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단백질은 곧 북한의 미래
2024.09.13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추석 명절이 다가왔습니다. 남한에서 본격적인 추석 연휴는 다음주 월, 화, 수 이렇게 3일인데요. 직업마다 다르겠습니다만 대부분 남한 직장인들은 토, 일요일엔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긴 연휴를 맞게 됐어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저는 성묘를 못 하니까 설날, 추석이면 꼭 파주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다녀옵니다. 실향민, 탈북민이 정말 많이 모이지요. 심지어 90대의 어르신도 북한 쪽을 보고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기도 합니다. 남한에서 추석엔 사람들이 해외 여행도 많이 가는데요. 반면에 한적한 농촌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잘 가는 충청북도만 해도 안전하고 깨끗하게 즐길 곳이 많고요. 도시인을 위한 농촌 체험 마을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한국 기업인 삼성에선 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임직원들에게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연휴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데요. 한국의 추석엔 이렇게 농촌이 활기찹니다. 북한 농촌에선 이런 풍경을 꿈도 못 꾸죠.
MC: 한국과 달리 북한에선 안타까운 뉴스뿐입니다. 폭염과 수해로 북한에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워낙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더욱 북한 농민들이 힘든 명절을 맞겠네요. 지금 북한 농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정은, 엄격한 양곡 관리 지시
추석용 햅쌀 공급도 막아
조현: 네. 김정은이 양곡 관리를 엄격하게 하라고 해서 농업 당국이 추석용 햅쌀 공급도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내린 명절 문화 간소화 방침에 따라 먹을 것도 없이 술 1병으로 성묘를 때우는 사람도 많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픈데요. 올해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내년엔 농민들이 농장에 제안을 좀 해서, 재배 양이 많지 않을 테니, 추석용 논을 따로 정해서 일정 식량을 재배하고, 명절이 되면 당국의 간섭없이 수확해서, 명절 만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석엔 고기, 달걀 등 평소 못 먹는 단백질 식단을 풍성하게 채우는 날인데 이번엔 거의 못 드실 것 같아 걱정입니다.
MC: 안타깝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오늘 단백질에 대해 여쭙고 싶었는데요. 사람에게 중요한 단백질, 물론 가축도 꼭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제 배합사료 시설이 미비한 북한에서는 가축들의 단백질 사료를 어디에서 얻고 있는 거죠?
조현: 네. 식물성 단백질의 대부분은 중국산 대두박(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으로 해결하고 동물성 단백질은 어분(물고기 뼛가루)을 쓰는데요. 지금 사람 먹을 것도 모자라 문제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가축용 배합사료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0%나 됩니다. 사람도 고기를 먹으면 밥을 덜 먹잖아요? 닭을 예로 들자면, 일정 양의 단백질이 첨가된 사료를 먹고 자란 개체가 60일 만에 1,2kg 컸다면, 같은 양의 사료라고 해도 단백질이 없거나 부족한 걸 먹은 개체는 그만큼 성장하는데 90~100일 걸립니다. 단백질을 덜 먹이면 그만큼 비육 기간이 길어지니 사육 비용도 증가하겠죠. 반대로 체내에 단백질 축적이 증가할수록 다른 사료를 적게 먹으니 사료 효율이 개선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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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이 방송을 통해 소장님이 콩 재배를 여러 번 강조하셨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조현: 네. 식물성 단백질의 주 원료인 콩의 경우 북한에서 전체 식량 재배면적의 3.27% (64,700ha)이고 그 중에서도 대두의 재배면적은 65%로 4,200ha 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이 대두의 대부분이 전량 기름 생산에 참여한다고 해도, 만들어지는 대두박은 약 3만 7천 톤인데 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너무 적은 양이죠. 한국은 해마다 135만 톤의 대두박을 필요로 하는데 북한은 그 1/10만 필요하다고 해도 그게 약 13만 5천 톤입니다. 부족한 대두박에 대응하여 북한은 ‘애국풀’ 같은 작물 재배를 장려하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고요. 동물성 단백질 해결을 위해 집파리, 구더기, 미생물 처리한 닭이나 오리의 배설물도 이용하지만 이는 원만한 해결방법은 아닙니다. 축산 사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 단백질 사료를 만드는 기술 도입, 단백질 원료를 보장하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MC: 저는 이런 사료에 대한 대책이 북한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한 당국은 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습니다. 당국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현: 제가 최근에 기가 막힌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안남도 도당 회의실에서 발언한, 한 도당 조직비서의 이야기인데요. 도 국영목장관리국에서 도내 가금 공장과 농장에서 축산물 생산이 감소한 원인은 단백질 사료 부족에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자료를 올렸는데요. 자료를 받은 도당 조직비서가 “가축이 집 주변, 논밭을 돌아다니면서 구더기, 지렁이, 메뚜기 같은 벌레를 잡아서 단백질을 잘 해결하고 있는데 더 논의할 필요가 뭐냐”라면서 자료를 올린 간부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무식함의 극치입니다. 네. 맞죠. 지금 북한 농촌에서 사육되는 닭이나 오리는 사료는커녕,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그야말로 구더기, 지렁이를 잡아먹으며 버티는데요. 그마저도 겨울이 오면 땅이 얼어 불가능합니다. 사실 이젠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래도 단백질 사료를 좀 준비해본다면 식물성 단백질로선 두부를 먹고 남은 비지를 쓸 수 있고요. 동물성 단백질로선 파리, 구더기, 혹 바다근처라면 썩은 물고기 뼛가루도 가능합니다. 이 방법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하루 속히 북한 당국의 시급한 움직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MC: 이 방송을 참고라도 해서 북한 당국이 꼭 단백질 사료에 관한 방책을 준비하길 저도 바랍니다. 북한 당국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요?
세계는 지금 앞다투어 대체 원료 개발 중
북한, 미생물 효소 연구 집중해야
조현: 양질의 초록 사료 재배, 우수한 콩 품종 도입은 당연하고요. 그동안 쓰지 않았던 방법으로 패분(조개를 빻은 가루)이나 뼛가루 가공기술을 도입해도 좋겠습니다. 또한 대체 원료의 도입이 중요합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기존과 달리 사료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전통 사료 원료가 아닌 대체 원료를 도입하는데요. 물론 대체 원료 사용으로 축산물의 생산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대체 원료 중엔 아미노산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 부족, 단백질에 대한 에너지 비율의 불균형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럴 땐 미생물 효소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효소를 보충하면 대체 원료의 문제가 개선되기 때문이지요. 북한 당국이 조금만 신경 쓰면 미생물 연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당국이 지금부터 정밀한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사료용 미생물 효소의 조합, 개발에 성공한다면 북한 사료 시장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북한에도 시장이 도입되면서 축산물 수요가 늘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올해는 국내 농사 다 망쳐서 중국과 러시아에서 옥수수와 대두박을 사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잖아요? 하지만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료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향후 북한의 축산업은 우량 품종 도입과 백신, 약품의 도입으로 방역을 하는 등 돈 쓸 곳이 넘쳐날 것입니다. 북한은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당장 국제 사회와의 다양한 협력으로 단백질 사료 문제를 모색하는 게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