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밭 일구는 북한 빈곤층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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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밭 일구는 북한 빈곤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2분 영상, 북한을 보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북한 지방의 야산, 나무 대신 가득한 뙈기밭

- 기계나 소 없이, 손으로 하루에 500평 밭 갈아

- 뙈기밭 경작은 힘없는 노인이나 여성이 대다수

- 북 올해 ‘나무 심기 운동’으로 뙈기밭 금지 선포


- 함경북도 회령의 야산에는 뙈기밭 80% 사라져, 영향 있을 듯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3년 6월에 촬영한 지방의 한 야산입니다. 촬영자가 산길을 걷고 있는데요,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도 없이 밭으로 가득한 산의 모습입니다. 산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붉은 토양이 드러난 밭만 보이는데요,

- 산을 완전히 밭을 만들었구나. 다 개인 밭이지. 몇 해 됐지, 뭐. 다 ‘고난의 행군’ 때부터 한 건데. 배급을 안 주니까.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밭에는 농작물이 심겨 있습니다. 북한 지방의 가난한 주민 중에는 이처럼 산에 밭을 일궈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뙈기밭을 만드는 사람은 대도시 중심이 아닌 교외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북한의 대부분 기업소나 직장에서 배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장마당에 나가 현금으로 쌀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장사를 하지만, 현금 수입이 어려운 사람은 산에 들어가 밭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단속하죠. 하지만 단속하는 당이나 행정 간부들, 산림보호 담당자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줬어요. 관리들에게는 이것이 수입이 되고, 어려운 주민으로서는 필사적으로 산에 들어가 개인밭처럼 경작해 먹고살았기 때문에 뙈기밭이 유지됐습니다.

동영상에는 남성 세 명이 산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한 남성은 손에 농기구를 들고 있는데요, 촬영자가 ‘어디 가느냐?’고 묻자, ‘인가대’를 하러 간다고 대답합니다.

- 어디 갑니까?

[북한 남성] 인가대하러

- 하루에 얼마나 갑니까?

[북한 남성] 하루에 500평은 갈 거야.

인가대는 기계나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가래질’을 사람이 직접 한다는 의미인데요, 한 남성이 자신을 ‘꽁지 없는 소’라며 자조적인 표현을 내뱉습니다.

이번에는 손에 지팡이를 든 남성 두 명이 산에 올라옵니다. 느릿한 걸음걸이에서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 중 한 명은 올해 80세가 넘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나이가 많은 노인들도 식량을 얻기 위해 산에 밭을 일구고 일을 해야 하는데요, 산에 있는 밭까지 올라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듯 보입니다.

- 아바이,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오?

[북한 주민] 80이 넘었소.

- 밭에 오지 마오, 이제는

[북한 주민] 그럼 먹는 것은?

- 아들이 먹여주지 않소?

[북한 주민] 제 먹을 것이나 있겠소? 없소

- 야, 이 아바이 나이에 무슨 일을...땅 파고, 인가대 끌고...

[Ishimaru Jiro] 산에서 농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습니다. 북한에서 남자는 무조건 직장에 다녀야 하고 시간이 없으니까, 산에서 뙈기밭을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이나 여자들입니다. 그리고 도시주민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뙈기밭에서 생산한 식량을 가져다 먹기도 하고 장마당에 팔기도 합니다. 제일 열악한 사람들이죠.

한쪽에는 밭을 지키는 막사도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군인들이 농작물을 훔쳐가기 때문인데요, 어렵게 밭을 일구고 사는 북한 주민의 힘겨운 삶이 엿보입니다.

- 여기서 두 달은 살아야 한다. 경비서야지. 군대가 다 도둑질해 간다. 자기가 심었다고 자기가 먹니? 지키지 않으면 다 도둑 맞지비.

그런데 올해는 산에 뙈기밭을 일구며 사는 주민에게 큰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의 산림조성 정책으로 전국의 산에 나무 심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산에 소토지 농사를 금지한 건데요, 산에서 나는 농작물로 먹고사는 주민에게는 생존에 큰 위협이 됐습니다.

[Ishimaru Jiro] 올해 봄부터 전국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으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당시 숙청 정국에서 간부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없어 식수를 대대적으로 했어요. 이것은 20년 이상 산에서 뙈기밭을 일구어 먹고사는 주민의 이익과 대립하게 됐습니다. 주민 가운데 많은 불만이 있었고, 식수는 주민에게 과제로 떨어졌는데, 사실상 뙈기밭을 100% 없애지 못했습니다. 식수도 하면서 뙈기밭은 일구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가 지난 8월 중국 측에서 확인한 함경북도 회령 지방의 산을 보니 1년 전보다 뙈기밭이 많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산 전체가 뙈기밭이었는데, 올해는 80% 정도가 사라졌다는 건데요, 수확철을 맞은 9월과 10월, 북한 주민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Ishimaru Jiro] 그만큼 산에 뙈기밭을 갖고 먹고사는 사람에게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함경북도와 양강도 주민에게 물어보니 역시 뙈기밭이 축소된 것 때문에 영향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확이 9월, 10월부터잖아요. 주민의 식량문제에 확실히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번 식수로 생활 조건이 나쁜 사람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뙈기밭은 배급이 끊긴 북한사회에서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뙈기밭의 과정과 결과도 시간이 갈수록 결코 녹록지 않은데요,

산에 밭을 일구기 위해 쏟아붓는 노동력도 힘이 들지만, 도둑으로부터 소중한 농작물을 지키는 것, 앞으로 뙈기밭을 일구지 말라는 북한 당국의 정책을 피해 가는 것 등 농사 외에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더욱 북한 주민을 삶을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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