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북한 정권이 김정은 부인을 공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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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전격공개한 배경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역대 북한 지도자들은 외국시찰이나 혹은 외국정상들이 방북할 때 부인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까지 김정일이 후처 김성애를 대외활동 시 동석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자국 내에서도 비판받으며 북한에도 옮겨져 수령 유일지도체제문제가 공론화 될 시점인 1970년대 초반부터는 김성애의 공개활동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수령 유일지도체제를 위해 부인도 곁가지로 분류하고 철저히 견제했던 김정일의 당조직부 권력이 시작되면서 북한에선 오직 "위대한 수령"만이 언론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김정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부인들을 거느렸던 위인이었지만 단 한 번도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처음부터 그렇게 숨겼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김정일의 복잡한 여성편력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오늘의 3대세습 지도자인 김정은도 하마터면 사생아가 될 뻔했습니다.

그나저나 김정은은 역시 20대 젊은이답게 참신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정치적인 첫 걸음마를 떼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르게 자기부인인 리설주부터 공개했으니깐요. 이 시점에서 한가지 걱정은 "앞으로 김정은에게 가정불화가 없어야 할텐데,,,"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불안과 고민은 현재 북한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훗날 김정은이 모란봉악단 공연을 보나, 하다못해 유치원 현지시찰을 가도 부부동반하지 않으면 외신들이 필시 이혼설을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만이 아니라 기쁨조도 승계했을 김정은인데 그 어떤 추측인들 안하겠습니까? 그만큼 아내 리설주의 공개로 김정은은 이젠 더는 혼자 몸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의 지도자이기 전에 세계가 주목하는 리설주의 남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앞뒤 계산도 고려치 않고 북한 정권이 서둘러 김정은의 부인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아무리 김씨 성을 가진 3대 세습 지도자라고 해도 나이가 어린 점이 가장 불안해서입니다. 사실 그 고충은 외부세계가 느끼는 것보다 북한 내부의 특권층이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수령의 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충성하며 늙어온 탓에 북한 특권층의 연령대가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인식하는 북한 간부의 표준 연령대도 대체로 70세 이상입니다. 그랬던 북한에 어느날 김씨일가의 핏줄이라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20대 젊은이가 "위대한 수령", "공화국 원수"로 갑자기 둔갑하여 나타났으니 누구인들 그 현실을 쉽게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김정은도 적응하기 힘들 현실과 신격화와의 격차인 것입니다. 김일성처럼 뱃살을 찌우고, 밀짚모자를 눌러씌워도 20살을 가리울 수 없어 북한 특권층들은 부득불 김정은 옆에 부인을 세워놓기로 한 것같습니다. 그래야만 성숙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고, 부족한 신격화 공백을 리설주의 미모로 메울 수 있어서입니다. 또 다른 의도는 김정은의 인간적 지도자로서의 신격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북한 정권은 지금껏 김일성, 김정일을 "위대한 수령"만이 아니라 "위대한 인간"으로 조작하는데도 많은 품을 들였습니다. "위대한 지도자"와 함께 "위대한 인간"을 신격화 근거의 양대 축으로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조작된 인간적 근거로 수령의 또 다른 표현인 "인민의 어버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남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선전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조직적 충성을 넘어 수령의 아들 딸이 되라는 인간적 순정과 효도를 강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김정은에게는 북한 정권이 강요해 온 전통적인 수령신격화의 한 축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인민의 어버이"라는 인간적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하여 북한 정권은 김정은이 "인민의 어버이"가 되자면 한 가정의 아버지부터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부인을 공개한 듯싶습니다. 또 만약 김정은에게 어떤 불행이 생긴다 할지라도 "수령의 대", "계속 혁명"의 원천을 주장하자면 김정은에게 부인도 있고 대를 이을 자식도 있다는 인식을 미리 심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도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이지만 20대의 김정은 원수를 보면 그 땅에서 태어났다는 기억만으로도 참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한편 옛날 조선시대의 이씨 봉건왕조도 이렇게 한심한 통치를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끝으로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당신들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