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긍정적으로 쌓아가자, 간병인 김혜정씨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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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긍정적으로 쌓아가자, 간병인 김혜정씨 (2)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 입구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김혜정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혜정 씨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분인데요. 정착한 지 1년이 지날 때쯤 지인의 권유로 간병인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데요. 올해로 13년차 된 간병인 김혜정 씨에겐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김혜정 씨는 정착 초반, 제과제빵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형 빵집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요. 대형 빵집에서는 2-30대 청년들을 주로 채용하다 보니 40대의 혜정 씨가 취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애쓰는 혜정 씨의 모습을 보고 지인이 간병인 일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혜정 씨는 어디서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혜정 씨는 선뜻 간병인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간병인 일을 하면서 혜정 씨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간병인과 간호조무사가 받는 대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문교육을 받고 국가자격증을 소유한 요양보호사에 대해서 보호자들도 환자들도 더 신뢰하게 되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자격요건을 갖춤에 따라 처우도 다르고 급여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혜정 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인선: 혜정 씨의 판단력이 정말 빠르고 정확했어요. 2010년 이후로 국가시험을 보고 합격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됐지만 2010년 이전엔 학원에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수료만 해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혜정 씨의 빠른 판단력으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것만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장애인을 돌 볼 수 있는 활동보조인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혜정 씨는 장애인까지 돌볼 수 있는 특별함을 갖춘 겁니다. 무엇보다 일반인 간병과 비교할 때 보수도 훨씬 좋기 때문에 수입도 많이 늘었습니다.

 

김인선: 요즘은 일반인 간병하는 분들의 수입도 많이 늘었다고 해요. 코로나비루스 검사를 하고 음성반응이 나와야 병원이나 가정에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비에 위험수당 비용까지 추가해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루 간병인비가 보통 90달러(10만원)였는데 최근엔 최대 270달러 가까이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순희: 제가 친구처럼 지내는 언니가 계시는데 그 언니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요즘엔 간병인을 쓰더라도 코로나 검사를 마친 분, 이미 병원에 계신 간병인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간병인들도 병원을 나와 집에만 며칠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번거롭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냥 병원에서 일을 계속한다는 겁니다. 혜정 씨의 경우, 코로나비루스가 없던 시절부터 병원에서 오랫동안 지냈다고 합니다. 당시 다른 간병인들은 한 환자가 끝나면 며칠씩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환자를 맡기도 했는데 혜정 씨는 늘 한 환자 돌보는 일이 끝나기 바쁘게 새 환자를 맡았다고 합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혜정 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그렇게 힘이 될 수가 없었고 그럴수록 더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해서 돌봤습니다. 그렇게 혜정 씨는 지금까지 13년 차 환자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 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인선: 누군가를 돌보려면 자신의 건강부터 잘 챙겨야 하는데요. 탈북 여성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병을 갖고 있더라고요. 혜정 씨의 몸 상태는 어떤지, 또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마순희: . 제가 혜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가 2009년경 이었는데요. 당시 제가 근무하던 탈북민 정착을 돕는 민간단체새조위라는 곳에서 탈북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 양성교육'을 했습니다. 그때 혜정 씨를 처음 봤는데요. 성격이 쾌활하고 건강해 보이는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지인들을 통해서 혜정 씨가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해 보았더니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고 지금은 완쾌되어 다시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쉬지 그랬냐고 했더니 혜정 씨는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쉬려니 그게 더 고역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혜정 씨가 더 대단해 보였는데요. 그게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혜정 씨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하는데요. 살이 찌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해서 체중 관리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김인선: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는 말이 있죠? 그 말 속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지가 담겨있는데요. 살아가면서 좋은 경험만 하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때론 모진 경험을 하게 되고, 굳이 안 해도 좋은 경험들을 마주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 경험들이 우리를 더 강인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혜정 씨처럼 말이죠.

 

마순희: 맞습니다. 원래도 환자들을 살뜰히 살피던 혜정 씨인데 본인이 아파보면서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헤아리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혜정 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 아픈 것이 더 오래 간다고 말이죠. 혜정 씨는 유방암으로 2번의 수술을 했을 때보다 처음 간병인 일을 하던 때가 더 힘들고 아팠다고 합니다. 말투가 이상하다고 조선족이라고 단정하고 말하는 것도, 그런 상황에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도 혜정 씨의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간병인 일을 하는 2년 가까이 사람들은 혜정 씨가 탈북민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데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혜정 씨가 탈북민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어느 날 혜정 씨가 돌보던 어르신의 가족들이 갑자기 병원에 와서 앞으로는 자기들이 돌볼 테니 혜정 씨더러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혜정 씨는 그날 일당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는 혜정 씨에게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혜정 씨는 그동안 응당 받아야 할 일당을 받지 못한 간병인들을 여럿 보았던지라 그냥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혜정 씨가 돌보던 어르신의 가족은 혜정 씨에게 불법체류자라며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혜정 씨를 불법체류 중국 조선족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실랑이가 벌어졌고 혜정 씨의 담당형사가 병원에 오게 됐습니다. 그때서야 혜정 씨가 탈북민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겁니다.

 

김인선: 서로의 입장 차이로 오해를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격해진 것 같은데요. 아니 그런데 혜정 씨가 탈북민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요. 이게 무슨 얘기죠?

 

마순희: . 그 일이 있은 후로 간호사와 간병인, 그리고 환자들이 더 친절하게 대해주었다고 합니다. 혜정 씨 같은 간병인을 소개해 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을 정도로 혜정 씨의 성실한 근무태도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혜정 씨의 진심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혜정 씨의 옆에는 인생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동반자가 있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처음 정착할 때 만났던 남한 남성으로 혜정 씨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가 생긴 후 혜정 씨는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대신 요양보호사로 집을 방문해 환자를 돌보는 방문요양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일하기를 바라는 남편의 조언도 있고, 혜정 씨 스스로 가정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혜정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면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는데요. 언제나 변함없이 꿋꿋이 한길을 가는 혜정 씨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김인선: 힘든 일을 경험할 때 나에게만 모진 일들이 생긴다고 원망을 하게 되는데요. 혜정 씨는 힘들었던 경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혜정 씨처럼 어떤 경험이라도 긍정적으로 쌓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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