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레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엘리 위젤 전 노벨 평화상 수상자, 그리고 첼 마그네 본데빅 노르웨이 전 총리 등 저명한 세계인권운동 지도자들이 지난 10월말 북한의 인권유린을 유엔 안보리가 다뤄줄 것을 촉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 이들은 북한 정부는 식량난과 기근은 물론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며 자국민들을 반인륜적인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유엔안보리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변창섭, 안재훈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안재훈: 이번 보고서의 공동 의장으로는 국제적인 인권지도자들이 맡았는데 그 배경을 좀 알아볼까요.
변창섭: 그렇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적인 저명한 인권 지도자들이 보고서의 공동 의장으로 이름을 내걸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적인 주목을 끌게 돼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리고 시정을 촉구하는 데 안성맞춤인 셈입니다. 구체적으론 구소련 치하에서 5년간 투옥됐다가 나중에 체코 최초의 자유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바실레프 하벨이 있고, 또 나치 독일 치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엘리 위젤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 그리고 키엘 마그네 본데비크 전 노르웨이 총리가 공동 의장을 맡았습니다.
안: 보고서를 보면 유엔이 북한 정부가 자국민에 대해 인권탄압 행위를 저지르는 등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는데요, 바로 이런 자국민 보호책임의 실패를 ‘반인류 범죄’로 규정했죠?
변: 그렇습니다. 자국민 보호 실패란 개념은 다소 생소한 국제법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유엔에선 이미 오래전에 하나의 규범으로 확립된 것입니다. 보고서는 반인륜 범죄로 규정한 근거로 우선 북한 정부의 식량 정책과 기근 문제로 자국민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점을 꼽았습니다. 지난 1990년대 식량기근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북한 주민 백 만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6세미만의 어린이 가운데 37%가 만성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등 북한의 기아 문제도 심각합니다. 또 하나는 북한의 강제 수용소 문제인데, 여기에는 김정일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 20만명이 갇혀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당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로 거의 기아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안: 그간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 행동을 취하기도 했는데 굳이 유엔 안보리가 나서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변: 북한이 국가차원에서 자국민들에 대해 반인륜 행위들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유엔안보리가 자국민 보호주의 원칙을 채택했고, 앞서 지난해 세계 수뇌정상회담에서도 만일 어느 한 나라가 가장 잔혹한 반인륜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본질적으로 국제사회가 개입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는 강력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총회가 대북인권 개선결의안을 채택한 적도 있고 유엔인권위원회가 3개항의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따라서 이젠 유엔 안보리가 나서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안 : 그렇다면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건의사항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변: 우선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과 관련해 해당 기구가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에 대해 정치범을 석방해줄 것과 유엔 북한인권특별 보고관이 북한 어디든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줄 것도 보고서는 요청했습니다.
안: 이번 보고서를 보면 ‘비전통적 위협’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나오는 데 이게 무슨 뜻인가?
변: 아다시피, 전통적 위협이란 통상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같은 흔히 알고 있는 군사적인 위협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위협에 맞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런 북한의 핵위협이 바로 전통적인 위협에 속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비전통적인 위협이란 주로 지난 90년대 여러 가지 전세계 인권과 인도주의적인 재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개념이다.
안: 그렇다면 북한이 바로 이 비전통적인 위협에 해당한다는 말이죠?
변: 그렇습니다. 북한의 경우 ‘비전통위협’을 구성하는 5개 요인 가운데 3가지가 해당되는데요, 우선은 식량난과 같은 인도주의적인 재앙이나 인권유린이 그 하나입니다. 두 번째론 탈북자들이 살수가 없어 대량 탈출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론 북한이 마약생산과 거래, 그리고 화폐 위조와 돈세탁에 관여한다는 점이죠. 바로 이런 북한의 비전통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유엔 안보리가 개입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워싱턴-변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