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탈북 어린이 대안학교 설립 위한 음악회 갖는 김철웅• 이희아 씨] "학교 운영에 도움됐으면..."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07.13
defector_concert_305 16일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인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RFA PHOTO/ 박성우
MC: 탈북 어린이를 위한 초등과정 대안 학교의 설립을 앞두고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가 이번 주 금요일 함께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함께 연주할 작품들을 연습했는데요.

그 현장을 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김철웅: 희아 씨, 안녕하세요. 제가 김철웅입니다.

이희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북한 돕기 운동을 하고 있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와 처음 만났습니다. 음악회에서 함께 연주할 피아노곡을 연습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리랑 소나타’나 ‘조선은 하나다’ 같은 곡을 연주하며 한민족의 정서와 동질감을 강조하는 김철웅 백제예술대 교수. 그리고 선천성 사지 기형이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통일 음악회’라는 이름의 공연을 하며 북한 동포를 돕기위해 노력하는 이희아 씨.

두 사람은 ‘북한’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활동하면서도 이제서야 만났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김철웅: 이런데 왜 우리는 처음 만났죠? (이희아 씨가) 이렇게 자주 ‘통일 음악회’를 했는데…

김철웅 씨와 이희아 씨는 탈북 청소년이 숙식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안 학교의 설립을 위해 7월16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함께 연주할 예정입니다.

‘서울 오케스트라’도 참여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모두 18곡이 연주됩니다. 이 중에서 김철웅 씨와 이희아 씨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와 ‘헝가리 무곡’, 그리고 ‘사랑의 꿈’ 등을 함께 연주할 예정입니다.

이희아: 교수님, 죄송한데요. 페달을 많이 밟아주셔야 돼요. 제가 손가락이 네 개뿐이라서… 김철웅: 오케이.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자리. 김철웅 교수는 네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희아 씨를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입니다.

김철웅: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좋네요. 나에게 더 요구할 것 없나요?

이희아: 처음부터 다시 한 번만…

김철웅: 한 번 더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번 더 할게요. 시작.

연습 중간중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고, 또 친절하게 답해주며 교감을 높여갑니다.

이희아: 곡 제목이 재미있네요.

김철웅: 생이란 무엇인가, 북한 곡이에요.

이희아: 아, 생이란 무엇인가!

김철웅: (연주) 이런 곳이에요.

한 시간여가 지나자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한 층 밝아진 모습입니다.

연습이 끝나갈 무렵, 이희아 씨는 김철웅 교수의 ‘아리랑 소나타’를 듣고 싶다며 연주를 부탁했고, 김 교수는 흔쾌히 희아 씨만을 위해 자신의 대표곡을 연주합니다.

(김철웅 ‘아리랑 소나타’ 연주)

기자: 오늘 두 분이 처음 만나셨어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탄 곡을 같이 연주하셨는데요. 어떠셨어요? 한 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이희아: 교수님을 TV에서 뵙고, 또 미 국무부나 카네기홀에서 연주하신 걸 인터넷 매체에서 봤는데요. 실제로 라이브로 들으니까 정말 한민족이라는 걸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요. 나아가서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고, 통일되기 전이라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철웅: (이희아 씨가) 저보다 너무 말을 잘하셔서 제가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웃음) 워낙 희아 씨는 유명하시니까, 여러 가지 기대했던바 그대로 잘하시고요. 오늘 연주하면서 감명을 받은 게, (희아 씨는) 민족을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사명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이런 분과 함께 연주한다는 게 아주 좋았어요. 비록 오늘은 연습이었지만, 앞으로 실제 공연에서 화려한 연주가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대한민국에는 피아니스트들이 참 많지요. 그런데 공연을 가 보면,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북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두 분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됐는지도 궁금하거든요.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이희아: 교수님이 탈북 초등학생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 학교를 설립하는 행사에 동참해 달라고 하셔서, 저는 서슴지 않고 알겠다고 했고요. 오늘 이렇게 좋은 인연이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

김철웅: 희아 씨가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미리부터 하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혹시 안될까봐 걱정했어요. 워낙 바쁘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해 주신다고 했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고요. 그리고 역시 뭔가 다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와 상관없이 뭔가 사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돼서, 이번 연주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뭔가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김철웅: 세속적인 의미로,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사람들이 개인 이기주의에 빠져 있어서, 우리 민족과 국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데요. 하지만 몸도 불편한 희아 씨가 민족을 생각하고, 또 통일에 대해서 염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기자: 마지막 질문인데요. 오늘 두 분이 공연 연습하는 걸 보면서 저도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앞으로 두 분이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여지가 참 많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떠세요?

이희아: 제가 지금 홍보대사로 일하는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의 음악회에서도 교수님이 시간만 되신다면 꼭 이렇게 같이했으면 좋겠고요. 교수님과 같이 함으로 인해서 한국 사람들도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는 걸 세계만방에 좀 알리고 싶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특히 미국이나 선진국가들에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북한에 식량을 많이 지원해달라고 호소하고 싶고요. 우리 탈북자들도 정말 어렵게 탈북했는데요.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 많이 협조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김철웅: 저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일, 또 서로가 갖고 있는 사명이 있으니까, 서로 좋은 일을 하겠지만, 음악적으로도 서로 이렇게 좋은 인연이 돼서 앞으로도 같이 만나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욕심이긴 한데요. 희아 씨와 잘 기획을 해서 음반을 하나 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여러분들이 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 공연이 이번 금요일이죠? 성황리에 잘 끝나길 바랍니다.

김철웅, 이희아: 감사합니다.

이번 음악회는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주최하며, 탈북 어린이를 위한 대안 학교는 8월 중 서울 구로동에서 개교할 예정이라고 이 단체의 김흥광 대표는 말했습니다. 음악회의 수익금은 모두 학교 설립과 운영에 사용된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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