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서 들여온 모종으로 경상남도에서 키우는 ‘통일딸기’가 생산 4년 만에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통일딸기의 모주를 북으로 반출하려는 민간단체의 신청을 통일부가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 속에서도 꿋꿋하게 통일딸기를 재배하던 농부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경남 밀양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딸기 냄새가 향긋하고 너무 좋아요.
농부:
좀 드세요. (웃음)
경남 밀양의 중심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떨어진 한적한 농촌 마을. 이곳에는 평양시 순안구역의 어느 국영농장에서 모종을 가져와 딸기를 재배하는 3개 동의 온실, 그러니까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입니다.
기자:
여기가 전부 통일딸기를 키우는 곳입니까?
농부:
네, 이렇게 (온실) 세 동입니다.
기자:
이렇게 비닐하우스 세 개요?
농부:
네.
비닐하우스 한 동의 크기는 대략 130평입니다.
기자:
(안에 들어가며) 와, 굉장히 넓은데요.
기자를 온실 안으로 안내하는 올해 55세의 오종대 씨는 이곳에서 태어난 토박이 농사꾼입니다.
기자:
비가 오니까 빗소리가 추적추적 나네요. (웃음)
오종대:
이렇게 세 동이 통일딸기를 짓는 곳입니다.
기자:
일반 시민들이 여기에 와서 딸기를 따는 체험을 하시나 봐요.
오종대:
네.
기자:
언제 많이 오세요?
오종대:
3월에 시작해서 4월까지, 며칠 전에는 약 450명 정도가 왔습니다.
4년 전부터 통일딸기 사업을 시작한 경남통일농업협력회, 그러니까 경통협은 작년 9월엔 10만 그루의 딸기 모종을 평양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중 8만 그루는 경남 사천에서 농부들이 판매용으로 재배하고, 나머지 2만 그루는 이곳 밀양에 심었습니다. 어른은 만원, 그러니까 미화로 9달러, 아이들은 5천 원 정도를 내고 딸기를 직접 따보는, 이른바 “체험 농장”을 만든 겁니다.
경통협의 권문수 사무처장이 온실 한편에서 칠판에 적힌 체험 일정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은 비가 와서 체험하러 오시는 분은 없겠네요?
권문수:
네, 오늘은 없습니다.
기자:
평일에도 많이 오시는군요.
권문수:
네,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평일에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기자:
주말에는 일정이 다 차 있고요.
권문수:
네.
경통협의 회원이기도 한 농부 오종대 씨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딸기밭을 다 망쳐놓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딸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참 좋다”고 말합니다.
기자: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오종대:
실향민들, 유치원 아이들, 그리고 개인들이 오지요.
기자:
실향민들은 오셔서 어떤 말씀을 하세요?
오종대:
그분들 고향이 북한이니까, 아주 감동스럽게 이야기를 많이 하시고요. 어떤 분은 (딸기) 모주도 한 포기 달라고 하시고요.
기자:
모주를요? 집에서 키워보시려고요? (웃음)
오종대:
네. 집에서 키워보시려고요. 그래서 한 포기 캐 드렸어요.
기자:
어린이나 실향민이 와서 딸기 맛을 보고 즐거워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끼실 것 같아요?
오종대:
아주 기분이 좋지요. 이걸 키워서 실향민들이 드시면서 맛있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땐 농사짓는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뿌듯합니다.
오종대 씨는 “딸기는 아기를 키우는 것만큼 일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통일딸기는 ‘모주’를 평양의 국영 농장에 보내고, 이 농장에서 모주를 ‘모종’으로 키운 다음, 다시 경남으로 가져와 딸기로 재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아리랑 토양 & 기능성 식물 탐색 연구센터’의 김진식 대표이사입니다.
기자: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어미묘’라고도 부르고, ‘모주’라고도 부르던데요. 이게 뭡니까?
김진식:
딸기는 일반적으로 씨앗으로 번식하는 게 아니고,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딸기의 씨 묘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씨 묘종이 생육하면서 많이 가지를 치는데, 그 가지를 친 것을 새끼 묘라고 하고, 그 새끼를 만들 수 있는 어미가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그 어미를 모주라고 합니다.
기자:
그럼 모주를 평양시 순안구역에 있는 천동 국영농장에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뭘 하게 되나요?
김진식:
딸기는 일반적으로 시원한 곳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거든요. 그런데 딸기가 정작 생육하는 시기가, 열매를 따는 건 봄이지만, 새끼를 낳는 시기는 6월, 7월, 8월이에요. 그런데 우리 남쪽은 6월, 7월, 8월이 제일 더울 때잖아요. 상대적으로 남쪽보다 시원한 곳인 우리 북녘땅에 국영농장을 지정받아서, 그곳에 새끼를 낳으러 가는 거지요.
기자:
통일딸기의 모종을 다른 모종과 비교해 보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김진식:
딸기는 식물 자체의 특성상 새끼를 쳐서 자라는 과정에서 ‘너는 평생 열매를 얼마나 맺고, 얼마나 튼실한 열매를 맺어라’는 결정이 되는데, 이걸 농업 용어로 ‘화아분화’라고 하거든요. 그 화아분화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후가 평양의 기후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쪽에서 기르는 딸기 묘는 (기후가) 시원하니까 아주 건실하게 자라요. 이게 남쪽에 와서 제자리를 잡아서 생육하는 중에 병을 안 해요. 상당히 건강해서 병을 견디는 힘이 강하죠. 병을 이기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다른 딸기 묘는 농약을 좀 해야 하는 환경인데, 이 통일 딸기묘는 농약을 거의 안 해도 튼실하게 크는 거지요. 딸기는 물에 뽀도독 닦아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농약이 묻어 있으면 사실은 딸기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건데, 통일 딸기는 그렇지 않으니까 얼마나 비교가 되겠어요.
직접 통일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오종대 씨도 “적합한 기후에서 잘 자란 모종으로 재배하다 보니 딸기도 튼실하고 맛있다”고 자랑합니다.
기자:
선생님, 이 통일딸기를 키우는 게 처음이신가요?
오종대:
네, 올해 처음입니다.
기자:
키워보니 다른 딸기보다 수확량이 많다고 느끼세요, 아니면 비슷한가요?
오종대:
이게 추운 곳에서 (모종을) 키워오기 때문에 수확량은 좀 많은 것 같아요.
기자:
당도는 어떻습니까?
오종대:
당도도 좋아요. 당도가 15에서 16 정도 나올 겁니다.
기자:
일반 딸기는 얼마 정도 나오는데요?
오종대:
일반 딸기는 13에서 14 정도 되지요.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의 전강석 회장은 4년 전 ‘남북 협력사업으로 통일딸기를 재배해보자’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합니다.
기자:
농민들에게 북에서 가져온 모종을 ‘한 번 키워봐라’고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가 궁금하거든요. 제가 듣기로는 밀양에 사시는 분들이 보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반응이 어땠습니까? 그리고 설득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전강석:
저희가 북에서 딸기 모종을 재배해서 가져오겠다고 하면서도 저희도 사실은 반신반의했습니다. 왜냐면 (남북의) 정치 관계가 항상 변동이 심하고, 그래서 (4년 전) 첫해에는 1만 주를 재배해서 가져오겠다고 하면서도 사실 딸기 모종이 도착할 때까지 농가를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기 때문에 확신을 못 가졌거든요. 막상 인천항에 딸기 모종이 도착했을 때, 불이나게 섭외했는데요. 다행히 저희 회원 중에 딸기 농사를 짓는 분이 있어서, 감자 농사를 준비하고 계신 분이 딸기도 하면서 감자를 심으려고 비워둔 온실 한 동을 딸기로 전환해서 첫해 농사를 했고요. 그리고 첫해에 나름대로 언론에도 좀 나오고, 또 반응이 좋아서, 둘째 해부터는 좀 쉽게 됐고요. 올해 2010년도 수확분은 (작년에) 딸기 모종도 10만 주가 와서 (온실) 10동 정도로 재배됐는데, 사천에 7동, 밀양에 3동이 재배됐습니다. 지금 사천이나 밀양에서도 통일딸기 단지를 만들겠다면서 오히려 지금은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작목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들여온 모종으로 딸기를 재배하면서 농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오종대 씨는 “서로 돕는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기자:
딸기 농사를 지으시면서 북한 생각이 나시던가요?
오종대:
북한 생각도 좀 나지요. (북한이) 아무래도 좀 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는데. 모종을 가지고 오는 것도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요. 나도 그런 마음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기자:
선생님, 모종이 계속 공급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 딸기를 생산할 생각이 있으세요?
오종대:
네, 있지요. 농가에 (모종을) 좀 더 배부해서… 현재는 (밀양에서) 나 혼자서 짓고 있는데, (재배 온실을) 좀 더 넓혀서 (재배를)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될 수 있으면 좀 많이 통일딸기가 홍보가 돼서 (모종이) 많이 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올해는 사정이 안 좋은지 ‘된다, 안 된다’ 그러고 있으니…
기자:
말씀하신 대로 통일부에서 ‘된다, 안 된다’ 그러고 있더라고요. 만약에 안 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모주가 (북에서) 안 내려오면 이걸 계속 못하시는 거잖아요?
오종대:
못하지요. 아무래도 마음이 좀 섭섭한 부분이 있겠지요. 홍보는 좀 된 상태인데, 저희도 올해처럼 이렇게 (농사가) 잘 되기는 힘이 들었어요.
4월6일 현재까지도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통일딸기의 모주를 북으로 반출하는 신청에 대한 통일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일딸기는 보통 3, 4월에 경남에서 배양한 딸기 모주를 북측으로 보낸 다음, 그곳에서 키운 모종을 9월에서 10월 사이 다시 경남으로 들여와 이듬해 1월에서 4월 사이에 수확합니다.
경통협의 전강석 회장은 딸기 모주가 4월20일경까지 평양에 도착하지 않으면 “사실상 올해 딸기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전강석:
딸기 모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모주가 먼저 올라가야 하는데, 저희가 3월 중으로 가게 되면 만 5천 주를 보내서 30만 주를 생산해서, 그중에서 20만 주를 가져 오고 10만 주는 북에서 겨울 하우스를 해서 딸기를 생산하는 계획을 잡았는데요. 현재로서는 4월 말 안으로 (모주가) 간다고 하더라도 생산량이 한 15만 주밖에 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10만 주를 가져오고 북이 5만 주를 재배할 수 있는 정도로 늦어집니다. 그리고 5월로 만약 넘어가면 제대로 생산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기자:
통일부와 협의는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강석:
저희가 3월 초에 딸기 모주와 관련해서 통일부를 방문했고요. 거기서 상당히 긍정적인 대답을 저희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모주를 보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물품을 챙겨서 날짜를 잡았는데, 갑자기 ‘안된다’는 불허 결정이 났어요.
기자:
그게 언제입니까?
전강석:
저희가 3월6일에 다녀왔으니까, 3월 15일쯤입니다. 그래서 현재 출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절박한 건 통일딸기 모주가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시기가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어서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힘이 듭니다. 딸기 모주를 생산하는데 4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4개월 전부터 준비가 이미 끝나있는 상태이고, 이 금액만 해도 3천만 원에 상당하거든요. 딸기 모주를 생산한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저희도 상당히 고민이 많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북 지원사업의 투명성과 효과성, 시급성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대북 사업의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통일딸기 사업은 시급성이 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통일딸기 사업은 아직 승인 여부가 최종 결정된 게 아니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걸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남 밀양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