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군 정치의 허무함

장진성∙탈북 작가
2013-07-0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6월 2일 강원도 중부 최전방에 있는 오성산 초소들과 제507군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6월 2일 강원도 중부 최전방에 있는 오성산 초소들과 제507군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김정일의 정치철학으로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지는 선군 정치의 허무함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대북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012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과정에 북한에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군 제비’라는 용어입니다. ‘군 제비’는 꽃제비의 뒷 글자를 이용하여 북한 군인들을 비하하는 단어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꽃제비'란 떠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꽃제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유랑. 유목, 즉 ‘떠돌이’라는 뜻을 가진 러시아어 '꼬체비'에서 유래 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꽃제비’란 말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겨울에 추위를 피해 숨어사는 어린이들의 처지를 두고 꽃 피는 봄에 다시 나타나는 제비와 같다는 뜻으로도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런 꽃제비에 이어 ‘군 제비’란 말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부모 없는 불쌍한 아이들의 뒤를 이어 사회의 불우 계층이 바로 군인들이라는 뜻입니다.

2012년 북한을 탈출한 청진 출신의 김숙희 씨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인들은 헐렁한 군복을 입고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목을 다 드러내며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애원을 하는데 그 몰골이 너무도 안쓰러워서 먹을 것을 주지 않고는 어쩔 방도가 없다, 하루는 앳된 군인이 와서 '어머니 먹을 것 좀 주세요. 며칠을 굶어서 걸을 힘이 없어요'라고 애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2011년에 탈 북한 제대군인 출신 이송철 씨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열악한 상황에 대해 재미있는 증언을 했습니다. 이송철 씨는 본인이 직접 인민군 시절에 일반 주민 가정에서 총알을 담보로 먹을 거리와 바꾼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송철 씨는 "군대에는 그나마 지원이 잘된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군대가 더 최악이다" 라면서 "굶주린 군인들은 가정집들을 약탈하기도 하고, 양심이 있는 군인들은 가정집들에서 총알을 담보로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에서 군인들에게 밥은 배불리 주지 않아도 군수물자만큼은 공급을 잘한다." 면서 "군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이 군수물자밖에 없다나니 가정집들에 이런 것들을 맡기면서 먹을 것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총알 한 발에 두부 한 모라고 했습니다.

가정집들에서는 쓸모 없는 총알을 왜 담보로 잡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송철 씨는 "가정집들에서는 추후에 이 군수물자들을 찾아갈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총알을 모은 주민들이 나중에는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총알을 담보 맡긴 군인들이 가정집에 빌려간 것을 갚고 총알을 찾아와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담보 맡기느라 부족한 총알은 또 다른 군인들에게서 훔치고, 총알을 도둑맞은 군인은 또 다른 군인에게서 총알을 도둑질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애가 타는 것은 부대 지휘관들이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해당 부대의 지휘관들이 군법을 어겼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모자란 군수물자는 군수물자 책임자인 사단장의 책임 탓으로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단장은 일반 가정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총알 가진 것이 있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송철 씨는 "총알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 쌀과 총알을 교환한다."면서 "쌀이 아닌 경우 일반 주민들도 쉽게 총알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병사는 두부와 총알을 바꾸지만, 사단장은 총알과 쌀을 바꿔간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에게는 이익인 셈입니다.

또 다른 제대군인 김정현 씨는 "발 달린 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루는 군인들이 식량창고를 털었는데 총을 챙기지 않았다"면서 "식량을 조금이라도 더 챙길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총 정도야 다른 부대에서 훔치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총을 챙기지 않았고, 식량창고를 지키던 군인은 이들이 놔두고 간 총기를 보관했다"고 전했습니다. 총을 찾으러 올 줄 알았지만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찾으러 오지 않자 식량창고를 지키던 군인이 총기 고유번호를 식별해 해당 부대에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대에서는 식량 창고에 들른 적도 없다면서 총기 개수가 딱 맞는데 무슨 말이냐고 발뺌을 했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부대에서 총기를 훔쳐 모자란 양을 채워 넣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총기의 고유번호를 보여주자 그때서야 인정하며 사과했다고 했습니다.

화가 난 식량창고 군인은 이들이 훔쳐간 쌀 네 가마니를 스무 가마니로 갚을 것을 요구했고, 해당 부대는 이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김정현 씨는 "돌려 막기 식으로 부대들에서 총이 돌아다니는 상황을 꼬집어 '발 달린 총'이라고 부른다"면서 "어차피 내가 잃어버렸어도 옆 군인에게 훔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꽃제비’와 ‘군 제비’를 대하는 주민의 태도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꽃제비’들은 그나마 가엾기라도 한데 군인들은 물건을 훔치고 등치고 괴롭히는 등 온갖 폭력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군 제비들 속에는 보안 원들도 속하는데 보안 원들은 툭하면 장마당에 들이닥쳐서 이것저것 시비를 걸거나 뇌물을 요구하는 등 권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마당에 보안 원이 나타나면 ‘군제비가 떴다.'며 서로 기피하고 또 알린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해 존재해야 할 보안원과 군인들이 오히려 그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주민들은 ‘꽃제비’보다 못한 인격체라고 조롱하는 뜻에서 ‘군 제비’로 야유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북한의 새로운 용어 ‘군제비’는 북한 정권의 부패와 선군 정치의 허상을 고발하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명사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