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징어 게임, 456만원의 복선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3.12.26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징어 게임, 456만원의 복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던 넷플릭스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된 지 28일 만에 누적 시청률 16.5억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의 기록을 경신했는데요.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18만 8천 년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또 94개국서 53일간 1위를 차지하며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인기가 대단했던 오징어 게임의 예고편 함께 듣고 올까요?

 

지금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감당할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계신 분들입니다. , 저… 상금이 대충 얼마나 되나요? 게임에 참가를 원하지 않는 분은 지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5 안에 술래의 눈을 피해 결승선에 들어오는 분들은 통과입니다. 옛날에 어릴 하던 말이에요? 참가자는 게임을 임의로 중단할 없다. 게임을 거부하는 참가자는 탈락으로 처리된다. 들려? 이러면 되는 거잖아!

 

[기자] 함께 예고편 듣고 왔는데요.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가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 생존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6개의 어린이 놀이를 통과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름에 빠진 주인공 성기훈이 지하철에서 정장을 입은 한 수상한 남자를 만나서 10만 원을 걸고 하는 딱지치기 놀이를 하는데요. 이를 통해 456명이 모였고, 목숨을 걸고 진행하는 게임이 시작됩니다. 기훈은 큰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어린이 놀이에 수락하게 되면서 456명의 게임 참가자와 섬에서 만나게 됩니다. 참가자들은 녹색 운동복을 입고, 검은 마스크와 검은색 복장을 착용한 관리자(프론트맨)에 의해서 게임이 이루어집니다. 참가자들은 분홍색 복장을 한 요원들의 감시 속에 항시 놓이게 되고요. ‘참가자들은 게임에서 지면 사망한다는 것’과 ‘한 명의 목숨값이 1억 원’ 즉, 사람이 죽을 때마다 상금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훈이 어린 시절 친구 조상우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동맹을 맺고 게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입니다.

 

[기자] 드라마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가 궁금한데요. 아마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이 드라마를 접하기 전까지 오징어 게임이 어떤 건지 몰랐던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직접 가장 처음 시작 부분에서 오징어 게임이 무엇인지 설명해 줍니다.

 

[성기훈] 우리 동네에선 놀이를 ‘오징어’라고 불렀다. 마치 오징어를 닮은 그림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공격과 수비 편으로 나뉜다. 게임이 시작되면 안의 수비자는 발로, 밖의 공격자는 깽깽이 발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공격자가 기회를 노려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지르면 발로 자유롭게 다닐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유는 없지만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승리하기 위해선 공격자는 오징어 머리 위의 작은 안을 발로 찍어야 한다. 이때 수비자에 밀려 선을 밟거나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 그래, 죽는다. ‘만세’, 결승선을 밟으면 ‘만세’라고 외친다. 순간 나는 세상을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다.

 

[기자] 드라마 제목이 ‘오징어 게임’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헌식] 제목이 오징어 게임인 이유는 오징어 게임이 가장 마지막 단계에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승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게임인데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이 그려진 그림 위에서 공격자와 수비자가 대치하는 놀이인데요. 한국에서 경제성장 궤도가 크게 오르던 70~80년대에 골목길을 주름잡았던 추억의 놀이입니다.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은 직접 오징어 게임을 제목으로 착안한 이유에 대해 제작 발표회에서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에 가장 격렬하고 육체적인 놀이이기도 했고 또 가장 좋아하던 놀이이기도 했는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경쟁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것 같아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외에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어린 시절에 직접 했던 놀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아이들의 놀이는 기본적으로 간단하고, 단순하고, 유치하면서도 어느 나라의 누구라도 10초만 들어도 이해할 수 있다”라며 또 “한국 특유의 놀이긴 하지만 세계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감성이 있어서 설정했다”고 황 감독은 언급했습니다.

 

[기자] 그러면 다시 드라마 내용으로 돌아와 볼까 하는데요. 앞서 설명하신 것처럼 성기훈은 경마라는 노름에 빠진 인물입니다. 여기서 경마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김헌식] 여러 마리의 말들을 동시에 출발시키고요. 특정 거리를 달린 뒤에 결승선을 통과하도록 경주를 시키고 먼저 들어온 순서로 순위를 겨루는 스포츠가 바로 경마인데요. 내가 마음에 드는 말에 최저 100원부터 돈을 걸 수 있습니다. 경마에 참여하려면 마권을 사야 하는데요. 경마장 내부나 장외 발매소에서 전자카드 앱을 설치하고 돈을 입금하면 온라인을 통해서 100원 단위로 마권을 살 수 있고, 경주 한 번 할 때마다 걸 수 있는 금액은 10만 원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승식 방식이 있는데요. 경마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승과 연승이라고 하는 승식 방식이 있습니다. 단승은 우승마 한 마리를, 연승은 1위에서 3위 안에 들어올 1마리를 맞히는 방식입니다. 한 마리만 맞히면 되기 때문에 다른 승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고 직관적이라고 볼 수 있고 적중할 확률도 높아서 맞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게 익숙해지면 복승, 복연승과 같은 복잡한 승식에 도전하게 됩니다.

 

[기자] 그런데 남한에서 일정 금액 이상 돈을 걸고 하는 도박은 원래 불법인데, 이 같은 경마는 가능한 건가요?

 

[김헌식] 경마는 ‘마사회’라고 하는 국가기관이 주관합니다. 경마를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베팅금액을 정해놓고 있고요. 또 현장에 가서만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나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경마에 돈을 걸게 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그 이유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성기훈은 딸의 생일 선물을 살 돈을 만들기 위해서 경마를 하는데요. 계속 적중에 실패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복승식 마권이 적중돼서 400여만 원을 받게 된 겁니다. 경마 적중 금액에 대한 제세(총 22%의 기타 소득세)도 구현했는데요. 경주에서 기훈은 6번마 천둥이와 8번마 광속질주에 베팅하게 되고, 1위와 2위 경주마를 순서 상관없이 맞추는 복승식을 맞히게 돼서 456만 원의 큰돈을 벌게 됩니다. 다만 마사회는 “드라마 속 기훈처럼 운으로 적중할 수도 있지만 경마는 추리의 영역이다. 현재까지의 지표를 바탕으로 미래의 성과를 추측하는 주식처럼 경마 역시 제공된 과거의 데이터들을 종합해서 우승마를 찾는다”고 했는데요. 그냥 찍는 게 아니고 굉장히 치밀하게 자료를 분석해야 우승마를 맞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또 마사회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마사회 지점의) 지저분하거나 복잡하고 수준이 낮은 듯한 모습은 사실과 다르다. 굉장히 깔끔하고 정리가 잘 돼 있다”며 “(현실과 다른) 점이 좀 아쉽다”고 얘기했습니다. 마사회는 “경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체 장외발매소를 지정 좌석·좌석 정원제로 전환하고 있고, 장외발매소당 평균 60명의 경비·미화 직원을 배치해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설명한 바 있습니다.

 

[기자] 성기훈이 경마에 돈을 걸고 돈을 따는 장면에서 456만 원을 받는데 재미있게도 오징어 게임의 상금도 456억이었죠. 이게 복선일 수도 있었겠네요.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기자] 성기훈은 목숨을 걸고 456억을 쟁취하기 위한 게임에 참가하는데 여기서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되죠. 바로 그가 어릴 적 쌍문동에서 같이 놀았던 동생 조상우였습니다.  상우는 한국 최고의 명문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뒤 연락이 끊겼었는데요. 돈이 필요해 게임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성기훈은 그런 상우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데요.

 

[성기훈] 때문에 그래? 쌍문동의 자랑, 쌍문동이 낳고 기른 천재,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 조성우가 뭐가 걱정이야? 다시 다시 벌면 되지. 엄마한테 가서 말씀드리고 새로 시작해.

[조상우] 다시 벌어? 60억을?

[성기훈] 60? 6억이라며? 아니, 증권회사 다닌다더니 주식을 거야?

[조상우] 주식은 그렇게 크지 않고 선물을 했어.

[성기훈] 선물? 선물로 돈을 ? ,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거야? 여자 생겼냐?

[조상우] 그런 선물이 아니고. 그런 있어.

 

[기자] 성기훈이 선물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주는 물건이라고 알아듣는데, 여기서 상우가 뜻한 선물은 다른 선물이죠. 상우가 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죠.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주식은 주식회사 개념에서 나온 건데요. 회사의 주인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회사를 주식회사라고 하죠. 그 회사를 만들 때 운영하는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이 바로 투자한 사람들의 돈이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증명서로 주는 것이 바로 주식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선물이라는 것도 등장하는데요. 상우가 선물로 60억의 빚을 진 상황입니다. 그 선물은 우리가 흔히 상대방한테 좋은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니고 거래의 형태입니다.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량의 특정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 즉, 선물 가격으로 매매하는 거래를 ‘선물 거래’라고 하는데요.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셈입니다. 원래는 좋은 뜻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미래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를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 위험의 회피가 가능하지만, 오히려 너무 큰 액수를 투자하게 되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고위험 상품이 됩니다. 미래 가격을 잘 예측해서 수익을 볼 수도 있지만, 거래 당사자가 만기 때 약속한 금액으로 거래해야 하므로 손실이 엄청나게 크게 날 수도 있죠. 가난한 집 출신인 상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60억의 빚을 졌기 때문에 이를 갚기는 사실상 어려워서 생존 게임에 나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그런데 드라마를 본 분 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날, 한 시에 납치해서 커다란 세트장 안에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어떻게 적발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드라마 설정상 게임이 진행되는 곳은 한반도의 서남해에 있는 한 섬입니다. 서남해에는 크고 작은 섬이 많아서 이 같은 설정이 생긴 것 같은데요. 실제로도 가능할까요?

 

[김헌식] 우리나라의 섬은 3,348개로 세계 4위의 규모입니다. 매주 한 곳씩만 가도 64년이 걸리는 양이 되겠습니다. 이는 해양수산부의 통계에 따른 것인데요. 다만 86%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섬에는 대부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만약 사람이 드나들면 단번에 포착이 될 수밖에 없겠죠. 요즘에는 해양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고 또 드론이라고 하는 무인 비행체가 항상 순시하는 상황인데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섬은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있는 선갑도입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마친 뒤 천장을 닫으면서 선갑도의 전경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다만 촬영은 선갑도가 아니라 육지 세트장에서 했습니다. 특히 섬 전체가 산에 가깝고 C자형으로 바다를 안고 있는 형태가 독특해서 굉장히 눈길을 끓었는데요. 이 섬은 화산 폭발로 현무암이 발달한 곳이기 때문에 제주도와 같은 신비한 느낌까지도 들어서 오징어 게임의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살리기 위해서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와 배경 설정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탈북민 설정과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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