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강한 사람, 공무원 허정숙 씨 (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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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강한 사람, 공무원 허정숙 씨 (1)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요즘, 연초라 기업이나 기관에서 인사발령을 하는 곳이 많은데요. 큰 변화 없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가 바뀌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탈북민들 중에도 인사발령으로 변화가 있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맞습니다. 사실 일반 회사에 다니시거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경우에는 하는 일이 크게 변화되는 경우가 자주 없겠지만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보직의 변화가 종종 생기거든요. 제가 탈북민들의 초기 정착지원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주는 남북하나재단이라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할 때였는데요. 그때 보니까 순환보직이라고 인사발령으로 근무처나 업무가 정기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순환보직이란 조직의 구성원을 주기적으로 여러 부서에 바꾸어 배치하거나 여러 직무를 바꾸어 담당하게 하는 일, 혹은 그런 인사관리방식을 의미합니다.

 

김인선: 맞습니다. 덧붙이자면 순환보직을 하게 되는 경우 여러 가지 보직을 담당하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시야가 넓어지게 되죠. 다방면의 경험을 통해 관리능력이 향상될 수도 있고요.

 

마순희: . 장기간 같은 업무를 하면서 오는 침체감도 없앨 수 있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함으로써 전문가로서의 실무향상에 도움이 된다고도 합니다. 물론 보직이 바뀌면 초반에는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테니까 실무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리려는 친구 역시 인사발령으로 변화가 있는 공무원인데요. 2008년에 한국에 입국한 허정숙 씨입니다. 

 

김인선: 공무원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북한의 사무원이랑 비슷한데요. 미혼남녀들이 배우자의 직업으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할 만큼 남한에서도 인기가 좋아요. 2008년도라면 경기도에서 탈북민 공무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해로 당시 상당히 많은 탈북민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손꼽히는 공무원이 됐는데 혹시 허정숙 씨도 그 중 한 분인가요?

 

마순희: 맞기는 합니다. 하지만 입국 초기에 바로 공무원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숙 씨는 중국에서 10여 년을 살고 2008년에 한국에 입국했는데요. 정착 초기의 탈북민이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새로운 문화와 체제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고 살아가는 게 급선무입니다. 허정숙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또 중국에서 태어난 어린 딸에게 돈을 보내주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절박함으로 취직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성급한 마음에 무작정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첫 직장은 신용카드발급 회사였는데 정숙 씨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전화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중국에서 잠시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정숙 씨는 자신 있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투자금을 넣으면 빠른 시일 안에 목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선뜻 900달러(백만원)를 건넸고 카드발급을 위한 영업을 하러 다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정숙 씨의 억센 함경도 말투와 문화적 차이로 실적을 올릴 수 없었답니다. 낙담한 정숙 씨는 회사를 그만뒀고 회사 측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잠적해 버렸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사무실에 가봤더니 텅 비었더랍니다. 투자금으로 건넨 900달러를 날리게 된 거죠.

 

김인선: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이 돼서 선뜻 돈을 건네고 피해를 본 경우가 가끔 생기더라고요. 일단, 직원에게 투자금을 요구하는 회사는 의심을 해보셔야 해요. 정상적인 회사라면 그렇게 못하니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허정숙 씨 역시 중국에 있는 아이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절박함과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야 하는 미안함이 취업 사기를 당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일로 900달러를 날리게 됐지만 정숙 씨는 그 돈이 정착 수업비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취업 사기로 정숙 씨에게는 2008년이 힘겨웠던 시기였지만 한국에 어느 정도 정착한 탈북민들에겐 좋은 기회가 생긴 시기였습니다. 경기도에서 탈북민 공무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탈북민 공무원을 처음 채용한 이후 2019년까지 모두 61명의 탈북민들이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자료까지 제가 확인을 했습니다. 허정숙 씨도 그 중 한 사람인데요. 한국정착 4년차이던 2011년에 탈북민을 위한 심리상담사로 보건소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 10년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인선: 공무원은 남한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대학졸업자는 물론이고요. 대학 재학 중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졸업 학년인 4학년 때 시작하면 늦는다고 3학년 때부터 준비하는 거라고 해요.

 

마순희: . 경쟁이 심하긴 하죠. 최소한 몇 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탈북민들 역시 공무원은 누구나 선호하는 직업으로 희망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데요. 섣불리 도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세 이상, 성별이나 학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으니까요.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나 해당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우대사항이 되는데 기본적인 학력을 이수해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인선: 맞아요. 기본적으로 학력이나 경력이 밑받침 돼야 하죠.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쉽게 취업이 가능한 식당일도 경험자를 더 우대하잖아요? 정숙 씨는 정착초반에 경험한 취업 사기가 큰 경험이 됐을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돈은 갑자기 쉽게 벌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지로 체험하게 된 거죠. 그 이후 정숙 씨는 정상적인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생각과 무작정 일하기보다 무엇이든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무원 채용에 도전할 수 있었는데요. 가장 먼저 컴퓨터 학원에 들어가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니 학원의 소개로 한 회사에 경리직으로 취직을 하게 됐습니다. 

 

김인선: 경리 업무가 그 회사의 살림을 맡아서 운영한다고 볼 수 있죠. 자질구레한 영수증 발행부터 로임 관리, 각종 공과금 납부와 세금문제, 직원들의 휴가 관리 등 너무 다양하더라고요. 돈이 관련되어 있어서 실수도 하면 안 될 것 같던데 정숙 씨는 어땠을까요?

 

마순희: 두 번째 회사에서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도 직장생활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업무라 서툴렀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소통의 문제가 컸습니다. 보통 경리업무를 보는 직원들은 사장이 원하는 것은 눈빛만 봐도 뭔지를 알아서 해줘야 하는데 정숙 씨의 경우 사장이 뭘 요구하는지 알아챌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함께 일하는 선배 언니는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것을 보고 나라고 못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알아가고 배워갔습니다. 1년이 지나니 사장이 정숙 씨를 신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즈음 정숙 씨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김인선: 일도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회사 대표의신뢰감까지 얻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면 무슨 일인가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허정숙 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볼게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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