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북한이란 나라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도 북한은 이란과 함께 늘 수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미국인들이 싫어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은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정권과 위정자입니다. 왜 그런지 정승민 인턴 기자가 자세히 살펴봅니다.
( 효과음) NK lunched long range missile …,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초래했습니다.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UN에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생각하는…
북한이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북한이 무모한 도발행위로 지탄을 받은 것은 이번뿐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해 중국도 찬성한 유엔의 강력한 제제를 받았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지 약 3개월 뒤인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해 추가 제재를 받았습니다. 북한 정권이 저지른 이런 행위 때문에 주민들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단적인 예로 미국은 최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당초 약속했던 식량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도발적인 행위가 있을 때마다 <뉴욕 타임스>, CNN 등 미국의 주요 신문 방송은 앞다퉈 이를 크게 보도했고, 가뜩이나 안 좋은 미국인들의 대북 인식은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에 사는 미국인 도널드 에이브러햄(가명) 씨의 말입니다.
Donald Abraham : "최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등 도발 행동들이 북한을 더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 같다. 미국인들도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대해 더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북한이 이런 모습들을 자제해야 국제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재미교포 제이 김 씨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Jay Kim: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미국 정부가 북한정부와 주민들에게 식량지원 그리고 다른 차원의 지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북한정부는 식량 지원 등을 원래 목적이 아닌 군사적인 용도로 전용하고, 그 자금을 모아서 도발적인 다른 위험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것도 미국정부와 시민들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한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미국의 유명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매년 실시하는 외국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지난 2월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90%가 이란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 87%, 그러니까 10명 가운데 거의 9명이 북한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지목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북한을 싫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고, 현재 스탠퍼드대학 부설 ‘월터 쇼렌스타인아시아태평양연구소’(Walter Shorenstein APARC) 한국학 부소장으로 있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씨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의 독재 정치체제에 있다고 봅니다. 즉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을 신격화하는 개인숭배의 나라이고, 언론과 종교자유가 없으며, 인권을 탄압하고 있으며,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는 나라란 부정적인 인식이 미국인들에게 깔려 있다는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을 강행한 것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지적입니다.
David Straub: "미국인들이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는 또 다른 원인은 위협적인 나라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앞서 지적한 근본적인 원인만 못하지만 여전히 중요한데 북한이 늘 뉴스에 오르는 까닭도 실은 이런 위협적 요인 때문이다. 즉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는 것도 그렇고, 미국은 물론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겠다는 위협 같은 것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뉴스전문방송 CNN의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4명이 북한을 미국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CNN이 최근 미국 성인 1천 1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북한을 미국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직후인 지난4월 13일부터 15일 사이에 실시된 조사에서 북한을 ‘어느 정도 심각한 위협’이라고 답한 비율도 33%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북한이 아직도 미국에게 위협적이며 국제 사회와 어울릴 수 없는 국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의 한반도 전문가인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이 역사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즉 미국은 남한의 동맹국으로 1950년 북한이 도발한 한국전에 참전했고, 그 때문에 오늘날에도 북한은 적성국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곧잘 미국 주요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북한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게 린드 교수의 지적입니다.
Prof. Jennifer Lind: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또 우리가 자주 접하는 소식은 북한의 군사 도발행동이다. 이를테면 남한 천안함 침몰사건이며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인데 바로 이런 모습들이 북한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게다가 최근엔 북한의 인권상황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실상을 알면 알수록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커지도록 만든다."
미국 중앙정보국 북한 분석관 출신으로 현재 민간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근무하는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지적도 비슷합니다.
Bruce Klingner: "북한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북한은 국제법은 물론 유엔제재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에 대해 전쟁 행위까지 벌였다. 또한 미국은 물론 우방인 남한과 일본에 대해 전쟁위협을 가했다. 북한은 또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고, 나라예산을 국방에 편중해 주민들을 착취하는 등 이런 것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신들의 정권이 저지른 일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바로 북한 주민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인들이 일반 북한 주민들에 갖는 인식은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우호적이고 동정적입니다. 즉 미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인식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하는 북한 정권을 향한 것이지 그 밑에서 신음하고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주민들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그런 점에서 헤리티지 재단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Bruce Klingner: 미국이 씨름하고 있는 상대는 북한 정권과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이지 북한 주민들이 아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해 갖는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다트머스 대학의 제니퍼 린드 교수도 일반 미국인들도 북한에 잔인한 독재정권이 있고, 주민들이 나라 일에 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없으며 끔찍한 인권유린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복수의 미국인들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은 주민이 아닌 정권이라는 데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는 미국 여대생 마리아 양입니다.
Maria: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분명 북한 정부를 향한 것이지 주민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린 북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을 억압하고 참혹한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굶어 죽던 말던 정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자신들의 부를 쌓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북한 정권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는 한 미국 남성의 말입니다.
미국 남성: "제가 볼 때 북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북한 정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는 데는 북한 정권의 도발적인 행위 못지 않게 인권 유린행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뼈만 앙상한 북한 어린이들 모습이나 인권사각지대인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가 미국 주요 언론에 의해 크게 보도될 때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한 탈북자들의 증언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데요.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요덕 수용소에서 태어나 20여년동안 수감돼 있다 2005년 도망쳐 나온 탈북자 신동혁씨의 회상입니다.
신동혁: "제가 살던 수용소에서는 정치범 죄수들끼리 서로 모든 행동을 신고해야만 합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가족까지도요. 수용소에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습니다. 다 같은 죄수에 불과합니다. 그냥 말로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부를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탈북해서 한국사회에서 살다 보니까 '아 이 가족이라는 개념이 이렇구나 서로 사랑해주고, 먹을 거 있으면 서로 입에다 넣어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6개의 대형 정치범 수용소와 30여개의 강제 노동수용소, 교화소를 운영하고 있고, 이런 곳에는 20만명 이상이 감금돼 끔찍한 강제노동과 고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탄압과 강제수용소 운영실태는 미국 국무부가 해마다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매년 봄 국회 의사당 앞에서 현역 의원들과 북한인권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모여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행사를 가져왔습니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인 셈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인데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고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고쳐간다면 그 같은 인식을 바꾸는 데는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우선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주민의 인권부터 개선해서 국제행동 규범에 맞는 정상국가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Bruce Klingner: "북한은 국제행동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종전처럼 도발 행동을 해선 안 되고 유엔 재재와 국제법, 나아가 기존의 핵 협정을 모두 지켜야 한다."
핵이나 장거리 로켓실험 중단 못지 않게 인권개선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미국 내 북한관련 비정부 단체들 모임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공동대표입니다.
Susan Scholte:"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지도층을 몰아내야 한다. 북한은 개방하고 변화해야 하며 그곳에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를 가지 않고 살수 있고, 자유롭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개개인이 행복하게 살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 그 자유가 없는 나라는 북한 하나뿐이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미국인들의 바람도 마찬가집니다. 북한 당국이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먼저 주민들의 인권과 복리를 향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대생 마리아 양입니다.
Maria: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을 바꿔야 하고, 주민들을 속이고 탄압하는 행동들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이다. 당신이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비춰지고 있는지 염두에 둬야 한다"
재미 교포 제이 김 씨도 북한 당국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Jay Kim: "북한정권은 그들의 주민 죽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제 사회를 겨냥한 도발적인 핵실험 등과 같은 행동들을 그만해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단순히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 실험을 중단하고 인권을 개선한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없어질까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국무부 전 한국과장의 견해는 좀 다릅니다. 북한 독재정치 체제가 남아 있는 한 미국인의 근본적 인식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David Straub:"물론 북한이 하는 언사나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위협을 중단한다면 부정적인 인상을 개선하는 데 다소 도움은 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한다면 미국은 아마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미국과 우방에 대한 북한의 위협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가 다소 올라갈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독제 체제가 가진 근본문제가 존속하는 한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인 인식변화는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과연 김정은 새 지도부 아래에서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유물인 독재 정치체제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 지 많은 미국인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승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