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문화창고와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사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에 대한 국내외 반응과 영향력을 짚어볼 건데요.
교수님, 북한 배경인 영화와 드라마가 참 많지만 ‘사랑의 불시착’이 특별했던 이유가 뭐였을까요?
[ 김헌식] (드라마에서 보통 묘사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달랐습니다. 대개 북한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북한 사람들은 거칠고 무술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존재로 그려지거든요. 북한 병사들은 다 첩보 요원인 것 같고 특수 부대원인 것처럼 그려지는데,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에서는 북한 병사에 대해서도 남한 병사와 비슷하게 인간적인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북한 배경의 영화와 드라마들은 북한 모습을 비참하게 비추고 심지어 수용소만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은 일상생활 공간을 많이 보여줍니다. 더군다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도 북한이 대부분인데요. 북한 남주인공과 그의 수하들이 각각 남한의 다양한 일상생활을 체험하기도 하고, 남한 여주인공이 북한에 가서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정치적이거나 남북한의 특수 작전만 나오는 작품들과는 좀 다르고요. 그리고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듯이 기존에는 남한 출신의 남성과 북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는 가끔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반대로 북한 남성과 남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인 점이 달랐습니다. 농담으로 "북한 남성들이 현빈처럼 다 잘생긴 것은 아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한 세밀하고 깨알 같은 묘사가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북한 이탈 주민들에게 상세하게 조사해서 현실감을 높였고요. 또 결말이 어둡지 않고 나름 행복한 결말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분단 상황에서 비롯되는 비극을 애써 강조하지 않고 비극을 벗어난 행복한 결말도 요즘 시대적 흐름에 잘 맞았습니다.
[ 기자] 현빈과 부대원들이 남한에 와서 좌충우돌 어려운 점을 겪었듯이 윤세리 역의 손예진 씨가 북한에서 모르는 것들도 참 많았는데, 이를 배워가는 과정을 보면서 남한 시청자들도 북한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헌식] 그렇습니다. 남북한이 사전에 서로 체험하는 기회가 있어야 실제 남북한 사람들이 오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간접적인 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 드라마입니다.
[ 기자] 사랑의 불시착하면 남자주인공인 현빈 씨와 여자주인공인 손예진 씨의 결혼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두 분의 열애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드라마에서나 인터뷰에서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말도 나왔었죠?
[ 김헌식] 열애 소식이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드라마에서 서로 교환하는 눈빛이라든지 또 작품 발표회 등에서의 태도 등을 통해서 '현빈 씨와 손예진 씨가 보통 사이가 아니다'는 것을 많이 느꼈죠. 한국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연예인들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서 결혼하는 사례도 꽤 있습니다. 두 사람은 또 동갑내기인데 현빈 씨와 손예진 씨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하니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사전에 홍보하는 포스터에는 수많은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현빈과 손예진 씨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던 것이죠. 두 사람이 처음에는 연인설을 부정했어요. 그렇지만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니까 결국 소속사를 통해서 인정했습니다. "두 사람이 작품을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됐고 드라마 종영 이후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는데 제가 봤을 때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 연인으로 발전한 게 아니고 그전에 이미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이라 추정합니다.
[ 기자] 적어도 저희가 앞서 다뤘던 것처럼 썸을 타거나 아니면 삼귀는 사이 정도는 됐을 것 같네요. 또 축하할 만한 소식이 두 분이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아기가 생겼다"고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대표 미남 미녀 배우인 현빈 씨와 손예진 씨 사이에 태어난 아이라 그런지 많은 관심이 쏠렸죠?
[ 김헌식]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최고 미남·미녀이고, 최고의 인기 한류 스타이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있었고, 심지어는 인터넷에 현빈 씨와 손예진 씨를 합성해서 아기의 미래 얼굴을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사진도 있었습니다. 2022년 9월에 영화 <공조> 두 번째 편이 완성돼서 홍보할 때 현빈 씨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현빈 씨는 "아직 아빠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주변에서 눈앞에 보여야 실감이 난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는데요. 2022년 11월 27일 소속사는 "손예진 씨가 오늘 득남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발표했고요. 일본에서도 이 소식이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원래 출산 예정일은 12월이었습니다만, 조금 일찍 출산하게 된 겁니다. 배우 손예진 씨는 출산 얼마 후에 광고 촬영으로 복귀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아름답고 특유의 눈웃음으로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 기자] 두 배우 모두 앞으로도 작품에서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럼 잠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시죠.
( 사랑의 불시착 OST)
[ 기자] 다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드라마 소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대한민국 여권은 유능하다. 우리 여권만 있으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무려 187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어디나 통하는 이 여권으로도 절대 갈 수 없는 나라가 가장 가까이에 있다. 언어와 외모도 같고 뿌리도 같지만 만날 수 없고 만나선 안 되는 사람들이 사는, 이상하고 무섭고 궁금하고 신기한 나라"라고 소개하는데요. 북한을 배경으로 설정하는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 김헌식] 일단 남북한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국가죠. 그러다 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가까운 데 가장 먼 나라'라는 비극적 긴장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드라마나 영화의 중요한 갈등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드라마의 흐름 특히 사랑의 불시착 같은 경우에는 북한 정치 체제와 주민을 분리해서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면 화해를 더 잘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분단 상황이라는 것이 비극적이면서 독특하긴 하지만, 또 보편적인 소재이기도 하거든요. 세계에 내놓아도 공감받을 수 있는 사회 공공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보편적으로 '평화를 위하는 마음'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또 남북 연인 간의 사랑을 소재로 '두 사람은 굉장히 사랑하는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을 멜로 드라마 설정이라고 합니다. 남북한의 남녀가 사랑하는데 분단으로 인해서 헤어졌다는 설정은 예전에는 6·25 전쟁이나 한국 전쟁이었다면, 지금은 해외에서 만났든 패러글라이딩이 북한으로 넘어갔든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인연을 맺었지만, 분단 상황 때문에 자유롭게 오갈 수 없고 사랑을 이뤄갈 수 없는 상황들을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로 설정해 극적인 감동도 주면서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된다는 주제 의식을 보여줍니다.
[ 기자] 드라마의 국내 반응도 뜨거웠지만 해외, 특히 일본 반응이 굉장했던 것 같은데요.
[ 김헌식] 2022년 상반기 일본 넷플릭스 텔레비전쇼 부문에서 사랑의 불시착이 1위를 기록했고요. 일본에서는 '사랑불'이라고 불렸습니다. 사랑불을 시청했다고 인증하는, 그러니까 "나는 이 드라마를 봤다"고 사회관계망에 올리는 유명 일본인들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모테기 도시미쓰라고 하는 일본 외무상도 드라마를 전부 봤다고 반응했는데요. 굉장히 극우적인 인사로 알려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까지도 남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높게 평가한 정도인 겁니다. 특히 일본 언론인들은 "북한 주민의 생활 풍경과 인간 군상을 진짜처럼 재현한 러브 코미디다. 발상이 참신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대단한데요. 얼마 전 4월 10일에 현빈 씨가 일본 하네다 공항을 방문했는데 현빈 씨를 보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현빈 씨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사람이 몰려서 별도의 퇴출로를 통해서 나가며 팬들과 인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일본의 긴자 거리에 현빈 씨를 보기 위해 천여 명 가까이가 갑자기 몰려서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현빈 씨는 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하게 됐는데 "공항에서 팬분들을 만나서 행복했고 앞으로 좋은 일로 인사드리게 되어서 더 기쁘다"라며 팬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기자] 드라마의 수상 내역도 안 살펴볼 수 없겠죠?
[ 김헌식] 사랑의 불시착은 한류 드라마였기 때문에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상식인 AACA(Asian Academy Creative Awards)의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 (Best Drama Series)'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AACA는 매년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돌아보고 시상하는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상식입니다. 또 '2020 아팬(APAN) 스타어워즈'에서 최고의 드라마 스타로 현빈 씨가 대상을 받았고 손예진 씨도 '케이티(KT) 시즌(Seezn) 스타상'에 선정됐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2020년 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해외 외신의 반응도 대단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포브스에서 각각 사랑의 불시착을 '반드시 봐야 할 국제적 시리즈 추천작', '2019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에 선정했고요. 영국 BBC도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을 인간적으로 그려낸 스토리가 코로나19 격리 기간 동안 미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고 미국 타임즈도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편'에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 기자] 마지막으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를 짚어주시죠.
[ 김헌식] "결국에는 사람"이라는 점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분단을 뛰어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요. 남녀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생활상도 보여줬고 또 병사들의 공동체적인 인간미도 잘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치체제와 상관없이 주민들은 우리와 삶이 비슷할 수 있고 공감대를 기를 여지가 많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정치 체제가 한민족을 갈라놓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드라마가 북한 사회의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서 북한 군상을 생동감 있게 바라보게 했는데 전 세계인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가치가 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남북한의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틈만 나면 드라마를 다시 또 한 번 보려고 합니다.
[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국내외 반응과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