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손녀딸 같은 요양원 원장이 탈북민이었다고?(1)
2023.12.28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어르신들: 꼭꼭 보고 인사를 180도로 절 하면서 그래 항상.
밝은 얼굴로 사람을 대하고 이렇게 하는데 좀 우울했던 감정도 펴지고…
밖에서 소리만 나도 좋아요. 그래서 할머니들이 딸 같게 생각하고 또 손녀딸처럼 생각을 해요. 나이도 젊은데 저런 원장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딸처럼, 손녀딸처럼 생각한다며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젊은 원장, 과연 누구일까요? 오늘의 칭찬 주인공을 찾아 칭찬 배달부 이지요 씨가 길을 나섰습니다.
이지요: 칭찬을 드립니다~ 칭찬 주인공께 칭찬을 드리기 위해서 찾아온 이곳이 바로 경기도 안산! 아 그런데 오늘 이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칭찬을 아주아주 잔뜩 받는 분이시래요. 별명이 정할매라고 하거든요. 할매! 할매! 저기 요양원 글씨가 보여요. 안녕하세요?
요양보호사: 안녕하세요? 혹시 자가 키트 안 하셨죠?
이지요: 자가 키트요? 아 여기 요양원이라고 돼 있거든요. 아 그러면 해야죠.
요양보호사: 힘 빼시고…
이지요: 음성…다행이다. 들어가도 되는 거죠? 정은심 원장님 혹시 어디 계세요?
정은심: 제가 정은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원장은 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쑥스럽습니다.
코로나 검사까지 통과하고 들어간 다온 요양원, 중풍 등으로 인한 편마비, 치매, 파킨슨 등을 앓고 있는 면역 약하신 어르신들이 보호받고 계신 곳이니 당연한 절차겠죠. 저만치서 다가오는 정은심 원장님, 정말 어려 보이는데요. 올해로 39세, 단국대 간호학과를 졸업해 요양시설에서 경력을 쌓아 2021년 지금의 다온 요양원을 설립했습니다.
이지요: 젊으셔서 깜짝 놀랐어요.
정은심: 별 말씀을… 감사합니다. 예쁘십니다.
이지요: 아니에요. 원장님은 피부가 이렇게 고우시고 반짝반짝 얼굴에서 이렇게 윤이 나요.
정은심: 아닙니다. 지요 씨가 눈도 사슴 같으시고 앵두 같은 입술에 마늘 같은 코에…
이지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보자마자 칭찬을 막 아예 그냥 폭탄처럼 이렇게 막 퍼부으시는데 제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정은심: 그래서 할머니들이 좋아합니다.
이지요: 그래요?
정은심: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르신 손이 너무 차가워 가지고. 손이 너무 차가워요. 어르신 손발이 원체 차가우신 분이어서… 김금희 어르신 인사하시고… 예쁜 얼굴 촬영하러 왔대요.
김금희 어르신: 머리가 이래서…
정은심: 아니 머리 얼마나 자연스러운데…머리 자연스럽고 예뻐요. 어르신 이공순 어르신 기다렸어요. 천천히 나오세요. 어르신 도와드릴게요. 잠깐만 도와드릴게요. 그래도 잇몸 닦으셔야지 잠깐 계셔요. 어르신.
이지요: 말씀도 굉장히 사근사근하게 잘하시고 어르신들이 딱 좋아할 만한 그런 스타일이시다.
정은심: 안 뜨겁나 어르신 아 해보세요. 식사~ 파란 야채를 많이 잘 드셔야 돼.
몸이 불편하신 분부터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분들까지 모두 한결같이 먹이고, 닦이고 아이들처럼 돌봐드리는 정은심 씨. <당신을 칭찬합니다> 제작진이 하루 종일 은심 씨를 지켜보며 가장 놀랐던 건 단 한번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살갑게 웃으며 요양원에 계신 24명의 어르신들을 다정하게 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지요: 솔직히 좀 약간 젊으신 분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렇게 살갑게 잘하세요?
정은심: 거리끼거나 그런 게 없고 잠깐만요. 말하면서도 어르신 챙겨드려야 되니까. 어르신 아 해보세요. 어르신들 돌보는 일이 굉장히 낯설지 않고 저는 좋습니다. 어떤 게 제일 맛있어요? 이거 배추.
이지요: 어떻게 칭찬하실 때도 칭찬의 노하우 이런 게 있으신 거예요?
정은심: 아니 어떻게 노하우 책을 하나 써야 되나.
이지요: 제가 배워야 될 것 같아서 그래요. 왜냐하면 제가 MC인데 너무 저보다 더 칭찬을 잘하시니까…
정은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어르신들이 칭찬해 주면 좋아하셔요. 딱딱한 거보다는 구수한 거, ‘그랬슈~ 저랬슈’ 막 이렇게…
이지요: 그래서 별명이 정 할머니셨나 봐.
정은심: 제 별명 중에 하나가 정할매예요.
지금은 이렇게 여유 있는 미소를 띄고 있지만, 한국 정착 초반, 북한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돈 되는 일만 했던 스무 살 은심 씨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답니다. 28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꿈을 생각하게 됐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도전해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죠.
정은심: 간호대학 다니면서 실습도 제가 요양원으로 실습을 갔어요. 나라에서 하는 큰 시립요양원으로, 거기 이제 몇 천 명의 어르신 계신 데서 이제 제가 실습하다 보니까 아 그래 역시 나는 노인이다. 다른 친구들은 ‘야 너의 기를 노인들한테 뺏기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저는 오히려 더 이렇게 활기를 느낀다 하나 그런 어쨌든 그런 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이끌렸던 것 같아요.
우리 이경호 어르신은 부부가 생활하고 계시거든요. 좀 특이하시죠? 예쁜 할아버지 할머니 찍으러 오셨대요. 할머니가 요양원에 오시면서 도와드리고자 오셨어요. 원앙부부죠 원앙부부. 어머나 이렇게 사이 좋을 수가 없어요. 진짜로 오늘은 좀 어때요?
인터뷰하는 사이사이에도 어르신들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정은심 씨. 환자와 가족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병원 촬영이 까다로운 요즘, 은심 씨는 얼마나 어르신들과 그 가족에게 평판이 좋았는지 <당신을 칭찬합니다> 촬영도 당장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합니다. 환자와 가족들 모두 은심 씨를 칭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다음주에 그 끝판왕을 보여드립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