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100만 톤의 곡물을 지켜내는 방법
2024.11.08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벌써 11월이 되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소장님이 추수 후 곡물의 저장, 관리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하시잖아요. 올해도 마찬가지일까요?
북한 곡물생산량 420만 톤 추정
관리 못하면 100만 톤 증발할 것
조현: 네. 그렇습니다. 북한 전체 인구가 1년을 먹고 살려면 곡물이 약 600만 톤 필요한데요. 올해는 약 420만 톤 생산한 걸로 추정됩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양인데 통상 북한에선 추수 후 관리를 못해서 약 100만 톤이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엄청난 손실이죠. 썩거나 운반 도중에 손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특히 콩 같은 경우는 수분 관리를 못해서 역시 썩거나 싹을 틔우는 일이 정말 많이 발생되죠. 사실 한국에선 저장·관리의 중요성, 이런 얘긴 나오지도 않습니다. 국가에선 농작물을 상당수 제값 주고 수매해서 필요한 때 풀기 위해 저장고에 잘 저장하고 있고요. 농민에게서 농작물을 사가는 유통업자들도 제각각 다 저장 시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은 그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거니까 제가 이 저장,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는 거죠.
MC: 북한 농민들은 기계를 쓰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 농민들보다는 몇 배 이상 육체노동을 하는 셈인데, 정말 헛고생이 되어선 안 되겠네요. 그럼 저장할 때의 주의할 점을 한번 살펴볼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지금은 콩을 수확할 때입니다. 제가 그동안 콩 파종을 정말 많이 강조했어요. 그 때문에 심으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정말 헛고생이 되지 않도록 수확 전후 관리에 주의해 주세요. 콩은 제때 수확하고 서늘한 곳에 저장해서 서서히 말려야 합니다. 제때란 바로 지금부터 열흘 이내 정도입니다. 콩의 발아율은 적기에 수확할 때 95.8%가 나오지만 20일이 지연되면 91%로 떨어지고 40일이 지연되면 87%가 떨어지거든요. 작물의 손실량은 20일이 지연될 때 5%, 40일이 지연될 때 10%가 감소합니다. 북한 농장들은 워낙 손 가는 작업이 많아서인지 이 수확 시기를 맞추지 못해 손실이 큽니다. 콩은 전체 농작물 파종 면적의 약 4%로 10만 정보에서 정보당 1톤씩 생산하는데 손실량이 전체적으로 1만 톤 정도 됩니다. 꼭 주의할 점은 비가 내릴 때 콩을 베어 놓으면 썩을 수 있기 때문에 비가 그치고 충분히 마른 후 수확하는 게 좋고요. 이슬이 많이 함유된 아침과 저녁 시간을 피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수확하십시오. 이 시간이 아니면 수분이 많아서 곰팡이나 세균에 감염되어 콩 꼬투리 오염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MC: 그냥 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수확하는 시간까지도 지켜야 하는군요. 수확하고 나면 저장을 해야 할 텐데요.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까요?
조현: 네. 먼저 한국 얘길 해보겠습니다. 제가 보니 한국은 콩 재배 면적에 따라 수확 방법이 다르더군요. 10평 이하면 인력으로, 하지만 30평 이상이면 바인더라고 부르는 예취기(刈取機)를 쓰고, 1정보 이상은 콤바인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수확하면 시, 군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한 정선기로 콩을 품질 별로 분류합니다. 그런 다음 콩의 수분함량을 14~15%로 건조하고 서늘한 장소나 저장고에 저장하지요. 북한 농촌엔 건조기가 없어 자연 건조하니까요. 햇볕에서는 1일, 그늘에서는 3일 정도 말리는 게 좋습니다. 혹시 건조기가 있는 농장은 급속히 말리면 콩 안의 미세구조가 파괴되니까 30℃ 이하의 온도에서 서서히 말리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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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네. 농민들께서도 주의사항을 잘 들으시고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지금이 메밀 수확철이기도 한데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넘치는 메밀입니다. 북한에서도 인기가 큰가요?
조현: 북한 분들도 이젠 메밀이 건강에 좋다는 걸 잘 압니다. 전엔 인기가 별로였는데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나선 장마당에서 가격이 치솟고 있어요. 북한의 국수는 한국처럼 쌀이나 밀국수가 아니라 옥수수 국수가 대부분입니다. 여기 메밀을 섞으면 색도 맛도 좋고 영양도 훨씬 낫지요.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메밀국수는 아주 인기입니다. 다만, 저는 북한에서도 메밀을 가공한 제품들이 더 다양하게 나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느끼다시피 메밀을 가공해서 팔면 돈을 훨씬 더 벌 수 있잖아요. 한국에서도 메밀냉면, 막국수, 메밀묵, 떡, 메밀수제비, 메밀부침, 전병 등이 있고 요샌 메밀라면, 메밀차, 음료, 막걸리 등 다양한 음식이 출시됩니다. 일본에선 메밀로 어묵, 찐빵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나오고 있어요. 북한엔 이런 음식이 아직은 없어 보입니다. 원래 겨울 별미였던 메밀이 이젠 북한에서도 사계절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으니까, 농민이 직접 다양한 음식으로 가공해서 장마당에 팔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MC: 북한만의 방식으로 가공된 새로운 메밀 음식도 기대되네요. 좋은 소식 기다려 보겠습니다. 요샌 뭐 유럽에서도 메밀이 인기잖아요.
농민에게 메밀 가공이 꼭 필요한 이유
조현: 맞습니다. 메밀의 인기는 세계적이라 유럽에선 살까기 식품으로 메밀 과자도 여러 종류가 나오고 있고요. 메밀에 들어있는 루틴 성분을 추출해서 생약 생산도 합니다. 최근엔 종실류(種實類), 그러니까 종자를 직접 먹는 식물이죠. 종실류보다 식물의 잎, 꽃, 줄기, 뿌리 등에 루틴 성분과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게 알려져서 식물체 전체를 건강식과 약으로 사용하거든요. 종실을 수확하고 남은 짚은 가축 사료로도 쓸 수 있습니다. 오늘 메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렸는데 어떤 방법으로든 메밀은 북한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MC: 네. 강조하시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겠죠. 그만큼 농민들에게 중요한 메밀, 수확과 관리도 잘 해야겠지요?
조현: 네. 메밀 역시 지금 수확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다음주까지면 괜찮을 것 같아요. 가을 메밀은 수확 적기를 알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메밀 종실의 75~80%가 까맣게 성숙했을 때 수확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국은 콤바인으로 수확할 경우 10정보를 2~3시간 만에 끝낼 수도 있는데, 북한은 이걸 손으로 다 수확하니까 10정보면 1주일 이상 걸려요. 빨리 기계를 들여야 하겠고요. 이건 콩과 반대로, 이른 아침이나 습한 기상조건에서 메밀을 벨 때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메밀 종실이 너무 많으면 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날도 괜찮습니다. 대신에 비에 젖거나 습도가 높은데 건조를 안 하면 당연히 수량과 품질이 떨어질 테니까 수확 후에 빨리 탈곡하고 재건조해야 하겠습니다. 메밀은 저온 저장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에서 저장할 땐 종자의 수분 함량을 14% 이하로 낮추고 온도 10℃ 이하, 상대습도 60% 이하를 유지합니다. 이게 장기 보관에 이상적인 조건인데요. 북한은 그럴 시설도 없고, 이젠 기온이 낮으니까 최대한 습도를 60% 이하로만 유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저장 온도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애써 농사지은 만큼 수확 후 관리도 주의하셔서, 넉넉한 겨울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