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해외 북 대사직, 대대적 교체 시기 도래
2024.08.28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쿠웨이트 주재 외교관으로서 겪은 경험담을 풀어내 주고 계신데요.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해외 공관 재편 움직임에 대한 류 전 대사대리의 전망까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쿠웨이트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어떤 분야의 사람들입니까?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당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에 각각 3천여 명 정도 되는 인력들이 있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쿠웨이트에 3천 명, 카타르에 3천 명, 아랍에미리트에 각각 3천 명씩 도합 1만여 명 정도의 인력이 파견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30명 미만 정도로 있었고 옥류관과 같이 음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50명이 좀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다 합쳐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은 서비스 업계에서 종사했습니다. 이분들은 국가의 외화벌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이분들이 번 외화는 어떤 식으로 본국에 송금하셨습니까?
류현우: 송금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재하고 있는 나라 대사관의 외교 행랑을 이용해서 외교관이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까지 날아가는 방법이 하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방법은 (해외 주재 북한) 회사들이 분기당 (본국에) 상납해야 할 돈이 거의 50만 달러 미만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회사들이 상납할 돈을 노동자들의 급여라고 위장하는 서류를 (주재국 세관 당국에) 제출하고 베이징까지 어느 한 사람이 직접 이 돈을 가지고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송금한 형태인데요. 다만 현재 북한이 공식적으로 송금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쿠웨이트와 베이징의 환전소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쿠웨이트의 환전소가 베이징 환전소와 인터넷상으로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매 형식으로 연결돼 있거든요. 즉, 제가 쿠웨이트에서 50만 달러를 베이징으로 보내겠다면 쿠웨이트 환전소 측에만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그러면 금액을 저쪽(베이징 환전소 측)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동에 있는 북한 공관들 가운데에서 쿠웨이트 대사관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류현우: 북한은 대부분 지역에 한 개의 거점 대사관을 둡니다. 한마디로 중동 지역, 특히 걸프 지역의 유일한 대사관이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1만여 명 정도의 노동자들을 관리해야 했기 때문에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업무도 같이 맡아 보았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나름 거점 대사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인원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영사, 대열 관리 업무 등을 비롯해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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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주요 관리 업무 가운데 1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들에 대한 관리 업무는 구체적으로 뭐를 의미하는 겁니까?
류현우: 행정적으로는 대열 관리 업무가 기본입니다. 우선 대사관은 영사 업무를 수행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권익 보장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대사관 영사 사업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에 대사관은 영사 업무를 기본적으로 수행하고 사증 발급을 비롯해서 주재국과의 관계 업무 등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대열 관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를 책임지는 것은 사실 보위원이라든가 혹은 당 비서입니다. 대사관은 인원 관리와 관련된 행정 업무만 수행하고 이 노동자들에 대한 사상 교양 사업, 보안, 보위, 안전과 같은 사업은 안전 대표가 각 보위원들과 함께 같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이 베트남과 싱가포르 그리고 쿠바 등 몇몇 대사관의 대사들을 새로 임명해서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류현우: 코로나 이후, 다시 말해서 2019년 말 이후 대사 임명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코로나 기간에는 그 어떤 대면 외교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대사들을 보게 되면 마지막으로 임명된 대사라고 할지라도 2019년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때부터 임기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현직 대사들의 임기는 만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까 2016, 2017, 2018년에 임명된 대사들도 2019년 말, 2020년 초 기준에서 본다면 대체로 4년을 넘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로 인한 폐쇄 정책을 2023년 8월에 풀었기 때문에 2019년 전에 임명 받은 사람이라면 거의 임기가 8, 9년이 됐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를 교체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들의 임기는 대체로 4년, 길어야 5년입니다. 그러니 대사들을 새로 임명하고 또 오래된 대사들을 귀국시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향후에도) 대사 임명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쿠웨이트의 경우에 북한이 대사를 새로 파견하겠다고 해도 쿠웨이트 정부가 아그레망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견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재 대사가 새롭게 임명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도 쿠웨이트 대사관은 아마 대사대리가 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탈북하시기 전까지 북한과 쿠웨이트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북한 대사를 추방한 관계인 만큼 좋은 관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류현우: 예. 굉장히 서먹서먹한 관계죠. 쿠웨이트는 2018년부터 2019년 2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었습니다. 쿠웨이트는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 의해 1990년 침공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전쟁 이후부터는 대부분 국가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2018, 2019년에 쿠웨이트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니까 아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그 어떤 나라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그런 의무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쿠웨이트가 미국과 굉장히 돈독한 관계에 있거든요. 쿠웨이트에는 미군이 많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친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말을 쿠웨이트가 잘 수용합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 대사관과 관련한 사안 중에 또 하나가 해외 공관을 축소하고 개편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북한이 해외 공관들을 어떤 식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류현우: 북한은 현재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많은 경제적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면 자금 원천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2019년에 쿠웨이트에 있을 때 긴축 정책으로 대사관 (건물)을 두 번씩이나 옮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북한의 입장에서는 해외 공관을 아마 유지하기 어려운 그런 재정적 난관이 도래하면 해외 공간을 더 축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이 해외 공간들을 축소한다면 아마 아프리카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대사관들을 많이 축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 하면 북한은 이제 실리 외교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실리를 따져서 이것이 득이 되는가, 혹은 실이 되는가를 따져보고 자신들한테 득이 되는 그런 곳은 대사관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만수대창작사가 철수하는 등 돈벌이 수단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리고 아프리카 나라들로부터는 원조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주로 공관들을 철수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류 전 대사 대리님의 쿠웨이트에서의 경험담, 흥미롭게 잘 들었습니다. 최근 북한이 베트남과 싱가포르, 쿠바, 루마니아 등의 대사를 새로 임명해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류 전 대사대리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이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새로운 대사들을 임명할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 재외공관의 축소, 개편 움직임을 통해 북한의 향후 외교적 행보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럼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