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타치폰 세대의 여름방학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3.07.31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타치폰 세대의 여름방학 평양에서 한 여성이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
/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타치폰 세대의 여름방학입니다.

 

한반도에는 장마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섭씨35도까지 올라가는 곳이 있을 정도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한여름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이 많을텐데요, 학생들에게는 8월에 여름방학이 있으니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겠습니다. 물론 북한 학생들은 방학 동안에도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소년단, 청년동맹의 조직생활도 계속 해야 합니다. 비상연락망으로 소집돼서 노력동원에 가야하는 날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방학은 방학이니 다들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겠죠.

 

미국은 겨울방학이 짧은 대신 여름방학이 길어서 이미 6월 중순에 방학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초중고등학교, 북한으로 치면 소학교와 초급, 고급 중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습니다. 대학생들은 그 전에 이미 방학을 했구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린 학생들이 방학에 집에 있으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손전화만 들여다 본다고 부모들이 하소연합니다. 뭐를 물어봐도 손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건성건성 대답해서 부모들이 답답해 하죠. 그렇다고 손전화를 뺏을 수도 없구요. 여름방학이 되면 새로운 손전화 게임 응용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때가 응용 프로그램 업체들에게는 대목인 셈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손전화를 내려놓을 틈이 없겠죠.

 

한국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 NK’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이렇게 손전화에 빠진 청소년들을 타치폰 세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저 음성통화, 통보문을 쓸 때나 음악을 들을 때만 손전화를 꺼내고 장기 같은 게임 응용프로그램 한두 개 할 줄 아는 어른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대입니다. 타치폰 세대는 손전화에 있는 응용 프로그램은 모두 쓸 줄 알고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이 또 없나 늘 궁금해 합니다. 당국에서 막아 놓은 것도 친구들한테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 하고 있겠죠. 그러니 하루종일 손전화만 들여다 보면 어떻게 하냐는 꾸지람을 부모한테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손전화 요금을 선불제로 하기 때문에 기본요금이 끝난 다음에는 전화돈 충전을 하지 않으면 망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을 안 들으면 요금 충전을 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야 겨우 부모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나 봅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후불제로 손전화 요금을 내는데요, 자료봉사를 막아버리면 아이들이 꼼짝 못합니다. 손전화 봉사 회사의 인터넷 웹사이트나 응용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자녀들이 손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을 자녀들의 건강 적신호를 찾아내는 기회로 삼으라고 충고합니다. 여름방학 동안 자녀들을 잘 관찰해서 학기 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건강 문제를 해결하라는 겁니다. 특히 하루종일 손전화를 끼고 사는 청소년들은 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참 자라는 나이에 잘못된 자세와 습관 때문에 척추와 목, 어깨가 굽어서 나중에는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성장기에 목과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이 아직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개를 쭉 내민 자세로 손전화를 장시간 보면 목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이 증상은 목뼈의 형태를 변형시켜서 거북이가 목을 쭉 내미는 듯한 구부정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목에서 어깨와 등까지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요, 심하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수면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타치폰 세대와 부모의 실랑이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손전화에 빠져 사는 학생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가족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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