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국에선 7월말부터 8월 초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납니다.
산과 계곡, 그리고 바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양지엔 어김없이 인파로 가득한데요.
휴가철을 맞아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경기도의 유명 휴양지를 다녀왔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질 때, 누구나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합니다. 푸른 바다와 맑은 계곡.
상상만 해도 온 몸에 시원한 느낌이 다가옵니다.
한반도에서 일년 중 가장 더울 때가 바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인데요.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인근 바닷가에는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대부분 가족 단위 휴가객들입니다.
시민1(회사원): 휴가철이라 가족들이랑 나왔는데요. 서둘러 아침 일찍부터 나왔는데도 오는 데 차가 많이 밀려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나왔다는 기쁨에..
시민2(유치원생): 오늘 휴가예요. 너무 재밌고, 기뻐요. 바닷가에서 놀다가 갯벌에도 갔고요..
시민3(회사원): 이번에 휴가를 맞아 우리 교회 식구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바닷가에 나오니까 바람도 좋고, 경치도 좋고 참 좋습니다. 여기서 2박 3일정도 쉬었다가 가려고 합니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야영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어 서해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천막 앞까지 시원스럽게 들립니다.
영어 표현인 오토캠핑은 자동차를 뜻하는 ‘오토’와 야영을 뜻하는 ‘캠핑’의 합성어로 자동차에 천막과 취사도구를 싣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자연 속에서 야영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토캠핑은 최근 한국에서 인기 있는 여름 휴양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야영장 곳곳에는 잔디밭, 야외식탁, 목욕실, 어린이 물놀이장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전기 공급시설 등이 별도로 설치돼 있어 휴가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기자: 찌개 끊이시는 것 같은데, 이거 무슨 찌개입니까?
야영객: 우럭 매운탕입니다.
기자: 어디서 잡으신 건가요?
야영객: 여기 전곡항에서 잡았습니다.
기자: 아, 전곡항에서 잡으시고 여기 와서 끓여 드시는 거예요?
야영객: 네, 이 우럭매운탕 정말 맛있습니다.
기자: 네, 맛있게 보입니다.
북한에도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가 많습니다.
북쪽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는 어디일까.
묘향산과 칠보산 그리고, 함흥의 마전유원지와 원산의 송도원유원지 등이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함흥 출신의 탈북자 박광일 씨는 어린 시절 집 가까이에 마전유원지가 있어 해수욕하며 뛰어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박 씨는 처음 한국에 정착해서 가장 놀랐던 게 여름 휴가를 자유롭게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박광일: 삼복더위가 한창인 7월 중반부터 8월 초 사이에 남한 주민들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엔 놀랐습니다. 남한 주민들이 바다로 가고, 산에도 가고.. 또 놀라운 게 휴가를 이용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남한의 이런 다양한 휴가문화와는 달리 북한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올해로 한국 생활 18년째를 맞고 있는 탈북자 강철환 씨.
강 씨는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강 씨는 더운 여름철만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휴가를 떠나는 남쪽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엔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합니다.
강철환: 저도 한국에 와서 한 5년째까지만 해도 이 더운 날에 왜 고생하면서 휴가를 갈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6년째 되는 해에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갔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근데 이제는 뭐.. 여름 때 바다를 가지 않으면 일년이 안 지나간 것처럼 느낄 정도로 휴가 재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지난 1985년 9월 최초로 이루어진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남쪽의 방송 기자 한 사람이 평양 시민을 붙들고 물었습니다.
“올 여름에 해수욕을 어디로 갈 계획입니까?”
“해수욕이요?”
서울 말씨를 쓰는 기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 북한 여성은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가 없었던지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묘향산으로 해수욕을 갑네다.”
이튿날, 남쪽의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대서특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 당시 북쪽 사람들이 ‘해수욕’이란 단어를 몰라 일어난 단순한 일화로 추정됩니다.
산 속으로 해수욕을 간다는 북한 여성의 말은 사전적 의미로만 볼 때 어울리지 않는 표현입니다.
해수욕은 분명 바다에 들어가 하는 일입니다.
내륙에 사는 북한 주민에게 해수욕은 일반화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여성은 해수욕이 그냥 야유회로 들렸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에서 휴가를 이용해 여름에 가족이 함께 일주일간 바닷가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물론 북한도 여름철에 바다나 산으로 더위를 피해서 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고위 간부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가족끼리가 아닌 직장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족단위 휴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은 집안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휴가를 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름철에 휴가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박광일 씨는 말합니다.
박광일: 그래도 80년대 중반까지는 휴식을 위한 휴가를 사용했는데요. 80년대 말에 들어선 개인이 즐긴다는 의미에서 휴가는 거의 사라졌고,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5월부터 8월까지 농촌동원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휴가는 추수가 끝나는 11월과 12월에나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시기 한가롭게 놀 수만은 없다는 게 박 씨의 설명입니다.
박광일: 가을이 되면 휴가를 받아 석탄을 구해 구멍탄을 빚어야 하고, 겨울에는 김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때 2~3일 정도 휴가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탈북자 강철환 씨는 요즘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휴가 행렬을 보노라면 노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지만, 그런 휴가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산적한 일이 많아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올해도 잠깐 짬을 내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철환: 여름이 될수록 고향 생각도 나고 해서, 7월 31일에 북한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서울 근교로 가서 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휴가 분위기를 띄어볼 까 생각중입니다.
강 씨는 한국의 여름 휴가철인 요즘 북한은 지금도 식량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전쟁설을 운운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RFA 노재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