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 방송 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드라마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드라마는 한국의 감옥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의사, 판검사, 제빵사 심지어 조폭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있었어도 감옥 수감자가 주인공이라니 굉장히 신선했는데요. 또 <오징어게임>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시청했던 분이라면 익숙할 박해수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입니다. 박해수 배우는 넥센 히어로즈의 촉망한 왼손 투수 ‘김제혁’ 역할을 맡았는데요. 그럼 우선 어떤 드라마인지 예고편부터 듣고 오겠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특급 좌완 마무리 , 세이브왕 , 방어율왕 . 보스턴 레드삭스 입단 예정이었는데 여기서 뵙네요 ? 김제혁 선수가 법정 구속을 선고받았습니다 . 김제혁 선수 오늘 잠 못 자겠다 . 걱정하지 마 ,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야 . 잘 버티려나 모르겠다 . 아주 호구 잡히기 딱 좋은 성격이야 . 나 여기 얼마나 더 있어야 돼요 ?
[ 기자 ] 마지막에 "나 여기 얼마나 더 있어야 돼요?"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김제혁 선수인데요. 예고편에서 등장한 것처럼 야구선수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김제혁 선수가 하루아침에 감옥에 수감되게 된 내용입니다. 김헌식 교수님, 드라마 줄거리가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슈퍼스타 야구 선수 김제혁 선수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서 교도소 안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김제혁 선수가 여동생 김제희를 구하는 장면이 1회에서 펼쳐졌습니다. 김제혁은 김제희의 집을 찾은 후 동생 김제희의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바로 김제희를 성폭행을 하려던 범인이 있었던 것이죠. 김제혁이 그 범인을 쫓아갔는데 범인이 칼을 들고 김제혁을 위협하자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몸싸움 끝에 김제혁은 마침 트로피로 받은 물체로 범인의 머리를 가격하게 되는데요. 범인이었지만 김제혁의 폭행으로 범인이 심지어 뇌사 상태 즉, 의식이 없는 상태에 빠져버리거든요. 1심에서 정당방위로 집행유예를 받으리라 예상했지만, "폭행이 과해서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는 검찰의 판결로 징역 1년 형을 구형받게 됩니다. 그래서 국민 영웅에서 하루아침의 교도소에 가야 하는 김제혁 선수가 과연 이 교도소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인지와 교도소 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이 바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 되겠습니다.
[ 기자 ] 김제혁 선수는 징역 1년의 법정구속이 선고되자 일단 구치소로 이동하는데, 한국의 감옥인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로 먼저 이송되는 이유가 뭔가요?
[ 김헌식 ] 북한에서 구치소는 구류장, 교도소는 정치범 수용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한국에서는 구치소는 재판을 위해서 잠시 대기시키는 곳입니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람들을 미결수라고 부르고 판결이 내려질 경우 기결수가 돼서 교도소에서 남은 형을 살게 되는데요. 다만 경우에 따라서 형이 확정되더라도 1~2년 미만의 단기형은 구치소에서 형을 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김제혁 선수 같은 경우에는 1년 형을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반 교도소가 아니고 일단 구치소로 보내진 상황이 됐습니다.
[ 기자 ] 김제혁 선수는 서부구치소로 먼저 이송되는데요. 함께 이송되던 다른 한 수감자가 구치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 김영철 / 서부구치소 7 하 5 방 법자 ] 이상하다 . 형은 왜 서부구치소에요 ? 잘나가는 범털들은 대부분 서울구치소나 남부인데 . 그러니까 남부구치소가 구치소계의 신라호텔이라면 서부는 야외 취침 수준이랄까 . 저야 뭐 슈퍼스타랑 감방 동기돼서 좋긴 한데 , 형은 정말 짜증 나겠다 .
[ 기자 ] 구치소에 도착한 둘은 수감되기 전 몸수색을 받는 검신실에서 다시 마주하는데요.
[ 김영철 / 서부구치소 7 하 5 방 법자 ] 초록색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해서 교정본부 물건들은 이렇게 초록색이 많아요 . 형이 지금 입고 계신 옷이랑 휴대폰 , 지갑 , 시계 등등은 구치소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형 출소하실 때 그대로 돌려드릴 거예요 . 그런데 형 얼마 있어요 , 지갑에 ?
[ 김제혁 / 프로야구선수 ] 50 만 원 .
[ 김영철 / 서부구치소 7 하 5 방 법자 ] 와 . 그 돈들은 모두 영치금으로 바뀌어요 . 영치금은 개인당 최대 300 만 원까지 보유할 수 있고 , 가족이나 친구들이 영치금을 보내려면 구치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으로도 가능합니다 . 다시 만날 거니까 작별 인사는 안 할게요 . 우리 같은 방이거든요 . 형 7 하 5, 저도 7 하 5. 7 사동 아래층 5 호방 . 이따 뵙겠습니다 , 슈퍼스타님 .
[ 조지호 / 서부구치소 교위 ] 저 친구는 뭐 하는 친구야 ?
[ 유한양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해롱이 ] 설명충 . 딱 보면 몰라 ? 쟤 설명충이잖아 .
[ 기자 ] 일명 '법자' 즉, 어렸을 때부터 교도소를 오가서 법무부의 자식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김영철이 김제혁 선수에게 한국 구치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이 내용이 현실과 동일한가요?
[ 김헌식 ] 실제 서부구치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작진은 법무부 교정본부에 자문을 구해서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는데요. 특히 교도소 물품들은 초록색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초록색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기 때문이고요. 또 옷은 구치소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출소할 때 그대로 돌려주는 것 맞고요. 영치금은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이 교도소에 관계 부서에 임시로 맡겨두는 돈입니다. 교도소를 통해 음식이나 물품을 구입하는 데 쓰고 개인당 최대 300만 원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영치금을 보내려면 구치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요즘에는 인터넷뱅킹 즉, 인터넷 은행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리고 교정시설에서 여러 가지 음식물, 의류, 침구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도 교정본부의 허가하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그런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법자에게 마약사범으로 들어온 유한양은 '설명충'이라고 하는데요. '설명충'이 어떤 뜻이죠?
[ 김헌식 ] '~충' 하면 벌레 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밥벌레'라고 했을 때 벌레에 해당하는 것이 충이죠. 그래서 '식충이'라고도 했는데요. 설명충은 느낌상 좋지 않은 의미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설명충'은 설명하다의 설명에다가 접미사 충이 붙어서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설명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쓸데없이 굳이 설명을 안 해줘도 되는 것을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해 주는 사람을 "설명충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설명충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혹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헤아려서 설명을 짧게 하거나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에는 각 일화마다 그 내용을 관통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와 또 다른 재미를 주는데요. 바로 재소자 교화방송 '보라미 방송'입니다.
[ 이민주 / 보라미 방송 앵커 ] 5 만 수용자들과 함께하는 교정본부 보라미 방송 , 이민주입니다 . 수용자 여러분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 이제 가만히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죠 ?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단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 .
[ 기자 ] 이 같은 재소자 교화용 라디오 방송이 실제로도 있나요?
[ 김헌식 ] 실제로도 있습니다. 매일 5만 5천여 명의 교도소 수용자들이 청취하는 교화 라디오입니다. 교화방송센터가 법무부에 있는데, 이를 '보라미 방송'이라고 지칭합니다. 과천 법무부에 위치한 교정본부 교화방송센터 스튜디오에 있는데 주로 매일 수용자들을 위한 사연을 소개하고 좋은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는 방송이고요. 음악과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아나운서는 2명이고 매일 다양한 코너를 통해서 수용자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교도소 내 텔레비전 방송은 현재 하루 1시간씩 생방송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의사에 따라 전원을 끌 수도 있지만 라디오는 누구나 들어야 합니다) 이 라디오 방송의 목적은 재소자들에게 사회에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려는 것이고 또 사연을 보낸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재소자 교화용 방송은 누구나 참여를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데, 사회로 돌아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북한의 수용소랑 한국 교도소의 가장 큰 차이점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김헌식 ] 앞서 라디오 방송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교도소 안에서 컬러텔레비전을 볼 수도 있고 신문도 볼 수도 있고 수세식 양변기로 다 바뀌어서 살림방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보면 밥도 방 안에서 먹을 수 있고요. 또 여러 가지 (사비로 구매한)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고,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신문 잡지와 책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끼마다 쌀밥, 국, 반찬 세 가지는 반드시 나오고 돼지고기와 생선도 자주 나오는데요. 오히려 북에서는 몇 달 안에 영양실조로 뼈만 남을까 봐 걱정하는데, 남한에서는 교도소에서 비만이 올까 봐 오히려 김치나 무 반찬처럼 채소들을 많이 섞으려고 하는데, 그만큼 반찬이 잘 나온다는 뜻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옥 안에서 자격증을 따게 합니다. 자동차 검사, 정비, 선반 가공, 컴퓨터 관리 등을 1~2년짜리 자격증 수강 과정을 제공하고 특히 과자와 빵을 만드는 제빵 반이 가장 인기 있다고 합니다. 요즘 아무래도 빵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열풍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제빵사 자격증 수강반이 가장 인기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자격증을 갖고 사회에 나와서 적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고요. 그리고 감옥에는 목욕탕도 있고, 세탁실도 있고, 이발소도 있고, 좁은 독방과 같은 감옥보다는 여러 사람이 5~6명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대부분 바뀌었습니다.
[ 기자 ] 과거에는 한국 교도소 수감자들의 처우가 지금과 달랐는데요. 한국에서 언제부터 수감자들을 위한 인권 보호 움직임이 시작됐나요?
[ 김헌식 ] 일단 1987년 6.10민주항쟁 이후에 각 사회 부문에서 민주화가 요구됐고요. 마찬가지로 교정시설과 교도소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인권 문제가 많이 지적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예로는 2019년에 교정시설의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시설이 굉장히 좋아졌고요. 신설되는 교도소를 중심으로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방안도 더 많이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40여 대의 선풍기를 설치해서 여름철 재소자 건강 관리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는 홍성교도소가 눈길을 끌었고요. 또 모범 수용자들에게는 가족, 친지의 애경사 또는 출소 후에 생업 기반 마련을 위해서 군 장병처럼 일정 기간 귀가를 허용하는 귀휴 제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석 등에는 모범 수용자와 가족 간의 대대적인 합동 접견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고요. 요즘에는 심리적 건강 상담을 한다거나 단전호흡과 같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조치들도 시행하고 있는 등 점점 인권이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한국의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의 사회적 재기를 위해 많은 걸 배려하고 또 준비하고 있네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격리가 목적이 아니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사회에서 적응하고 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한국의 교도소의 목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의 줄거리와 한국 교도소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한국 교도소의 문화와 체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