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자회담이 결렬된 이유

장진성∙탈북 작가
20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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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unghye_cross_line-305.jpg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진 지난 9일 오전 판문점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인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남북당국자회담이 왜 결렬됐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조선이 기회”를 차버렸다며 남북회담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남한에 돌리고 있습니다. 마치도 자기들은 무슨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남한이 그것을 받아가지 않았다는 식입니다. 3대세습은 이렇게 김씨만이 아니라 기만의 3대세습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남북회담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저들의 회담대표를 남한보다 낮게 정하고 장관급이라며 억지를 부렸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남한은 참으로 가진 것 없는 불쌍한 북한정권에 굳이 형식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회담에 나와서로 대화할 수만 있다면 쌀까지 주며 적극 환영했습니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남한의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이거나 격식을 허물고 오직 민족발전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진보시각을 친북행위라고 비판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었습니다. 김정일정권은부자나라인남한의이런관용과포용을이용하여상대적인체제우월감으로대거선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무력도발로 평화를 인질삼아 정세주도권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퍼줘도 감사한 줄 모르는 김씨일가의 배은망덕에 분개한 남한 국민들은 북한에 단호한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에 몰표를 찍어줬고, 결국 당대표였던 박근혜 여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남북당국자회담에서도 회담 대표의 격부터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습니다. 형식의 신뢰가 내용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 차관급에 해당되는 조평통 서기국장을 장관급이라고 우기며 지금까지 방임해왔던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려고 했습니다. 북한의 그 주장은 억지일 뿐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2004년까지 통전부 부장직은 공석이었습니다. 당조직부, 선전부, 국가보위부와 마찬가지로 제1부부장직제의 중요부서로 분류하고 부장직을 김정일이 대행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통전부장은 김양건이지만 2004년경까지는 임동옥 제1부부장직제로, 2005년부터 부장직제로 운영돼왔습니다. 외부에선 김용순 대남비서가 한 때 통전부를 통솔했던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용순은 허담의 후임자입니다. 김정일의 사촌동생 인민주조선사 주필 김정숙의 남편이었던 허담은 김정일의 최측근이었습니다.

그가 살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당작전부, 35호실, 대외연락부, 통전부를 총괄하는 당대남비서지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허담 사망 후 국제부출신 김용순이 임명되면서 당대남 비서의 지위도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작전부장오극렬이나 대외연락부 강관주 부장이 김정일의 신임도에선 더 앞서 있어 김용순의 당적지도 권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작전부나 대외연락부, 35호실로부터 공공연한 견제를 받게 된 김용순의 당대남비서 권한은 자연히 통전부정책과 위장조직인 아태(아세아태평양협력위원회)의 얼굴마담 위원장권한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외적으로 임동옥은 제1부부장이었지만 김정일이 부장대행을 했기 때문에 통전부의 최고실권자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1차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정상회담선언문최종안을 논의하는 4자회담때 남측에선 김대중 전대통령과 임동원, 북측에선 김정일, 임동옥이 참가한 점입니다. 이렇듯 통전부의 실권자인 임동옥은 대남비서로서 무용지물인 김용순이 아태위원장명분으로 개입하려는 데 대해 상당히 불편해 했고, 심지어 대립하게 됐습니다. 통전부에서 제2부부장은 반드시 조국평화통일서기국국장이 겸하게 돼있습니다. 그 이유는 통전부산하에는 각 연락소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당통전부의 모든 기능들을 조평통이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조국평화통일서기국은 북한의 대외적통일외교기관을 자처하며 회담, 교류와 같은 공개기능을 수행합니다. 한편 그 명분으로 남한과의 접촉과정에 포섭, 정보수집과 같은 공작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런종합적이유로통전부직원들은조국평화통일서기국을“어머니연락소”라고부릅니다. 때문에 임동옥 제1부부장 시절 조평통안경호서기국장이 제2대리인을했고, 뒤이어 채창국 정책담당부부장이 3위였습니다.

통전부의 진짜 실세들은 밖으로 나도는 인물이 아니라 정책담당부부장 채창국과 같이 음지에서 정책기획을 총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남한 언론이 점쳤던 원동연은 남조선문제연구소부소장을 지냈던 인물로서 대남연구목적으로 지금껏 남북대화에 빠지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국언론이 한때 통전부 최고 실세라고 꼽았던 최승철은 당시 부부장이 아니라 과장급이었습니다. 남북대화에 자주 등장했다는 이유로 우리 언론이 최승철을 부부장이라고 부각시켰는데 통전부는 그것을 용인하며 달변가인 최승철을 적극 활용했던 것입니다.

또한 통전부는 당내에서 가장 많은 부부장을 거느린 일명 간부조직입니다. 대북지원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교교류의 격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종교담당기관장들에게 모두 부부장직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남북 대화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북한내각 참사직함이란 것도 그리 대단한 지위가 아닙니다. 통전부 산하 각연락소들에는 '참사실'이라고 있습니다. "통전부 직원들은 비밀유지차원에서 대를 이어 근무하도록 하라."는 김정일의 지침에 의해 처음에는 퇴직직원들에 대한 우대근무연장직제로 만든 부서였습니다.

'참사실'의 역할은 통전부에서의 오랜 근무경험으로 다양한 연구와 조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부터 남북대화 및 교류가 활성화되자 통전부는 남북관계 정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업무명칭과 목적을 숨기기 위해 참사실 명함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는 물론이고 경협이나 민간교류, 심지어 인물포섭을 위해 해외에서 접촉할 때에도 통전부는 모두 참사실 명함을 사용합니다.

이런 근거들에 기초하여 우리정부는 이번에 북한측 강지영 서기국장을 상대하는 남측대표를 차관급으로 정한 것입니다. 북한의 통일부는 통전부(정식명칭은통일전선사업부)로서 김양건이가 부서의 결정권을 가진 장관급이고, 강지영은 차관급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였습니다. 사실 북한은 남한보다 급이 높은 직위의 사람을 대표로 내보내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경제의 차이가 곧 체제의 차이고 그래서 남한으로부터 덕을 보자면 겸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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