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예상 수확량 조사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2024.09.06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바야흐로 가을 추수철을 맞이하면서 지금 북한 농촌에선 옥수수와 벼의 예상 수확량 판정이 진행되는 걸로 아는데요. 농민들에겐 굉장히 예민한 문제지요?
예상 수확량 판정 조사 시
농장 관료와 당국자 간 주먹다짐 종종 벌어져
조현: 그럼요. 큰 문제입니다. 옥수수 예상 수확량 판정은 벌써 끝났고 벼는 아직 시작 안 한 곳도 많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까지 하나도 안 달라졌더라고요. 당국이 파견한 조사원들의 일방적이고 관료적인 행태가 농민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들리는 소식엔 최근 옥수수 예상 수확량 판정을 위한 조사가 시작됐는데 경영위원회, 인민위원회 사무원들과 농장 관료들 간에 언쟁이 심해지더니 주먹다짐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안남도 개천군 보부농장 작업반장과 기술원, 농장 부경리가 공무집행 방해죄로 안전부에 구류됐다고 하네요. 소식을 보낸 주민은 언제까지 저런 꼴을 봐야 하냐며 주민들의 상심을 전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거의 비슷할 겁니다.
MC: 이게 북한 당국은 되도록 예상 수확량을 높게 잡으려고 하고, 농장 측은 낮게 잡으려는 데서 일어나는 다툼인 거죠?
조현: 맞습니다. 예상 수확량에 기초해서 국가 의무수매량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상 수확량이 많으면 국가에 더 많이 바쳐야 합니다. 예상 수확량이 약 1천 톤이면 300톤을 바쳐야 합니다. 농민들은 적게 생산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국가에 적게 내는 편이 더 낫겠죠. 하지만 예상 수확량을 판정하는 단계에서 정확성은 물론이고 1년 동안 피땀을 흘리며 고생한 농민들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은 더도 덜도 말고 합리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하겠습니다. 옥수수, 쌀 등 식량작물의 예상 수확량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정보가 되거든요.
MC: 어떤 부분이 문제기에 정확한 조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조현: 네. 조사는 전반적으로 다 잘못되었습니다. 최근 다 마쳤다는 옥수수 예상 수확량 조사를 보면 지역 인민위원회와 농업경영위원회에서 파견한 조사원이 각 농장 안에서 임의로 1평 정도의 표본 구역을 선정합니다. 거기서 수확한 옥수수의 수분과 질량을 측정해서 생산량을 도출하고, 이를 농장의 면적에 곱해서 해당 농장의 예상 수확량을 정하는 겁니다. 농장마다 옥수수의 재배면적이 다르고 또 면적 당 수확량이 다른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그냥 표본 구역 생산량에 전체 농장 면적을 곱해 버립니다. 또한 조사할 때 옥수수 질에 대한 평가도 있는데요. 그저 자신들의 판단으로 재배 상태를 상, 중, 하로 구분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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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냥 듣기만 해도 정확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옥수수나 벼도 품종이 많거든요. 북한에서도 한두 가지만 심는 건 아닐 텐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반영하는지요?
조현: 네.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말씀하신대로 생산량을 추정할 때 품종도 반영합니다. 품종은 생산량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이니 당연히 품종에 따라 표본을 구성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어떤 벼(품종)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낱알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런 품종은 탈곡할 때 도중 손실이 많이 일어나고요. 또 벼를 베고 볏단을 묶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또 감소가 되죠.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예상 수확량을 높이 잡아버리면 잘못된 조사 아닙니까? 그러니 한국 농민들은 품종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높은 거죠. 사실 예상 수확량을 제일 잘 잡는 나라는 한국보다 일본입니다. 2022년에 일본에선 예상 수확량을 판정하기 위해, 쌀 재배면적 125.1만 ha 안에서 1만 개나 필지 표본을 구축했어요. 한국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보통 225.4만 ha 안에서 1만 개의 필지 표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북한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죠.
MC: 그렇군요. 북한 당국은 국가 의무수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예상 수확량 조사를 하는 건데요. 한국과 일본에서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조사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조현: 네. 그 차이는 너무도 큽니다. 일본도 한국도 정확하게 조사하려는 건 당해 생산량을 예상해서 부족분의 수입량을 결정하려는 거고요. 수확량 부족으로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 정부가 미리 수매해 놓은 곡물을 풀어서 시장가격을 조절하는 효과도 만들어 냅니다. 반대로 너무 많이 생산되어 곡물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농민으로부터 시장가격으로 수매하는 방안을 짜기도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게 아니거든요. 대충대충 조사하고 “야, 너희들 이번에 보니까 1천 톤 나오겠네. 그럼 300톤 바치면 되겠네” 이런 식이니까 농민을 위한 것도 국가경제에 이익이 되는 판정도 아닌 겁니다. 예상 수확량이 정부 당국의 의도대로 부풀려지면 실제 부족한 양곡에 사전 대응을 못해서 식량 부족으로 농민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처럼 재배면적도 고려하지 않고, 조사원이 농장에 나가 일방적으로 조사 필지를 정하고 수확량을 예상하는 건, 다른 나라에 없는 독단적이고 무지한 행위입니다.
MC: 예상 수확량 조사를 할 때마다 언쟁이 생긴다는 건 농민들에게 늘 불리한 판정이 나온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요. 이걸 바로잡을 방법은 없습니까?
농민이 예상 수확량을 판정하는 연습도 필요
조현: 네.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선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조사 필지를 더욱 확대해야 하고요.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위해 품종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조사하는 시기도 중요합니다. 쌀의 경우는 9월 중순에 조사를 시작해서, 10월 초 예상 수확량을 발표하고, 11월 말에 최종적으로 실제 생산량을 파악해서, 결국 정부의 당해 쌀 수급 대책과 곡물 가격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해야합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국민의 식량문제를 걱정하는 국가라면 정확한 양곡 정책과 수급을 마련하기 위해 이처럼 예상 수확량을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MC: 혹시, 예상 수확량을 판정하는 단계에서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없겠습니까?
조현: 사실 북한에서 농업의 주체는 국가잖아요? 이런 경우엔 모든 경제활동이 조직 수뇌부의 목적에 따라 이뤄집니다. 당연히 곡물 생산과 계획 수립에 대해 부정확한 자료가 보고되고, 이에 대한 대책은 명령이나 지시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지금 북한이 그런 것처럼 정말 수많은 오류가 일어납니다. 농민에게 농사지을 동기 부여도 되지 않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생산자인 농민과 농장이 직접 자율적으로 예상 수확량을 정확하게 판정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상 수확량과 실제 생산량이 다를 때의 대책도 미리 계획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렇게까지 해보는 분들이 북한에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항상 이렇게 농장과 농민의 이익을 따져보는 습관을 붙여야 하고요. 당국의 일방적인 독단과 전횡에 당하지만 말고 자신과 자식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해야 하겠죠. 그래야 피땀 흘려 지은 식량을 지키고 올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도 북한엔 곡물이 부족할 겁니다. 북한 당국은 식량문제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조사 방법을 외부에서 배우고, 부족한 곡물을 외부에서 수입하는 대책을 세워서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