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거리꾼’을 아시나요?

북한의 ‘대거리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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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2분 영상, 북한을 보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농촌의 식량을 장마당으로 운반해주는 도시빈민

- 자전거에, 수레에...또는 직접 메고 수십 kg의 식량 운반

- 제일 가난한 도시빈민이 대다수, 하루에 고작 강냉이 1kg 벌어

- 오늘날에는 차로 대량 매입해 운반하는 '차판장사'로 발전

- '식량 유출 금지', '이동 통제' 등도 대거리꾼 생활에 어려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1년 1월에 촬영한 평안남도의 장마당. 시끌벅적한 장마당의 매대에는 쌀과 곡물이 가득합니다. 이런 매대가 한 두 군데가 아닌데요,

2012년 11월, 양강도의 혜산시장. 이곳에서도 상인들이 쌀을 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파는 쌀은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진 것이거나, 중국산이 대부분인데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장마당의 쌀은 자연스럽게 생긴 유통망을 통해 도시의 장마당으로 공급된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도시의 장마당 영상을 보면 어디를 가던지 쌀은 판매하고 있습니다. 언제·어디서나 쌀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쌀은 도시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니까 어디에서 가져왔겠죠? 하나는 농장에서 가져온 것이고, 또는 중국에서 수입한 쌀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된 건데요, 농장에서 유출된 쌀은 시장 경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긴 유통망을 통해 도시의 장마당으로 유입됩니다. 원래 농장에서 생산된 쌀은 국가에 바쳐야 하고, 여유가 있는 분량은 농민이 분배를 받아 자신이 먹거나 대거리꾼을 통해 도시에 판매해왔죠.

여기서 말하는 대거리꾼은 농촌의 쌀을 도시의 장마당까지 운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농촌에서 식량을 산 뒤 산을 넘고, 검문소를 통과해 먼 거리에 있는 장마당의 도매상에게 파는 중개 상인이 바로 '대거리꾼'인데요,

2010년 10월, 평안남도. 자전거에 식량을 실은 남성이 힘겹게 오르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자전거 앞뒤로 가득 실었는데요, 보기에도 무게가 꽤 나가 보입니다.

- 이거 몇 킬로에요?

[북한 주민] 총 다해서 90킬로

- 한 킬로에 얼마씩 남기나?

[북한 주민] 한 30원 남지.

[김동철 기자] 녹취 낟알 대거리라는 게 있다고요. 대거리라는 게 뭐냐? 배낭 지고 나가서 농촌부락에서 오는 사람들. 강냉이 가져오고, 콩 가져오고... 대거리들도 생활이 다 시원치 못해요. 생활이 한심한 사람들이 대거리하지요. 아침부터 대거리하는 사람이 잘 벌 때는 강냉이 3kg, 못 벌 때는 1kg. 평균은 1kg으로 봐야죠.

영상을 보니 대거리꾼은 남녀를 가리지 않습니다. 또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하고, 수레에 넣고 끌기도 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직접 어깨에 메고 나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거운 식량을 끌고 먼 길을 가거나 언덕을 오르는데요, 삶의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Ishimaru Jiro] 대거리꾼은 도시의 제일 힘든 사람들, 빈곤층 사람이 농촌에 나가서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자전거를 가지고 많은 쌀자루를 싣고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것은 제일 가난한 사람이 하는 장사죠. 좀 더 여유 있는 사람은 조직적으로 크게 합니다. 이걸 차판장사라고 합니다. 차를 가지고 장마당에 내다 파는 도매 장사꾼이데요, 차를 가지고 농촌에 가서 많이 싣고 도시에 운반하는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식량을 싣고 언덕을 오르는 여성 대거리꾼의 모습도 보입니다. 거친 숨소리가 말해주듯 식량을 나르는 것이 힘겨워 보이는데요, 이렇게 해서 하루에 얻는 수입은 강냉이 1kg입니다.

- 하나 갖다 주면 얼마 남나?

[북한 여성] 50원.

- 하루에 얼마씩 벌어?

[북한 여성] 강냉이 1kg.

- 강냉이 1kg? 3천 원인가?

이렇듯 대거리꾼은 식량 1kg당 30~50원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고생을 견뎌야 하는데요, 하지만 육체적 노동보다 더 대거리꾼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북한 당국이 통제입니다.

이동 통제는 물론 농촌에서 쌀이 유출되는 것에 대한 통제가 매우 엄격해졌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통제가 강화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Ishimaru Jiro] 하나는 사람들의 이동통제 목적으로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곳에 가는 것에 대해 여행증이 있어야 하는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매우 엄격해졌습니다. 그만큼 뇌물 값이 올라갔고요, 이것은 대거리꾼에게 당연히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죠. 또 수확 시기에서 몇 개월 동안은 농촌에서 쌀 유출을 막습니다. 농촌에서 생산한 것을 국가가 확보해야 하는데, 장사를 통해 빠져나가면 보유하는 쌀이 없어지는 거죠. 그럼 도시의 기업소, 군대, 보안서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대상에 대한 공급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수확 시기부터 유출에 대해 통제가 심해집니다. 김정은 시대에 이것이 많이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대거리꾼의 등장은 북한 내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시장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구조가 분업화된 데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도매 장사를 위한 대거리꾼이 생겼습니다.

쌀의 유통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하나의 직업이 생긴 건데요, 오늘날에는 차를 이용해 대량으로 운반할 만큼 대거리꾼의 역할이 커진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를 우려하는 북한 당국의 통제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차판장사'는 차를 가지고 크게 장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허용했다가 통제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어느 정도 시장경제를 묵인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개인 차원에서 유통하는 것은 어느 정도 눈감아줍니다. 특히 유통업은 장사가 되니까 투자도 하고, 차로 조직적으로 하려 하면 자본주의화 하는 것이고, 결국 국가의 통제가 어려워지니까..."요즘 장사에 대한 통제는 어떠냐?"라고 물으면 "최근 장마당 통제는 없지만, 차판장사는 하지 말라"는 지시는 계속 내려온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 스스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 유통업이 성장하면 사회주의 국가계획에 지장이 생기니까 계속 경계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대거리꾼의 등장은 북한 사회의 여러 가지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먹고사는 북한 주민의 현실은 물론 북한 사회의 시장 활성화로 유통을 책임지는 대거리꾼이 하나의 직업으로 등장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대거리꾼의 역할이 더 커지고 조직적으로 발전하면서 ' 북한 당국이 이를 우려하고 있는 점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시장경제의 숨은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