에도 미국 정부가 노숙자들을 위해 쓰는 총 예산은 일년에 몇 십억 달러입니다. 어느 정도로 많은 예산이냐 면 유엔 산하의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주민 240만 명을 지원하는데 1년 동안 약 1억 달러의 예산이 듭니다. 즉, 몇 십억 달러면 1년에 북한주민 2천400만 명을 넘게 지원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죠. 난 로만 사무총장의 얘기를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난 로만: 미국 정부는 연간 몇 십 억 달러의 예산을 노숙자들을 위해 직접 씁니다. 이십 억 달러 정도가 노숙자들을 위한 보호소나 집을 제공해주는 도시주택 정부 부서를 통해 쓰이고, 비슷한 금액이 퇴역군인 노숙자를 위한 단체에 지원됩니다. 또, 노숙자들을 위한 정신치료라든지 식량지원 등에도 예산이 쓰입니다. 이밖에 노숙자를 포함해 모든 저소득층을 위해 운영되는 건강보험지원, 주택지원과 같은 크고 작은 정부 제도로도 예산이 쓰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갈수록 암담해지는 자본주의'라는 조선중앙통신 방송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복지제도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인권을 중요시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식의주를 복지제도를 통해 국가가 보장해줍니다.
북한의 꽃제비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꽃제비'를 비롯한 빈곤층을 어떻게 돕고 있을까요? 북한 사회복지 전문가 전 한북대 사회복지학과 이철수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철수: 제도적으로 북한은 의식주가 정상적으로 공급된다고 가정했을 때는 빈곤층이 존재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빈곤층이 존재하게 되면 그 이후에 빈곤층에 대한 구호 서비스는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국제적인 기구를 통해서 이들에 대한 구호를 하고 있는 실정 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극심한 경제 악화로 북한당국은 식량의 자급자족 능력을 가족 또는 개인 에게 떠넘겼죠. 이에 빈곤층이 많이 생겼는데요. 북한이 빈곤층에 대한 복지제도를 만들 경제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배급을 줄 때 가난한 사람들, 즉 가장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 먼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나마 받을까 말까한 이 배급도 최고위층부터 챙겨준다고 이철수 교수는 말합니다. 꽃제비 출신 탈북자로 꽃제비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최근 자신의 회고록을 책으로 발간한 김혁씨를 통해 '꽃제비' 실태에 대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김혁: 당국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에게) 꽃 제비들을 적극적으로 데려다 키우라고 격려를 하는데, 이 문제를 당국이 책임을 못 지는 상황이니깐 주민들한테 부담을 전가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이 누구나 다 데려다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몇 몇 사람이 키우는 거니깐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거의 데려다 키우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북한 당국이 '꽃제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는커녕 주민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미국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또 당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꽃제비 구호소는 시설이 매우 열악하죠. 계속해서 김혁씨의 얘기입니다.
김혁: 구호소라는 것이 사실은 꽃제비를 돕고자 먹여 살리면서 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이들을 잡아서 가두는 감옥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한 구호소에 평균적으로 90명에서 100명 가까이 이상 수용 되는데요. 수용되는 공간에서 매일 2명 3명씩 죽어나간다 보시면 되요. 영양실조가 걸려서 죽는 거죠.
북한은 식량이 부족하고 뚜렷한 복지제도가 없는 탓에 늘어나는 꽃제비들을 관리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중산층의 소득이 약 5만불인 나라입니다.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제도도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 입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노숙자가 생겨나는 걸까요?
전국 노숙자 줄이기 연합단체가 발표한 2013년 노숙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 가정이 노숙자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집세를 부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의 약 45%가 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거나 아파트에서 다달이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데요. 만약 이들이 매달 월세를 내지 못 한다면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것이죠. 미국 워싱턴 디씨의 한 홈리스 쉼터, 조지타운 사역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테파니 찬(Stephanie Chan)씨의 설명 입니다.
스테파니: 어떤 사람이 직장을 잃어 수입이 없다면, 그 사람은 월세를 내지 못합니다. 또 많은 경우,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들만 집 계약이 가능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직장을 잃은 지 몇 달이 지나 저축한 돈도 점점 바닥 나고 다시 새로운 직장에 취직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제도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면 점 점 월세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 입니다.
북한에서도 가족이 꽃제비가 되는 경우 있죠. 하지만 그 이유가 '집세를 낼 수 없어서'라는 미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김혁씨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김혁: 가족단위로 있으면 집이 아무래도 가족단위의 생활공간이 되겠죠. 그 공간을 이제 인민반 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통제를 받다 보니깐 가뜩이나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인데, (당국이)이것도 내라 저것도 내라고 하고, 먹을 것도 없고 그러다 보니깐 거기(집)에 존재해야 될 이유를 못 찾는 거죠. 떠돌게 되면은 무슨 애기냐 하면 조직적인 통제나 국가 당국의 감시 이런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거죠.
북한의 가족 단위의 꽃제비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더해 북한 당국의 관리를 벗어나고 싶어서 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다시 미국의 경우로 돌아와 혼자 사는 독신이 홈리스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약물중독입니다. 경제적 상황이 아닌 약물중독과 정신질환이라는 이유가 북한의 꽃제비와는 또 매우 다른데요. 2012년 미국 시장 회의(The United States Conference of Mayor)에서 25개의 미국 주요 대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노숙자 중 30%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18%가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난 로만 사무총장의 얘기 들어보죠.
난 로만: 만성 노숙자들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1년이 넘는 노숙생활을 한번 이상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신질환이나 행동장애를 가지고 있고 약물 중독에도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매우 취약하고 아픈 상태 입니다. 따라서 한번 홈리스가 되면 그 생활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 만성 노숙자들은 전체 노숙자 수에서 약 16% 입니다. 북한에서는 열악한 꽃제비 구호소 환경 탓에 꽃제비들이 구호소에 들어가기 싫어하지만 미국의 만성 노숙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정신질환 때문에 좋은 시설을 갖춘 보호소나 쉼터에서 지내지 않고 거리나 다리 밑에서 생활합니다. 북한당국은 꽃제비들을 잡아다 구호소에 넣지만 미국은 개인 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보호소나 쉼터에 데려갈 순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찾아가 보호소에서 편히 지내라고 설득하며 정신질환을 치료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지타운 사역회의 사무총장 Gunther Stern씨는 정신과 의사와 함께 매 주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자들을 찾아가는데요. 조지타운 사역회 스페파니씨의 얘기를 들어보죠.
스테파니: 몇 몇 노숙자들은 처음엔 정신치료나 재활치료 받기를 꺼려합니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그런 치료는 필요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와 건터씨가 매 주 찾아가 그들과 친해져 만성 노숙자들이 점차 저희를 신뢰하게 되면 나중엔 "음, 아마 나중에 한 번 받아볼게요"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된 정신치료를 받아 환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질환이 없어진다면, 보호소나 집에서 지내보라고 설득하기가 쉬워집니다.
이렇게 만성 노숙자들을 도우려는 비영리 단체들과 정부의 도움으로 미국 내 만성노숙자의 수는 지난 2007년도와 비교해 현재19.3%, 약 2만3천여명이 줄었습니다. 특히 노숙자 보호소에서 지내던 만성 노숙자들은 21.8%, 약 9천 명이 줄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렇게 노숙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합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음식을,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신치료를,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직업교육을, 또 살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살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데는 바로 NGO, 즉 비영리 단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2부에서는 노숙자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특집방송 '자본주의 사회 노숙자와 북한의 꽃제비', RFA 인턴기자 유고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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