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특집 ④] 탈북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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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에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서는 배고파 못 살겠고, 남한에서는 몰라서 못 살겠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급변하는 한국 사회는 당혹감 그 자체일 것입니다. 더구나 탈북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남쪽에서 학업을 따라가는데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력보다 주변의 배려와 관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탈북자 2만 명 시대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네 번째 순서 <탈북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편입니다.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며, 꿈을 키워가는 탈북청소년들의 모습을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영석

: 요즘 온 탈북 청소년들은 일반 학교에 들어갔을 때, 예전 친구들과 비교하면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나름 한국에 대한 정보를 갖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탈북 청소년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교육훈련팀장이 최근 달라진 탈북청소년들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상당수의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이주하기까지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을 경험합니다.

북한에서의 빈곤과 굶주림, 탈북 과정에서 느낀 불안과 죄책감, 한국에서의 새로운 문화적 충격 등이 주된 원인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학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들에게 있어 남한의 학부모들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사교육비는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탈북청소년 김혜숙(가명) 양의 얘기입니다.


김혜숙

: 학업비가 한달에 30~40만원이 드는데 돈 대주는 사람이 없어요. 혼자 공부하니까 성적이 잘 안 올라요. 여기 남한 친구들은 학원 다니면서 실력을 쌓는데 전 그걸 못하잖아요.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탈북 청소년은 대략 2천명.

이중 70% 정도가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머지 30% 정도가 대안교육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 학교 가운데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 가양동에 있는 경서중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현재 20여명이 탈북 청소년이 있습니다.

경서중학교에 유난히 탈북 청소년들이 많은 이유는 주변에 탈북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이 많이 다니는 고등학교로는 서울 궁동에 있는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 9월 1일 이 학교를 찾아가봤습니다.

통일교육 시범학교로도 유명한 이 학교는 현재 5명의 탈북청소년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쉽게 많은 배려를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의 조동래 교장입니다.


조동래

: 탈북 청소년들은 마음이 굉장히 위약합니다. 특히 낯선 조건과 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는 탈북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지도 교사들의 세심한 지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기술인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 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자질을 연마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뒷받침을 잘 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 탈북청소년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조휘제 교원의 말입니다.

조휘제

: 무조건 대학을 선호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적지 않은데요. 그러다 보니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 교사들이 이들의 진로를 잘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적성과 수준에 맞게..

이날 만난 조휘제 선생은 자신의 적성을 살려 성공적인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한 탈북청소년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이 학교 조리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혁철 군입니다. 이 군은 지난 2004년 한국에 입국해서 그 해 바로 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했습니다.

평소 조리에 관심이 있었던 이 군은 중학교 때 인문계와 실업계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 군의 경우 공부를 나름 잘 했는데도 자신이 하고 싶은 조리 공부를 위해 과감히 인문계를 포기하고 실업계인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이혁철

: 중학교 때 선생님이 조리과를 추천하셔서 조리과가 있는 이 학교를 지원하게 됐고요. 여기에 와서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군은 대학 입학 수시 모집 중인 요즘 여러 대학에 입학 원서를 냈습니다.

제일 먼저 건국대학교에서 합격 통지서가 날라 왔습니다.

여러 대학에 입학 원서를 낸 만큼 조만간 다른 대학에서도 합격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군처럼 적응을 잘 하는 탈북 청소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능력이 대부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은 10명의 1명꼴로 일반 남한 학생들에 비해 열 배 정도 높습니다.

김미선

: 공부할 때 저는 제일 어려웠던 게 영어였습니다. 북한에서 배운 영어랑 차이가 많습니다. 우선 발음부터 다릅니다.

최성진

: 북한에서 김정일, 김일성 관련 과목이 절반 차지합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니까 따라가기 힘들죠.

이처럼 일반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2000년 이후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습니다.

대안학교는 지식교육은 물론, 남한 사회적응교육도 병행함으로써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탈북청소년을 지도하고 있는 최연정 교원입니다.


최연정

: 처음에는 되게 불안해하고, 늘상 불안감을 갖고 있었는데요. 학교에 있으면서 선생님들부터 사랑을 받고 점차 안정을 가지면서, 자신감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가 탈북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는 반면에, 공식적으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별도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대안학교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여명학교입니다.

(방과 후 진로상담)

2004년에 설립한 이 학교는 여타 대안학교처럼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해 학생들의 진로 지도에 애를 먹었지만, 그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결국 올해 3월 학력인정 대안학교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대안학교로는 처음으로 학력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여명학교 우기섭 교장입니다.


우기섭

: 저희 아이들이 졸업해서 행복한 사회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사회인이라는 것은 남이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을 열심히 하면서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 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몇 해 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된 황지훈 씨.

올해 31살인 김 씨는 고향이 함경북도 무산이며, 북한에 있을 때 사랑했던 연인을 한국에서 재회해 결혼까지 하는 행운을 안았습니다.

그러나 평소 학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황 씨는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만학의 길을 걷습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올해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1학년인 황 씨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황지훈

: 한국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먼 훗날 통일이 됐을 때 북쪽 고향으로 가서 고향 사람들을 위해서 사는 게 저의 소망입니다.

사실 한국에선 탈북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등록금을 100% 지원해주고 있어 우선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특례입학제도가 있어 대학에 들어갈 때 남한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황지훈 씨의 얘기입니다.

황지훈

: 낯선 곳에서 정착해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제도적인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자신의 각오와 결심만 제대로 세운다면 얼마든지 노력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 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자, 젊음과 패기라고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새로운 변화에 두려움을 갖는 것에 비해 젊은 세대는 변화된 생활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꿈을 펼치고 있는 또 다른 젊은이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교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사랑과 진리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지식보다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강조하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꿈은 치기공과를 나와서 치과쪽에 종사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남북화해와 통일의 희망을 찾게 됩니다.

MC: RFA 기획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4번째 시간으로 <탈북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편이었습니다. 제작 진행에 노재완 기자였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돕는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노력을 소개하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정착 돕기>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