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로망’ 이룬 탈북민 이야기(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11.21
[마순희의 성공시대] ‘로망’ 이룬 탈북민 이야기(1)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상진 씨.
/ 김상진 씨 제공

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적어도 자격증 1개쯤은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습니다.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서 뿐 아니라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60대 이후의 장년층도 퇴직 후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는 추세입니다. 탈북민들 중에도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 정말 많으시잖아요?

 

마순희: , 맞습니다.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 생활하는 곳이 초기정착교육을 해주는 하나원인데요. 그곳에서 다양한 직업체험 교육을 받으면서 관련 자격증 취득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필기시험 준비 정도를 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사회에 나와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직장 생활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는데요. 탈북민들의 정착생활을 지원해주는 남북하나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무상으로 교육을 받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용접이나 자동차정비, 지게차, 목공, 자동차도장, 전기 등 탈북 남성들이 선호하는 분야부터 간호조무, 요양보호, 사회복지, 회계기초, 여행안내, 피부미용 등 탈북 여성들이 선호하는 분야까지 다양한 곳에서 교육비 지원이 되기 때문에 탈북민 지원제도를 잘 알고 이용하면 됩니다. 탈북 남성들의 경우 중장비학원이나 전기학원 등에서 취업 훈련을 받는 분들이 많고 또 해당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분도 그 중 한 분이십니다. 2014년에 한국에 입국한 김상진 씨 인데요. 상진 씨는 뒤늦게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지금은 관련된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김인선: 지게차 운전기능사는 건설 분야 자격증 중에서 꾸준히 1순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 좋은 자격증인데요. 취득하려면 필기시험, 실기시험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데 김상진 씨의 경우 뒤늦게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하셨잖아요. 그 전엔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마순희: . 김상진 씨는 2014 10월 하나원을 나온 직후 곧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자동차 콘솔박스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자동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나 조수석 앞에 설치된 상자 모양의 수납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직원이 모두 여성분이었고 상진 씨만 남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지역적인 특성상 대화의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상진 씨가 한국 생활을 시작한 곳이 경상도 울산 지역인데 경상도 여인들의 사투리 잔소리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김인선: 경상도 말투가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거든요.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것도 싸우는 소리로 들린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요. 지역의 특성을 잘 모르는 분에겐 쉽지 않은 환경이죠.

 

마순희: . 맞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어디에서 살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데요. 이 문제는 모든 탈북민들에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대부분 서울, 경기도를 선호하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선택할 땐 먼저 온 가족이 있거나 지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김상진 씨는 큰 고민없이 경상도 지역을 선택했는데요. 남자가 일할 만한 자리가 제일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울산’ 이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진 씨는 실제로 울산 지역에서 곧바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자동차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회사라 당연히 남자가 많은 줄 알고 시작했는데 전부 여성이어서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이었습니다. 특히 경상도 여인들의 말투가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일을 빨리 하지 않는다, 담배냄새가 난다, 심지어 북한말을 쓴다고 구박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상진 씨는 3개월 만에 첫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하루에 얼마씩 일정한 품삯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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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 씨는 건설현장 중에서도 소방 설비를 설치하는 현장에서 3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처음엔 조수 역할을 하는 조공으로 일을 했는데, 모든 설비와 공구들이 외래어로 되어 있어서 이름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구나 부품 이름들을 수첩이나 손전화에 메모해 가지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익혔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용접 기술을 익혀 나갔습니다. 그 결과 1년 후에는 조공에서 기공으로 발전했고, 급여도 많이 올랐습니다. 당시 한국 돈으로 한 달에 400만원, 3천달러의 수입이 생겼습니다.

 

김인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하게 되지만 의외로 그 시기에 만난 분들 중에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직에 도움을 준다거나 정착에 도움을 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혹시 상진 씨에게도 그런 특별한 인연이 있었을까요?

 

마순희: . 있습니다. 상진 씨에게 가장 특별한 인연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와 만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던 시기에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같은 북한 출신이다 보니 마음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서로 믿고 의지해 가면서 알콩달콩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상진 씨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수준의 급여를 받고는 있었지만 아내와 장차 태어날 자녀를 위해서는 보다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증 취득 장려금을 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에 다니면서도 취업 훈련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상진 씨는 바로 그 제도를 이용했습니다. 배정받은 거주지로 편입된 탈북민의 적응을 돕는 하나센터가 각 지역마다 있잖아요? 상진 씨는 지역 하나센터를 통해 교육비 지원을 받고 중장비 학원에서 지게차와 포크레인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울산경찰청에 근무하시는 담당 형사님의 소개로 영업용 지게차 회사에 취직도 했습니다.

 

김인선: 세대주라는 책임감이 커진 상진 씨는 앞뒤 안 재고 일단은 지게차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은데요. 자격증 취득하자마자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면 처음부터 잘해 내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차근차근 적응을 잘했을까요?

 

마순희: 담당형사님의 소개로 비교적 쉽게 지게차 회사에 취직은 했지만 처음 해 보는 지게차 운전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회사 동료들은 거의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보니 상진 씨가 아무리 열심히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잘못한다고 핀잔을 들었고, 때 되면 월급을 받는데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눈치가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상진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출근 시간이 8시였는데 상진 씨는 늘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쓰레기통을 비우고 사무실 청소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일과를 시작하다 보니 회사 사장님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그의 성실성을 인정하였고 현장 업무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해고당하는 일은 면했다고 말합니다.

 

김인선: 한국에 와서 잘 적응한 탈북민들을 보면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하루 빨리 업무능력이 향상되어야 상진 씨의 직장생활이 순탄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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