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다시 일어서는 연평도]③ 활기 되찾는 연평도 "이웃집 김장도 도와야죠"

0:00 / 0:00

MC: 인적이 끊겨 정적이 흐르는 연평도 마을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김장을 담그는 아낙네들의 웃음소리로 잠시나마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연평도 현지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칠십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아온 변점순 할머니(75). 겨우내 먹을 김장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있습니다. 배추는 물론, 무와 고춧가루, 마늘 등 모든 게 부족합니다.

하지만, 멀리 인천에서 김장 재료를 배로 손수 싣고 와 김장을 담습니다. 폐허로 변한 마을에서 김장을 담그는 변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재활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기자

: 그러면 여기 김장하러 오신거예요?

변점순

: 그럼..

변점순

: 지금 몇 포기 담그세요?

할머니

: 100포기..

변 씨가 지난 9일 연평도로 돌아온 이유는 이웃들의 김장을 돕기 위해섭니다. 연평도에 돌아오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조카집. 민박집을 운영하는 조카 집에는 요즘 연평도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패해 복구를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조카집의 김장일이 끝나자 변 씨는 또 마을 여기 저기 다니면서 김장을 하고 있는 다른 이웃들을 도왔습니다.

변점순

: 거기 김치 해주고, 어제도 작은집에 가서 김장 해줬죠. 그리고 친구네도 못해서 거기 도와주고 그랬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1시에 끝났습니다.

공기 맑은 연평도에 살 때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던 변 씨였지만, 2주 넘게 인천에 나가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감기를 2주째 앓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 임시숙소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감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게 변 씨의 설명입니다.

변점순

: 난 인천에서 영양제 2대 맞고, 또 개인병원에 돈 주고 감기 주사 2대 맞고 여기 연평도에 왔어요.

변 씨는 또 “고향의 공기가 너무 좋게 느껴진다”며 “고향이 좋기는 하지만 목숨을 내놓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변 씨의 집은 이번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유리 한 장 깨지지 않았을 정도로 온전합니다. 그러나, 포격의 충격이 워낙 커 아직은 집에 혼자 있기가 두렵다고 말합니다.

기자

: 언제쯤 완전히 들어오실 생각이세요?

변점순: 모르죠.. 무서워서 못살겠어요. 언제 또 포탄이 날아올까 걱정돼서.. 그렇지만 않으면 내 고향을 떠나서 살고 싶겠어요.

당시 포격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변 씨는 “그래도 이렇게 아직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눈시울 붉혔습니다.

지금까지 연평도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