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이태원 클라쓰, 거액 투자자가 빠지면

이태원 클라쓰의 한 장면
이태원 클라쓰의 한 장면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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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 제작사 쇼박스와 콘텐츠지음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현실이라는 틀에 맞추지 않고 소신껏 사는 박새로이의 도전기입니다.

지난 시간까지 박새로이가 한국 서울에 위치한 이태원동에 ‘단밤 포차’라는 음식점을 차렸고 포차의 분점을 내기 위해 50억 원 (약 382만 달러) 유치해 내는 내용까지 살펴봤는데요. 이로써 단밤 포차의 매니저인 조이서, 요리사 마현이, 종업원 최승권과 김토니까지 모두에게 창창한 앞날만 남았을 것 같았죠. 그런데 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투자자가 갑자기 빠지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투자자뿐 아니라 단밤 포차에 돈을 투자했던 다른 사람들도 투자를 철회하는 겁니다.

[ 최승권 / 단밤 직원 ] 왜요 ? 다들 투자를 뺍니까 ?

[ 이호진 / 자금 운용 전문가 ] 당연한 결과야 . 리드 투자자가 빠지니까 팔로우하던 다른 투자자들도 빠진 거지 .

[ 최승권 / 단밤 직원 ] , , 뭔소리에요 ?

[ 이호진 / 자금 운용 전문가 ] 쉽게 말해서 중명홀딩스가 50 원을 투자한다고 기사가 났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도 중명홀딩스를 믿고 투자하려고 했던 거야 . 그런데 중명홀딩스가 투자 철회 기사를 내니까 ( 다른 투자자들도 ) 뒤따라서 철회 .

[ 김토니 / 단밤 알바 ] 투자자는 갑자기 빠진 거예요 ?

[ 이호진 / 자금 운용 전문가 ] 글쎄 . 이건 너무 악의적이야 .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 기자 ] 이번에도 역시 장가 포차의 사장 장대희가 단밤 포차를 견제하기 위해 수를 썼던 겁니다.

[ 장대희 ] 안으로 모시게 . 대표 오셨어 ?

[ 도중명 ] 안녕하세요 , 회장님 . 오랜만에 뵙습니다 .

[ 기자 ] 게다가 장대희는 박새로이의 첫사랑이자 장가 포차의 직원인 오수아에게 '안분지족'이라 적힌 화분을 보내는데요. 안분지족은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이죠. 이 투자금 문제가 드라마에서 단밤 포차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한 수였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단밤 포차는 왜 투자금 유치에 열중했던 건가요?

[ 김헌식 ] 주인공 박새로이의 꿈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음식점이 성공하면 전국에 분점을 내는데 이를 영어로 프랜차이즈점이라고 하는데요. 프랜차이즈점은 각 지역의 원하는 사람들한테 똑같은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을 알려주고 식당의 모습도 비슷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대량으로 식재료와 양념을 만들어 주면 전국 가맹점에 공급해서 본점 음식을 그대로 만들어 팔 수 있죠. 내가 만든 음식을 전국에 있는 국민들한테 맛볼 수 있게 하면 보람도 느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박새로이도 전국에서 자신의 음식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가맹점을 내려고 투자를 받기 원했습니다. 프랜차이즈점을 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스스로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을 투자받으려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 기자 ] 앞서 살펴봤던 드라마 장면에서 박새로이의 친구이자 자금운용가인 이호진이 "리드 투자자가 빠지면 팔로우하던 투자자들도 빠진다"고 했는데요. 이 때문에 단밤 포차는 속히 말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악의적으로 접근한 거지만, 실제로도 리드 투자자의 역할이 스타트업에 꽤 중요한 건가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여기서 '리드'는 이끌어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나서서 투자를 주도하는 이들을 리드 투자자라고 칭합니다. 리드 투자자가 투자를 한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섰는데,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드 투자자가 중간에 사라지니까 다른 투자자들도 사무실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데요. 이로 인해 단밤포차에 있는 구성원들이 (프랜차이즈화 소식에) 기뻐했는데 순식간에 중명 홀딩스의 리드 투자가 철회되면서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드라마에서 펼쳐졌습니다. 또 거꾸로 가맹점 사기도 있는데요. 가맹점을 내주겠다 해놓고 가입비 등을 받고서 잠적해버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데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주의해서 계약을 해야 됩니다.

[ 기자 ] 네, 이 드라마가 가게를 차리거나 창업을 하게 되면 마주할 수 있는 우여곡절들을 보여주면서 좋은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김헌식 ] 예전에도 음식점이나 카페, 술집을 창업·운영하는 주인공들의 삶이 그려진 드라마,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상세하게 창업 과정이 나와서 현실감이 컸는데요. 그 이유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15개 식당을 운영하는 허시정, 강태중 등 운영자의 경험담에 바탕을 두고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작가가 해당 업계에서 아르바이트 즉, 임시직으로 일을 했었다고 해요. 예를 들면 "손님이 떨어뜨린 것이 젓가락인지, 숟가락인지 소리만 들어도 얼른 갖다 다시 넣어야 된다"는 등의 대사들은 실제로 경험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내용이 직접 겪은 생생한 사례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실제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OST)

[ 기자 ] 박새로이는 단밤 포차의 프랜차이즈화 외에도 준비하고 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장가포차의 주식을 사들이는 일이었는데요.

[ 장가 비서 ] 회장님 , 전에 말씀하신 주주명부 파악 중에 발견했습니다 . 보셔야할 같습니다 .

[ 기자 ] 주주명부 중 박새로이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 장대희 ] 뭐야 이게 그럼 얼마야 ?

[ 장가 비서 ] 19 억입니다 . 8 장가 주가 폭락 넣은 투자금 상승과 오늘 아침에 넣은 6 억가량의 재투자로… .

[ 기자 ] 8년 전 장대희 아들 장근원의 갑질 논란으로 장가의 주가가 폭락한 때를 노려 박새로이가 주식을 사들인 겁니다.

[ 장대희 ] 아하하 .

[ 기자 ] 교수님, 우선 장근원의 갑질 논란에서 '갑질'은 어떤 건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갑질'은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그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강제적인 영향력을 뜻합니다. 사회·경제적인 힘 때문에 상대방이 꼼짝 못 하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장근원이 힘이 없는 사람들이란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건데요. 이럴 떄 발생하는 '오너 리스크'가 있습니다.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 갑질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회사 평판이 나빠지기 때문에 이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쳐서 주식 가격을 낮추게 되죠. 박새로이는 주가가 폭락한 때를 노려서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회사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장근원의 갑질 폭행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주가 폭락이 있었고, 그런 점들이 오히려 박새로이한테는 호재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 기자 ] 단밤 포차를 성장시켜 장가 포차를 이기겠다는 것 외에도 장가 포차의 주식을 사들여 서서히 무너뜨리겠다는 작전을 세운 건데, 정확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 김헌식 ] 한국에는 주식회사 기업의 형태가 많습니다. 주식이라는 것을 발행해서 이를 일정한 가격에 판매하죠. 그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1대 주주, 2대 주주로 분류합니다. 주식을 두 번째로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2대 주주라고 칭하는데요. 주식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대표 의사결정기구인 주식총회에서 의사결정 발언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박새로이는 주식을 확보해서 부당한 의사결정을 하는 장씨 일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것이죠. 무너뜨린다는 표현을 했지만, 사실은 박새로이 입장에서 봤을 때는 기업을 올바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 주식을 확보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거고요. 또 상대 기업만 장악하려고 한 건 아니고 자신의 기업도 잘 키워서 두 가지 방식으로 꿈을 실현하려고 했던 점을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를 보다 보면 박새로이가 왜이렇게 복수에 열심일까 궁금해지는데요. 박새로이와 손을 잡고 장대희를 회장직에서 해임하려는 장가의 전무이사 강민정은 어느 날 박새로이에게 그 이유를 묻습니다.

[ 강민정 / 장가 전무이사 ] 영감 , 장근원 둘한테 복수하는 목표랬지 ? 같이 일을 도모하려면 뜻이 맞아야 텐데 . 네가 원하는 복수가 다야 ?

[ 박새로이 ] 복수 , . 제가 원하는 자유입니다 . 누구도 저와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삶의 주체가 저인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 강민정 / 장가 전무이사 ] 이상주의자에 두루뭉술 말장난 . 마음에 드네 . 잘난 자유 같이 보자 .

[ 박새로이 ] ( 미소 지으며 ) .

[ 기자 ] 이태원 클라쓰는 시청자들에게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네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창업해서 장사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돈을 벌고 성공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돈을 왜 벌고, 성공은 왜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기업의 정의가 무엇인지',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도 정도가 있고 상도가 있다. 그래서 기업의 바람직한 경영관 가치관이 필요하다. 무조건 탐욕만 부리고 수단과 방법을 구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인과응보 차원에서 바로잡혀야 한다'라는 점들을 살펴볼 수 있겠고요. 결국 박새로이는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은 스스로 자유롭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펼칠 수 있는 독립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고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다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 기자 ] 네, 그럼 이태원 클라쓰의 본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에는 드라마의 영향력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회사의 투자와 주식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태원 클라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